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영역에서 인간의 형상이 거의 사라진 현실에서 인간을 주요 테마로 다루는 중견 조각가 김영원, 홍순모, 김주호, 최병민, 배형경 등 5인이'인간, 그리고 실존'이란 타이틀로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신관 사미루에 조각작품을 펼쳐놓았다. 다섯 조각가의 공통점은 시류와는 거리를 두고, 격변의 시대를 살아 온 우리의 모습을 조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조각을 통해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있다. 김영원(66)의 초월과 자유, 홍순모(64)의 소외와 절망, 김주호(64)의 허탈과 해학, 최병민(64)의 죽음과 영혼, 배형경(58)의 고뇌와 저항에는 하나같이 생의 아픔과 그 실존적 연민이 녹아있다.
김종영미술관 최종태 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이 사람들을 보라. 예술을 왜 하는가. 누구를 위해 하는 가. 예술행위란 무엇을 추구하는 일인가. 예술의 목표는 어데인가? 외진 빈터에서 끈질기게도 무슨 신념으로 이들은 왜 이렇게 인간의 문제에 집착할 수 밖에 없었는가. 그런 의문, 그 알 수 없는 함정! 그런 길고 긴 끝없는 이야기를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12월 2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일생을 농부와 같은 성실함으로 작업에 임한 김종영의 유지를 받들어 2010년 12월 신관 개관 이후 중견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새로이 조망해보는 '초대전'의 일환으로 개최되고 있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