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현 정국을 공안정국으로 몰아가면서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전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의 일성이다. 김 전 부소장은 문민정부 당시 ‘소통령’으로 통했을 만큼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김 전 대통령도 자신과 여러모로 닮은 김 전 부소장을 신뢰해 상당부분 권한을 넘겨주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정치사가 그렇듯 김 전 부소장 역시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피하지 못한 채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됐다. 현재 정치권을 떠나 야인으로 돌아간 김 전 부소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야권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건전한 중도세력을 통해 야권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이 과정에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도 교감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소장은 지난 7일 CNB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의 문제점 △정국현안 △여권 내 권력구도 전망 △김영삼 전 대통령 근황 △향후 계획 등 다양한 얘기를 들려줬다. 정치일선 복귀를 위해 기지개 켤 준비를 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다음은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과의 일문일답. 박근혜정부 그리고 정국현안 - 요즘 어떻게 지내나.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올 가을 학기부터 ‘글로벌 국정관리세미나’ 강좌를 맡았는데, 특임교수로 활동하며 조용히 지내고 있다. - 지난달 31일 박 대통령이 오랜 침묵을 깨고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어떻게 봤는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검찰수사를 지켜봐 달라’고 한 마디 했는데, 별 의미는 없는 것 같다. 결국 ‘사과’는 하지 않았고,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 김 전 부소장은 트위터를 통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특검을 언급한 바 있다. ‘외압설’을 제기한 윤석열 전 국정원 특별수사팀장(현 여주지청장)은 경질됐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도 물론 다른 이유지만 낙마했다. 현재 국정원 뿐 아니라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권력기관에 의한 대선개입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지만, 공정한 수사를 보장 받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검찰수사를 기다리고, 재판결과가 나온들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국가기관이 개입된 사건인 만큼 특검으로 가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으면 이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현재 국정원, 검찰, 군 등이 자체적으로 감찰하고 조사하겠다고 했는데, 그 결과를 어느 누가 믿겠는가. 결국 이런 상황까지 왔으면 당연히 특검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 박근혜 대통령이 이 문제와 관련해 사과해야 한다고 보는가. 박근혜정부가 현 정국을 공안정국으로 몰아가면서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보기에도 좋지 않고, 굉장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국가기관에 의한 대선개입 사건은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설사 전 정권에서 있었던 일이라 해도 대선후보로 나와서 결과적으로 수혜를 받은 사람은 박 대통령이다. 그렇다면 알았든 몰랐든 당연히 사과하는 것이 순리다. 수혜를 받았는데, 자꾸만 피해자인양 그렇게 해선 안 된다. 그리고 사과하는 문제도 그렇다.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지나가듯 말하고, 물론 사과도 안했지만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사과라고 볼 수도 없다. - 박 대통령이 일단 수사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그것은 매우 무책임한 말이다. 이석기 의원 사건이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안 통과만 봐도 그렇다. 박 대통령 말대로라면 재판이 끝난 뒤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가. 전혀 앞뒤가 안 맞게 행동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해서 이를 책임지라는 것은 아니다.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 어쨌든 박 대통령이 현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고 본다. - 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를 비롯해 청와대 인사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황찬현 감사원장 내정자는 김 실장에게 전화로 내정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사람들이 TK(대구·경북) 인사니, PK(부산·경남) 인사니 하는데, 지금 인사는 ‘정실 인사’다.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작품이라고 보여 진다. NLL 대화록 유출 및 실종문제 -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싸고 정국이 시끄럽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대화록이 유실된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이를 공개한 국정원이 아주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두 정상끼리 나눈 대화록은 국가기밀이다. 그런데 이를 함부로 공개하는 행위는 굉장히 우려스러운 부분이고, 국정원이 그렇게 공개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되면 나중에 어느 나라 정상이 우리와 대화하려 들겠는가. 만약, 박근혜 대통령과 외국 정상이 나눈 얘기도 야당에서 공개하라고 하면 공개할 텐가. 결국 이러한 것 때문에 현 정권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다. - 대화록 실종과 관련,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어떻게 봤나. 야당의 대선후보였던 의원을 출석시켰는데, 결과적으로 정치행위였고, 한마디로 망신 주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문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는 대화록 실종의 귀책사유가 노무현 정권에 있음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본다. - 문재인 의원과 달리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는 대화록 유출의혹과 관련해 서면조사를 받았는데. 검찰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난 대선 당시 여당에서 대화록을 악용한 부분도 조사가 되어야 한다. 지금 보면 실종에 대한 것만 있고, 유출 의혹은 말이 없다.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대사의 서면조사도 대충 넘어가기 위해서 한 것이지 제대로 하려고 하면 결코 이렇게 할 수 없다. 서면으로 받는 것 자체가 편파수사라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여권 내 권력구도 전망 -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의 등원으로 친정체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서 의원이 등원해 합리적인 역할을 하고, 대야관계를 원만히 이끌어 가면 좋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공천을 놓고 청와대에서 개입했다는 이른바 ‘청와대 내정설’이 여당 내에서 불거졌다. 결국 이런 것 때문에 서 의원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당 대표를 맡든, 여당 내 중추적 역할을 맡든 결국 청와대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청 관계는 좋아질지 몰라도 대야관계가 얼마나 나아질 수 있을지 현재로선 회의적이다. - 여권 내 쇄신의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몽준 의원이나 이재오 의원 같은 분들이 간간이 얘기하고는 있지만, 이 분들이 간헐적으로 말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당내에서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보여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여당은 거의 뭐 청와대 목소리를 전달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다음 총선 때 얼마만큼 변화가 있을 지 지켜볼 것이고, 또 일정부분 변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정치권이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본단 말인가. 현재 여야 관계를 보면 극우와 극좌가 싸우는 것처럼 되어 있다. 즉, 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과 민주당의 친노(친노무현)가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돼선 안 된다. 국민들도 이를 바라진 않는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에 많은 개혁적 인사들이 있지만, 친박과 친노가 당을 강경으로 끌고 가는 것에 묻어가면서 쇄신의 목소리가 안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음 총선은 외부에서의 목소리도 많이 표출될 것이고, 여당의 경우 ‘미래권력’에 힘이 실리면서 당내 반발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미래권력’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서청원 의원이 원내에 들어왔다는 말도 있다. 김 의원이 미래권력이라고 표현되지만 너무 앞서서 표출된 것 같다. 이는 바람직스럽지 않고, 본인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앞서 가다보니 결국 친박도 김 의원을 경계하는 것 아니겠는가. 18대 대선과 김영삼 전 대통령 근황 -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대통합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론분열은 더욱 심화되는 것 같은데. 대통합이란 말은 그저 수사적인 용어에 불과했다. 지난 대선만 봐도 동교동계에서 박근혜 후보를 돕겠다고 간 사람들의 역할이 지금 뭐가 있는가. 저희도 그렇다. 현재 아버님(김영삼 전 대통령)이 병원에서 7개월 가까이 투병하고 계시는데, 쾌유 란(蘭) 하나 보낸 것이 없다. 물론 이를 바랄 사람도 없지만, 기본적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선 때 상도동에 찾아와 지지를 구하더니, 정권을 잡은 뒤 본색을 드러냈다고 본다. - 지난해 대선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과 달리 문재인 의원을 지지했는데. 아버님도 지난 19대 총선 이후 박 대통령에게 ‘독재자의 딸’이라고 표현했는데, 실제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아버님은 박정희 정권과 맞서 싸웠던 분이다. 비록 3당 합당은 했지만, 이를 통해 민주화를 이뤘다. 결국 민주화에 뿌리를 놓고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의원에게 힘을 보태는 것이 정통성이 있다고 봤고, 그런 차원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김영삼 전 대통령은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지난 4월 폐렴 때문에 입원하신 뒤 현재는 회복단계에 들어가셨다. 위기상황은 넘겼지만, 회복은 더딘 상태다. 현재 재활운동도 하면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거동과 식사는 여전히 불편하다. 하지만 의식은 뚜렷하시다. 이런 저런 말씀도 하시는데, 횟수는 많이 줄어들었다. - 현 정국에 대해 특별한 말씀은 없었나. 특별한 언급은 없으셨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굉장히 언짢은 식이다. - ‘김영삼 민주센터’ 건립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현 이사진의 운영이 사실 맘에 안 든다. 내부 문제이긴 한데, 지난 대선 당시 상도동계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쪽으로 갈렸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과 앙금이 남은 상태에서 여전히 이분들이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다. 아버님 기념관을 짓는 일인데, 엉뚱한 것으로 언성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회의감을 느꼈고, 지난 9월 초 이사회가 있은 뒤 곧바로 그만둔다고 말하고 나왔다. 향후 계획 - 정치 일선에 다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은 없는가. 그동안 많이 속기도 했고, 일단 여당에는 관심이 없다. 한다면 건전한 야당이 바로 서야만 정치발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야권에서 역할을 할 생각이다. 지금 보면 한쪽으로 치우쳐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데,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야당도 힘이 있어야 견제가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야당은 정상적인 야당은 아니라고 보여 진다. 여당 지지율이 낮아져도 야당 지지로는 안 간다. 국민이 바라는 실질적인 야당의 상이 무엇인지 (민주당이)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부족한 것 같다. - 결국, 새로운 야당을 구성하겠다는 의미인가. 일단 건전한 야당이 재탄생하도록 그 쪽에 힘을 쏟을 생각이다. 개혁적이면서도 건전한 중도세력이 야당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역할을 할 계획이다. - 안철수 의원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현재 안 의원과 어떤 교감도 없다. 하지만 앞으로 야권을 전체적으로 묶어나가기 위해서는 안 의원 측과 교감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 정찬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