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고경 큐레이터 다이어리]세계 최고가 그림, 2800억원에 거래

비싼 이유는 작품 자체의 가치, 주변 환경의 평가 등 두루 고려해야

  •  

cnbnews 제352호 박현준⁄ 2013.11.11 13:18:46

지난 7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으로 기록된 세잔의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은 한화로 약 2800억 원에 거래됐다. 한국에서 가장 고가의 가격으로 낙찰된 작품은 2007년 서울옥션에서 거래된 박수근의 ‘빨래터’가 45억 2000만원으로 현재까지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미술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더해가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녔다 하더라도 예술 작품이라는 것은 그 미적 가치를 느끼는 기준이 개개인마다 다르므로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물며, 점하나 찍힌 그림, 물감을 마구 뿌려 놓은 그림처럼, 내가 그려도 되겠다 싶은 그림이 왜 그렇게 비싼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그렇다면 비싼 그림은 왜 그렇게 비싼 것일까? 특정 미술작품의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고 고액의 가격이 상정되는 과정과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작품 자체로서의 가치이다. 종전에 없던 새로운 표현 방식을 보여주었는지,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동시대의 미학적 가치를 충족시키는지가 매우 중요하게 평가된다. 또한 작가를 대표하는 특징적 성향이 작품 속에 많이 담겨있으면서도 미술시장에서 거래된 적이 없는 희소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작고한 작가의 작품이라면 작품 보존의 상태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2004년 뉴욕의 소더비 경매에서 1억4백만 달러(한화로 약 1100여억 원)에 낙찰 된 피카소의 1905년 작 ‘파이프를 든 소년’은 피카소의 생애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1905년은 작품 활동이 거의 없었던 시기로 작품의 양과 질에서 모두 희소가치를 지닌다. 또한 피카소는 꼴라쥬 기법과 같은 기존의 그리기 방식에서 벗어나는 실험적 표현과 독창성으로 시대정신을 앞서 반영한 작가였다. 피카소 전의 시대에는 피카소 같은 작품을 했던 사람이 없었다. 따라서 그는 이후의 작가들에게 다양한 표현활동을 가능하게 해준 전환점이 되었고 이는 현대미술에 이르도록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그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비싼 그림이 비싼 또 하나의 이유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결정되는 가치이다. 어느 시대에나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감성적 코드가 있다. 그 시대적 니즈와 작품의 성격이 맞물릴 때 작품의 가치가 높아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잭슨 폴록의 1948년 작 'No.5'는 2006년 1억 4천만 달러(한화 약 1480여억 원)에 거래되었는데 잭슨 폴록의 분방한 액션 페인팅은 당시 미국식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작품이었다. 앤디 워홀과 같은 작가의 팝아트 또한 미국의 자유정신과 자본주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즉, 시대적 요구의 반영은 미국 미술사에 중요한 획이 되었고 오늘날 그 가치가 고가의 거래 가격으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경제의 흐름 또는 정책 또한 미술 작품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가령 중국정부의 미술 시장 육성 정책, 미술관, 박물관 건립과 확충에 따른 소장품 구입 확대, 개인 및 기업의 미술품 투자 현상 등은 중국 작가들의 작품 가격을 세계시장의 탑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다시 말해 거래의 장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다시 유럽으로 이동, 순회하는 것은 미술 시장이 단순히 유행하는 화풍에 따라 흐르는 것이 아니라 미술을 포함하고 있는 사회 전체가 이동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밖에도 뛰어난 안목의 컬렉터가 구매하면서 유명세를 탄 작품, 경매에서 고가에 낙찰되면서 새롭게 급부상된 작가의 작품 등 작품가격이 비싸게 책정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국내에서는 수년 이상 꾸준히 작업해오며 경력과 나이에 따라 작품가격이 올라가는 경우도 일반적이다. 따라서 작품성에 비해 가격에 거품이 많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특히, 예술작품에는 적정한 가격이라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비싸게 느끼기도 하고 싸게 느끼기도 한다. 비싼 그림이 무조건 좋은 작품 아니 듯, 싸다고 해서 가치 없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작가의 경력과 나이 등을 고려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가격이 어느 정도 선인지 알아둔다면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매할 때 후회 없는 소비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대게 평면 회화 작품의 경우 호당가격이라는 그림 도량형을 기준으로 한 단위가 있다. 1호는 일반 엽서 정도의 크기이며 1호의 가격을 기준으로 20호 작품일 경우 곱하기 20을 해서 작품 가격을 매기는 그림 가격 제도이다. 어떤 작가의 호당가격이 5만원이라고 할 때 20호 작품은 100만 원이 되는 셈이다. 작품성 보다는 크기로 그림 값이 정해지는 모순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작품 가격 책정의 방식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작품 값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비싼 그림이 무조건 좋은 작품은 아니 듯, 싸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작품은 아니다. 무엇보다 좋은 작품을 가려내는 자신만의 안목과 관련 정보에 대한 수집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 고 경 산토리니서울 미술관 큐레이터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