제351호 이성호⁄ 2013.11.04 15:13:05
최성환(58)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입행한 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에서 경제학박사를 받았다.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를 지냈고 2006년부터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상무를 역임한 뒤 지난해부터 은퇴연구소 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이밖에 고려대 국제대학원과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조선일보 방일영 문화재단 이사, 전경련 한국경제연구회 위원, 한국국제금융학회 이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평가위원회 위원, 고령사회 고용진흥원 이사 등을 맡고 있다. 방송·기고 등의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저서로는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 경제학 ▲생각이 부를 결정한다(공저) ▲최성환의 지청구 경제학 ▲비하인드 은퇴스토리(은퇴연구소) ▲영화 속 은퇴스토리(은퇴연구소) ▲기부2.0(번역서) 등이 있다. 다음은 최 소장과의 일문일답. - 한화생명 은퇴연구소가 하는 일은. 지난해 4월 한화생명 은퇴연구소가 창설됐다. 사실 은퇴연구소 설립을 검토한지는 4~5년 됐다. 동종업계 A회사보다 늦긴 했지만 늦은 것이 빠른 것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졌다. 경제연구원에 있다가 연구소가 새로 생기면서 소장으로 부임했다. 대부분 업계에서 퇴직연금연구소가 있고 은퇴연구소로 전환하지만 한화생명은 퇴직연금연구소를 만들지 않고 바로 은퇴연구소를 세웠다. 최선의 은퇴준비는 은퇴를 하지 않는 것이지만 은퇴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은퇴를 한다. 따라서 미리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은퇴한 사람보다 아직 은퇴를 안 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연구소 설립 목적이다. 여타 연구소와 차별화된 점으로는 대외적 수요가 많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방송·기고·강연 등 가장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이는 그만큼 니즈에 맞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문패만 걸어 놓은 것이 아니다. 실전에 강한 연구소다. 총 10명의 연구원이 함께 근무하고 있고 2000여명을 컨설팅한 전문가도 있다. 특히 사람들에게 읽히는 책을 발간하고 있다. ‘비하인드 은퇴스토리’는 은퇴연구소 은퇴전문가들이 기고한 것을 한데 묶어서 되살린 책자다. 짧은 지면에 못 다한 이야기를 보강해 발행됐다. 나이대별로 본인에게 적합한 은퇴준비의 팁이 들어있다. 예를 들어 30대면 30대편을 책으로 보면 된다. 은퇴는 부정적이 아니다. 우리 연구소에서 ‘공포 마케팅’을 하지 않는 이유다. 긍정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긍정적으로 풀어낸 ‘영화 속 은퇴스토리’는 영화 속 인생에서 은퇴이야기를 엮어낸 것으로 정보와 재미를 한꺼번에 담았다. 즉 피부에 와 닿는 맞춤형 은퇴연구로 바람직한 한국형 은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니즈를 통한 실전 속 연구 활동을 꾀하려 한다.
- 은퇴준비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5.1%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또한 65세 이상 은퇴연령층 가구(2인 이상 전국가구)의 2011년 지니계수는 경상소득 기준으로 0.419, 시장소득 기준으로 0.505, 가처분소득 기준으로는 0.418이다. 소득 불평등의 심각성을 판단하는 기준인 0.400을 모두 넘어섰다. 노년층의 소득분배가 크게 악화돼 있는 것이다. 소득을 기준으로 파악하는 지니계수가 높다는 것은 노후 준비 정도에 따라 생활 형편이 크게 달라진다는 의미다. 즉 나이가 들면 들수록 돈이 부자들한테 몰려있는 것이다. 그동안 은퇴준비가 안됐고 또한 자식들한테 물려주는 등 빈곤한 가정이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노후가 가난한 이유는 그동안 전혀 대비하지 않았던 것이 일차적 원인이다. 그동안 20~30대는 은퇴 생각을 안 하던 세대였다. 하지만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고민을 하게 됐다. 미리 은퇴를 준비하는 것이 중·장년, 노년을 편하게 할 것이다. 우리나라 은퇴준비(교육)는 늦었다. 저축만 강조했지 왜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이 없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이 LTE, 자장면 배달, 은퇴준비다. 저금리에는 복리혜택을 먼저 많이 받는 것이 좋다. 은퇴준비는 적금·연금 등 강제성이 있지 않으면 안 하게 된다. 쓰고 남은 것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젊은 시절에는 강제성이 없어서 안 하게 된다. ‘돈도 없는데 은퇴준비?’라는 생각은 오판이다. 애들 학원비도 내야하는데 은퇴준비를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는 잘못됐다. 은퇴준비를 먼저하고 그 다음이 학원비다. 순서가 뒤바뀌어야 한다. 지금 40·50·60대는 완전히 가운데 낀 샌드위치 세대다. 열심히 자녀 뒷바라지 하고 부모도 모셔야 한다. 하지만 이다음에 자식에게 은퇴이후의 삶을 맡길 수 없는 세대인 것이다.
- 은퇴문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북유럽은 복지제도가 잘 돼 있다. 연금을 받아 살면 되는 구조로 은퇴개념이 없다. 오히려 은퇴가 즐거운 나라들이다. 연금으로 윤택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공적연금이 적어도 60~70%를 차지하고 있고 사적연금이 보태지고 있어 윤택하고 품위 있게 생활할 수 있다. 열심히 일했고 은퇴가 즐겁기까지 하다. 연금사회냐 아니냐에 따라 은퇴가 그 사회에 화두가 된다. 우리나라는 북유럽과 같이 충분한 노후생활이 가능한 연금국가가 아니기에 은퇴준비가 요구된다. 궁극적으로는 연금사회로 가야한다. 공적연금이 잘 돼 있으면 “나도 빨리 은퇴해야지”하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은퇴하면 겁부터 난다. 공적연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개인연금 등을 더해서 보완된 연금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꼭 연금만이 아니라 임대·투자·배당·이자 소득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죽을 때 까지 받는 연금만큼 좋은 것은 없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은퇴자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존경과 감사의 시선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할 일이 없는 사람으로 본다. 은퇴자는 실업자가 아니다. 은퇴한 사람일 뿐이다. 동일시하면 안 된다. 열심히 일하다가 은퇴한 것이다. 아버지가 은퇴하면 무엇보다 가족들이 보듬어 줘야 한다. 은퇴자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없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은퇴가 즐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은퇴준비를 안한 것은 개인의 잘못이다. 정부에서 복지제도를 급격히 바꿀 순 없다. 개인 스스로 준비해야 하며 사회적으로도 은퇴자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배려가 요구된다. 은퇴한 노년그룹이 존경받아야 한다. 노년층의 45.1%가 빈곤하다면 나머지 54.9%의 재산을 축적한 은퇴자들이 사회봉사에 나서야 한다. 노인들이 존경을 받기 위해선 베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돈뿐만이 아니라 체력·재능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존경받는 은퇴자그룹이 되기 위해선 정부가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일자리 및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요즘은 60~70대도 건강하다. 은퇴자에게 활동할 길을 터줘야 한다. 은퇴자는 사회적으로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다. 은퇴자가 존경과 감사의 대상이 되는 것이 개인적 꿈이자 연구소의 목표다. “적극적으로 은퇴에 맞서 싸워라” 은퇴연구소가 제안하는 은퇴설계 팁 현재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약 45%로 OECD국가 중 1위이고, 은퇴 후 필요한 소득 6~7억원은 꿈같은 이야기이며 퇴직금으로 창업했다가 날려 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몸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간처럼 한국 경제의 눈부신 발전을 이끈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는 모습으로는 썩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다. 은퇴를 앞둔 40~50대들이야 말로 더 적극적으로 은퇴와 맞서 싸워야 한다. 이제는 침묵의 장기이기 보다는 자신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는 눈, 입, 귀로 거듭나야 한다. ? 눈-현실을 보자! 현실을 직시하는 눈이야말로 올바른 은퇴준비의 시작이다. 나의 자산과 부채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기대수명은 어느 정도이고, 은퇴 후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만약 자신의 자산과 기대수명을 가늠하기 어렵다면 통계치를 참고하는 것도 좋다. 통계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베이비부머는 평균적으로 자산 3억4000만원, 부채 6000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산의 대부분은 부동산 관련 자산이다. 기대수명의 경우 현재 나이가 50살이라면 남자의 경우 29.5년, 여자의 경우 35.5년을 더 살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은퇴시기는 직장과 개인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55세 내외이므로 앞으로 몇 년간 소득이 이어질지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자신이 막연하게나마 상상해 왔던 노후생활을 위해 얼마나 더 준비해야 하는지 현실을 직시할 때다. 은퇴 후 30여년 동안 월 200만원~300만원씩 쓰기 위해서는 은퇴시 얼마가 필요하고 그 중 어느 정도가 연금과 목돈으로 준비됐으며 앞으로 준비할 금액은 얼마인지 꼼꼼하게 적어 보자. 또 나이가 들면서 급증하는 의료비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 숫자를 보면서 현실 파악을 하고, 최대한 자세하게 은퇴계획을 짜는 것이 계획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다. ? 입-함께 말하자! 가족과의 대화와 친구들과의 교류는 나를 더 부자로 만들어주지는 않지만, 내가 더 행복한 삶을 살도록 만들어줄 수 있다. 특히 “가족들과는 은퇴 후 오랫동안 같이 있을 텐데, 그때 가서 대화하면 되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녀가 어렸을 적부터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은퇴 이후에는 서로 어색해서 대화를 할 수가 없다. 이때 자녀 경제교육을 병행할 것을 추천한다.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개념을 심어 줌으로써 자녀의 미래 계획에 쓸 수 있는 목돈을 스스로 준비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으며, 이는 더 긴 안목에서 부모와 자식 간에 좋은 관계를 유지시킬 것이다. 친구 또한 가급적 같은 취미나 관심사를 가진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냄으로써, 은퇴 이후에도 즐거운 만남을 이어가는 것이 좋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지금부터라도 대화를 통해 외로운 노년이 아닌 행복한 은퇴를 준비하자. ? 귀-더 많이 듣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은퇴 준비일지 혼자서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은퇴 후 그것이 옳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깨달아도 인생을 다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이들이 어떻게 준비해서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은퇴 관련 강의나 강연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경우 무료이거나 참가비가 비싸지 않고, 관련 전문가의 의견과 다른 이의 사례를 들어볼 수 있다. 아는 만큼 행하는 것이 아닌가? 더 많이 듣고 자신의 노후를 스스로 설계하는 것을 추천한다. 은퇴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대표적인 은퇴준비는 다음과 같다. 당신은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