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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 골프 칼럼]골프장 오색단풍에서 인생의 철학 터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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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1호 김맹녕⁄ 2013.11.11 11:34:44

그렇게 싱그러운 신록을 자랑하던 골프장의 나무와 숲들도 어느새 오색 단풍으로 변해 겨울이 멀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다. 형형색색을 한 골프장의 산야는 지금 가을 햇빛을 받아 붉게 불타고 있다. 노란 은행나무숲 앞으로 빨간 단풍이 녹색의 전나무와 어우러져 있는 자태를 먼 곳에서 바라보니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런 울긋불긋한 가을 풍경을 바라다 본 법륜스님은 “봄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이라고 찬사를 했다. 봄꽃은 떨어지면 아무도 거들도 보지 않지만 가을단풍은 떨어지면 우리를 사색하게 만든다. 억새풀이 키보다 높은 샛길을 걷다보면 갑자기 장끼가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날아올라 소스라치게 만든다.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큰 연못에는 겨울철새들이 날아들어 한가롭게 유영을 하고 있다. 높은 언덕에서 바라다본 농촌의 풍경은 벼 베기를 마치고나서 그런지 삭막하기 그지없다. 아직도 푸르름을 자랑하는 배추와 무는 이 가을의 마지막 산물인지도 모른다.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자 사색의 계절이다. 골프장 16번 홀에 당도하니 이제 남은 홀이 2홀밖에 남지 않아 아쉽기만 하다. 문득 나의 인생은 지금 몇 홀쯤에 와 있는지를 생각하니 왠지 서글퍼진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늙게 되고 흐르는 세월 앞에는 이길 자가 없는 것을 알지만 가을에는 더욱 감상적이 된다. 잘 물든 단풍처럼 곱고 아름다우면 누구에게나 존경과 흠모를 받지만 추하게 찌그러진 볼품없는 단풍잎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골프장에서 만나는 많은 명사와 비즈니스맨 그리고 범인들과 자주 라운드를 해보면 금방 그 사람의 인격과 성격이 저절로 나타난다. 곱게 물든 단풍같이 인성이 좋고 신사도가 넘치는 골퍼가 있는가 하면 오므라지고 추한 단풍 같은 사람도 만나게 된다. 한 번 왔다가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떨어지는 단풍처럼 골프장에서나 인생사에서나 존경을 받으며 고운 빛을 발하고 떠나가는 인생이 돼야 한다. 나뭇잎을 태우면 커피향이 나와 식욕을 불러일으키듯이 내 인생도 향기 좋은 커피가 되어 누구에게나 호감을 받고 사랑을 받는 그런 인생을 말이다. 단풍이 절정을 이룬 이 순간에도 가을은 점점 깊어가 초겨울로 접어든다. 골프장에서 맛보는 늦가을의 정취는 우리를 무념무상으로 빠지게 해 도심에서 맛볼 수 없는 야릇한 감정을 솟구치게 만들어 우리를 철학자로 만든다. 오늘은 단풍의 현란함과 유혹으로 인해서 일까? 스코어가 보통 때보다 5점은 더 나온 것 같다. 내 가슴속을 파고드는 이 가을 풍경 앞에 스코어가 그 무리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하는 순간 찬 가을바람이 볼을 때리며 스쳐간다. - 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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