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 그리고 ‘여행’의 계절이라고 한다. 이른 새벽 추위가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는 가운데, 가을의 끝 무렵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갤러리 퍼플이 가을 기획전 ‘앉아서 하는 여행’을 11월 20일부터 2014년 1월 20일까지 연다. ‘앉아서 하는 여행’전은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를 주제로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다양한 작품을 보며 마치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여기에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저자인 건축가 승효상의 강연도 마련돼 책과 그림 모두 가까이 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는 여행을 통해 발견한 건축과 그것이 이루는 삶의 풍경들을 기록한 인문 에세이다. 승효상은 책 내용 중 베를린 분서기념관에 관한 강연을 할 예정이다. 1933년 괴벨스의 지시를 따른 소년 나치들이 토마스만이나 칼마르크스 등 유대인 학사들이 쓴 책 2만권을 불태운 현장에 세워진 기념비에 적힌 시인 하이네의 글 “책을 불태우는 자는, 결국 인간도 불태우게 된다” 내용을 중심으로 ‘책’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강연은 11월 20일 오프닝 리셉션에서 진행된다. 승효상의 강연을 시작으로 고영훈, 김남표, 김성호, 박선기, 서유라, 최재은, 황선태 작가가 참여한 전시가 펼쳐진다.
고영훈의 작품은 문화와 축적된 지식을 의미하는 책, 신문지 등에 돌뿐만 아니라 깃털이나 도자기, 꽃, 날개, 사진과 같은 오브제를 나열하면서 일상주변의 평범한 사물을 더욱 리얼하게 그려낸다. 김남표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의 작업과 같은 방식이지만 책을 소재로 한 신작을 선보인다. 동물과 책, 커피잔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존재하는 공간을 상상함으로써 사물의 고유한 기능적 속성에서 벗어나 거대한 풍경을 구성하는 구조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책을 탑처럼 쌓아 올려 그리는 작업을 하는 김성호는 이번 전시에 설치작품도 함께 출품한다. 책장 설치작업은 무수히 많은 책들이 꽂혀져 있던 어린 시절 작가의 추억속의 도서관 그리고 책, 책장에 관한 작가의 유년시절의 기억의 집합체로 보인다. 박선기 작가는 늘 공간과 우리의 시지각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인식의 차이에 대해 고민해 왔다. 그런 박선기의 작업에서 모든 것은 존재 문제로 귀결돼 진다.
책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서유라는 2007년 첫 개인전 ‘책을 쌓다’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책을 그리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녀가 그리는 책은 세상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기억의 편린이기도 하고, 인간의 삶 그 자체이기도 하다. 최재은은 조각, 설치, 건축, 영상을 포함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 활동을 해왔으며, 작품들의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는 장엄한 건축적 스케일과 섬세한 미적 감수성에 기초한다. 건축가 승효상 獨 분서기념관 강연 고영훈-김남표-김성호 등 작품 감상 불투명 유리를 재료로 작업하는 황선태는 책도 하나의 유리로 만들었다. 그는 “내 평면 작업 속의 모든 사물들은 희미하다. 한 사물의 세부적인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물의 성격이 강하게 표출되고 자잘한 이야기가 사물의 존재 그 자체로부터 독립해 우리의 사고는 사물로부터 어떤 특별한 선입관에 묶이게 된다”고 자신의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갤러리 퍼플은 “여행을 떠나는 순간과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목적지에 대한 부푼 기대감은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손에 들었을 때의 설렘, 기대감과 같은 것”이라며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쳐드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우리를 깊은 사유와 사색의 세상으로 여행하게 한다. 깊어가는 가을, 책장 가득한 책 향기와 함께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의 시간을 만들어보고자 한다”고 전시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한편 갤러리 퍼플은 (주)벤타코리아와 함께 미술작가 작업실과 전시 공간 후원프로그램 ‘G.P.S(Gallery Purple Studio)’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작가들이 더 열심히 창작 활동에 몰두 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경기문화재단과 작가를 후원할 수 있는 기부 프로그램 ‘G.P.S Art Navigator’를 만들었다. 2013년 7월부터 프로그램이 시작됐고, 현재 후원자 21명이 남양주 갤러리 퍼플 스튜디오 작가 7명(김세중, 박제성, 신건우, 신기운, 이세경, 장원영, 정직성), 파주 갤러리 퍼플 스튜디오 작가 2명(차영석, 황선태)을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