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경(45) 박사는 집안 내력 상 어린 시절부터 각종 스포츠를 많이 접해왔다. 고등학교 수영선수 생활을 한 그의 아버지는 법무부에 있다가 올림픽조직위원회에 스카우트 됐고 체육부에서 고위공직자를 역임했다. 어머니도 스포츠를 좋아해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딸이 3명인데 아버지는 딸들을 아들처럼 키우고 싶어했다. 테니스와 승마, 수영 등은 물론 집중력을 향상을 위해 양궁도 했다. 손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 농구도 했고 전문 선생님들한테서 배웠다. 처음에는 너무 싫었다고 회고한다. “초등학교 입학할 나이 때부터 아침 5시 30분에 체육복을 입고 대문 앞에 정렬해 서있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습니다(웃음). 아침에 물 한잔 마시고 3가지 정도 스텝을 한 다음 운동을 합니다. 다른 친구들 모두 그런 줄 알았는데 막상 학교에 가보니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몸에 배니 자연스러운 일과가 됐고 즐기게 됐다. 결국 대학교도 이화여대 체육학과에 입학해 좀 더 다양한 하계·동계스포츠를 접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려서부터 접한 다양한 스포츠 경험들이 여러 종목의 선수들과 거부감 없이 같이 공감하면서 멘탈트레이닝을 할 수 있게 된 기본바탕이 됐다고 여겨집니다” 전공필수로 대학교 3학년 때 ‘스포츠심리학’ 강좌를 듣고 “딱 이거다”라고 운명처럼 감이 왔다. 흥미를 느꼈고 관심이 생겨 수업을 기다리다 보니 적극적으로 탐구하게 되고 공부를 하게 됐다. 그때까지 우리나라에 스포츠심리상담학 전공은 없었다고 한다. 조 박사는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유학을 결심, 미국 보스턴대에서 스포츠심리상담 석사학위를 따고 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포츠심리학과 스포츠심리상담은 달라 “스포츠심리는 스포츠 상황 즉 경쟁상황에서 일어나는 모든 전반적인 마음과 행동에 관한 연구입니다. 마음을 직접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행동을 통해 마음을 연구하는 것이죠. 이 스포츠심리학을 바탕으로 선수들한테 일어나는 인지적·감정적·사회적 요소들의 변화를 시합상황에서 최고의 수행을 발휘해 내기 위한 강화훈련이 바로 스포츠심리상담입니다” 스포츠심리상담을 하는 사람은 다양하다.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한 사람, 신경정신과 의사가 하는 경우도 있고 일반 심리상담사가 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 박사는 스포츠심리학을 기저에 두지 않으면 제대로 된 스포츠심리트레이닝을 할 수 없다고 과감히 말한다. “의과 베이스하고 사람이 문제가 있을 때 해결해 가는 일반 상담의 이론 원리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스포츠의 다양한 생리현상, 역학·사회·교육적 베이스들을 가지고 스포츠심리상담을 전공해 선수들을 트레이닝 해야 적합합니다. 이 베이스를 통해 선수들을 키울 수 있는 부분이 다르며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들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더욱 중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선수들이 어떤 문제 특히 굉장한 슬럼프가 생기면 우울해 지기도 하고 나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정상적이지 않구나 생각이 들면 스포츠심리학의 특수성을 이해한 전문가에게 스포츠심리상담을 받게 된다. 하지만 스포츠심리상담이 그렇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정신과와 일반 심리상담을 거쳐 스포츠심리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도 있고 물어 물어서 직접 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조 박사는 2009년 ‘조수경스포츠심리연구소’를 차렸다. 국내에서 스포츠심리상담사로 사업자등록 1호다. 당시만 해도 스포츠심리상담사가 별로 없었다. 체육과학연구원에서 선수촌 선수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진행했지만, 일반적인 조직에 있지 않고 개인적으로 연구소를 차린 곳이 없었던 것이다. “미국에서 전공을 하고 오니 주위에서 선수들을 봐달라고 해 처음에는 아르바이트식으로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대상 선수들이 늘어나 이동거리가 너무 길어지다 보니 직접 연구소를 차려 보다 많은 선수들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시 국세청에 사업자등록을 하기 위해 갔다. 그러나 재활상담·복지상담 등은 있었지만 스포츠심리상담이라는 업태·업종이 없었다. 담당자가 이중에서 가까운 쪽을 고르라고 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닌가 싶었다. 목소리를 냈고 강하게 주장했다. 스포츠심리학과 스포츠심리상담을 전공한 사람으로 스포츠심리상담일을 하려고 한다. 배운 것을 토대로 기여하려고 하는데 이중에서는 업종이 없어 고를 수가 없으니 새로 만들어 달라고 했단다. 바쁜데 골치 아프게 한다는 눈치도 받았다. 결국 담당자들이 회의를 했고 일주일 뒤 사업자등록증이 나왔다. 스포츠심리상담이라는 업종이 새로 생긴 것이다. 점점 스포츠가 활성화되고 있고 기술·체력에 상담(심리)이 더해지는 추세다. 심리가 발달하지 않을 수 없지만 우리나라는 스포츠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다.
스포츠심리상담사 사업자등록 1호 조 박사가 국세청에 항의한 것은 본인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스포츠심리상담은 분명 성장할 수밖에 없기에 함께 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리 나선 것이다. 조 박사는 사무실에서 1:1 상담·영상통화는 물론 경기시합장에 직접 가기도 하고 해외출장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돕는다. 전지훈련도 따라가고 있으며 현지출장은 시합상황에 직접 관여하기 위해서다. 시합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세운 목표에 선수가 컨트롤하려는 부문이 잘 되고 있는지 함께 점검한다. 스포츠심리상담의 전제조건은 뭘까? “기술·체력 트레이닝은 좋던 싫던 운동선수들이 의무적으로 꼭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 심리상담은 그렇지가 않죠. 아직까지 선수 본인은 물론 부모님 및 관계자도 필요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심리상담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심리상담의 효과를 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조 박사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의심(?)을 품은 선수가 찾아오면 정말 도움을 받고 싶고 상담을 하고 싶은지 잘 생각해 본 다음에 다시 찾아오라고 말한다.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으로, 보다 나은 운동선수 생활을 영위하고 경기상황까지 도움을 받고 자 하면 스스로 꼭 필요하다는 마음의 모티브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서로 무언의 약속을 했기 때문에 본인이 적극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상담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어떤 팀에서 키우고 싶은 젊은 선수가 있었다. 정작 본인은 운동도 하기 싫어했고 심리트레이닝도 거부했다. 시간만 때우다가 가길 원해 돌려보냈다. 결국 나중에는 본인이 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열정적으로 상담이 진행된 경우도 있다. “상담은 선수 본인이 선택해서 받는 것이 가장 좋아요. 현재 선수 지도자들은 과도기 세대로 예전보다는 인식이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내 선수의 마음은 내가 가장 잘 아니 누구도 이 선수의 마음컨트롤 하는 것이 나보다 나을 순 없고 경기결과는 훈련과 연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에 강하게 시키면 된다’고 생각을 해요” 이어 “즉 약 80%이상의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마음컨트롤을 직접 하려고 합니다. 이런 부문이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를 스포츠강국으로 성장시키기도 했지만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는 생리·역학·스포츠과학이 적용되고 있는 추세로 조금씩 스포츠심리에도 눈을 뜨는 분들이 20%정도 되리라 보지만 앞으로 스포츠심리트레이닝이 정착되려면 약 50년은 지나야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스포츠 선진국의 경우 구단이나 개인별로 스포츠심리상담사가 있다. 학교에 양호선생님이 있는 것처럼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언제든지 상담이 오픈돼 있어 필요할 때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프로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아마추어 스포츠 현장에도 심리상담사가 고용돼 있다. 스포츠심리상담 역사는 유럽에서 시작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미국에서는 매우 활성화됐지만 우리나라는 미흡한 수준이다. 한편, 선수들의 멘탈코치인 조 박사도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스스로를 점검한다. “스트레스를 개인적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슈퍼바이저에게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나의 심리상태·정신건강상태 등 이 일을 하는데 전문가로 잘 가고 있는지, 몰두하느라 약화된 부문은 없는지 정기적으로 체크를 받고 있습니다. 다듬어가려고 노력하고 있고 슈퍼바이저와의 상담은 이 일을 행복하고 오래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문입니다” ‘나는 행복한 운동선수’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어 조 박사는 ‘행복한 운동선수’를 꿈꾼다. “나는 현재 행복한 운동선수라고 느끼고 나중에 은퇴해서도 자신의 과거를 회고할 때 청춘을 다 바쳐 운동을 해볼 만 했고 앞으로 무슨 일이든 어떤 경쟁사회에서든 용기를 내 도전과 모험을 할 수 있게끔 하는 발판을 만들었다고 선수들 스스로 자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심리상담의 목표입니다” 선수들이 은퇴할 때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하지만 운동에만 몰두하다보니 은퇴준비가 쉽지 않다. 피땀 흘려 기량을 쌓고 성적을 내지만 누구나 은퇴는 피할 수 없다. “은퇴시기가 다가올 때 선수들은 급작스런 두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운동밖에 안 해봤는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지죠. 자존감이 선수시절에는 충만하게 있다가 은퇴를 맞닥뜨리게 될 때는 사실 그렇지 않은데도 정체성을 잃어버리기도 해 상담 시 미리미리 조금씩 준비를 시키기도 합니다. 1등만 기억하는 스포츠 현실 속에서 몰입해 가야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 몰입이 자기 자신한테 어떤 행복과 감사함이 어우러져 있는지 깨닫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발판으로 내가 여기서는 어떤 사람으로 커나갈 것이며 마음속에 바라는 선수의 모습을 그리고 은퇴한 후, 다음 삶을 살 때 어떻게 해야 될 것인지 연결시킬 수 있는 부문이 일반상담과 달리 운동선수들에게 특히 필요합니다” 한편, 조 박사는 서울시립대 스포츠과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스포츠심리상담이 소수의 힘만으로 바르게 전파되기는 어렵습니다. 심리학 및 심리상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정확하게 이야기 해주면 이들이 정확하게 전파·적용할 수 있고 좋은 스포츠심리상담사가 많이 배출될 수 있습니다. 또한 선수들만 만나다 보면 학문적으로 업데이트할 여유가 없어지고 나태해지지만 학교에 나가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며 연구를 할 수 있어서 흡족합니다” 미국에 스포츠심리와 스포츠생리가 병합된 전문센터가 있다. 동양철학처럼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원리를 학문적으로 정립시킨 과학적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다. 선수들은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다듬기 위해 찾아간다. 과학적인 체력트레이닝과 심리트레이닝 시스템을 통해 정확한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약화된 원인을 찾아내 몸과 마음을 함께 단련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스포츠센터를 우리나라에 설립하는 것이 조 박사의 꿈이다. 체력적으로 지구력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즉 집중력이 약화된 것은 정신이 헤이해진 것이 아니라 체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처럼 몸과 정신이 함께 가는 경우가 상당부분 많다고 한다. 선수가 체력은 괜찮은데 심리는 왜 이럴까? 착각하고 자신을 비하할 수도 있는 부문을 과학적인 시스템 아래서 착각하지 않고 자신을 오롯이 정확하게 판단하고 볼 수 있도록 서포트를 해주고 싶다는 조 박사. “현재 선수들은 기술·체력·심리를 각각 따로 배우러 다니기 때문에 바쁘기도 하고 시행착오도 많습니다. 선수들이 시간과 열정을 좀더 알차고 가치 있게 도모할 수 있는 전문센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지도자들끼리 선수를 중심에 두고 소통·협업하면 굉장한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드는 꿈을 쫓고 있습니다” -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