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남녀가 뒤엉켜 있는 모습과 성기마저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들이 전시장에 가득하다. 술과 약에 취해 쓰러진 친구들의 모습, 동성 간 키스와 성행위를 묘사하는 사진 등 욕망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을 탈피하고픈 인간 본연의 자유로움을 거침없이 카메라에 담는다. 미국 사진가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y,36)이 14년간 찍은 사진들이 11월 7일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 걸렸다. 사진들에는 10대들의 불안과 방황, 탈선을 주로 포착해 청춘의 불안이 해방과 쾌락으로 승화되어 자유, 기쁨 환희의 감정들을 한 데 녹인 희망의 메시지가 담겼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유년 시절부터 스케이트보더, 그래피티 작가, 뮤지션, 아티스트들과 어울리며 영향을 받은 그는 직접 경험한 일상의 순간들을 사진으로 생생하게 포착해냈다. 예술이라는 판단에서는 음란물로 치부될 수 없지만, 작품에 시선을 고정하기 불편할 정도의 피사체들의 모습은 적나라하다. 포로노그라피라고 불려도 될 만큼 미국의 저급 대중문화에서 보던 모습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전시에는 자신의 부모나 형제, 자매의 모습을 담은 초기 스냅 사진부터 미국 전역을 횡단하며 젊은 세대가 꿈꾸는 환상적인 풍경을 포착한 '로드 트립'(Road Trip) 시리즈,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보여주는 '애니멀'(Animal)시리즈, 그리고 유일하게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흑백 초상화 시리즈 등을 한 자리에서 보여준다. 한국 첫 전시를 위해 내한한 작가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피사체가 되는 모델들에게 나의 목표를 설명하고 함께 촬영을 한다. 그리고 역동적인 모습을 담기위해 여행을 하며 보았던 광활한 풍경들을 일출 2시간 전과 일몰 2시간 뒤의 '매직 아워(Magic Hour)'의 햇빛이 파스텔 색조로 부드럽고 분홍색, 보라색이 도는 영롱한 빛이라 이 시간대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맥긴리는 우리 시대의 청춘을 누구보다 진솔하게 사진으로 포착해 24세 나이에 미국 휘트니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누구나 꿈꾸는 일상의 일탈, 자유로운 청춘의 특별한 순간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청춘들에게 불안과 좌절이 아닌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로 인생의 가장 찬란한 '청춘의 순간'을 선사하는 이번 전시는 '젊음'이라는 눈부신 순간을 포착한 라이언 맥긴리의 환상은빛, 색, 그리고 에너지로 재구성되어 누구나 가슴 속 깊이 간직한 '청춘'의 떨리는 순간을 떠올리게 하며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맥긴리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1996년에 도시로 이주한 후, 다운타운의 문화를 광범위하게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맥긴리의 작품은 구겐하임 미술관, 스미소니언 국립초상화 박물관,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을 비롯해 수많은 미술관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뉴욕 휘트니 미술관, 비엔나 쿤스트할레, 스페인 MUSAC 현대미술관, 뉴욕 MoMA PS1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파리, 안스테르담, 런던, 아테네, 밀라노, 베를린 등 전 세계 도시의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한편 2014년 2월 23일까지 계속되는 '청춘, 그 찬란한 기록'전에는 부모와 함께 온 미성년자들도 부모의 동의를 얻는 경우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자녀와 함께 온 부모들의 의식이 개방과 보수 사이에서도 갈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한 동안 화제를 모으는 전시로 이름을 올리게 될 전망이다.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