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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한구 수원대 교수, 기업가정신이 혁신을 깨운다

기업가정신이 살아야 글로벌시장에서 더욱 더 성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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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3호 이진우⁄ 2013.11.18 11:43:42

파란만장한 한국 기업사를 돌이켜보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 역사 속에서 기업이라는 존재가 태동하던 시기에는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그늘이 있었고, 해방 이후에는 6·25전쟁의 상흔을 딛고 기업들의 부흥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들은 개발독재 시대로 불리던 고도 성장기를 거쳐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잘도 버티며 성장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적 기업으로까지 우뚝 서 많은 나라가 한국 기업들의 강점을 연구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기업이 어떠한 역경에도 좌절하지 않고 잘 헤쳐 나오며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 기업가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기업가정신이란 자원 또는 인력, 사회적 제약 속에서도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사업화하는 기업가의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그리고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렸던 피터 드러커도 한국의 기업가가 세계에서 가장 왕성한 기업가정신을 소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한구 수원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기업가정신은 인간 의식의 소산으로 사람에 따라 혹은 지역이나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점은 환경요인으로 사람들이 어떠한 문화 환경 속에서 성장했는가에 따라 사회적 성향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기업가 정신은 우리만의 특수한 역사 문화 환경 속에서 형성된 후천적 차별성이 존재하고, 이것이 인간의 고유한 속성과 병존하면서 발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드러커(1909~2005)는 ‘넥스트 소사이어티(Next society, 2007)’에서 “불과 40년 전만 해도 한국에는 산업이 거의 없었다. 6·25전쟁으로 한국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은 20여개 산업분야에서 세계 수준에 이르렀고 조선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세계 리더가 되었다”고 한국을 격찬했다. 현재 한국 기업은 조선은 물론 반도체, 가전,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단연 세계적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 또는 기업가라는 말은 300여 년 전 프랑스의 중상주의 사상가인 리차드 깡디온(1685~1734)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조셉 슘페터(1883~1950)에 의해 기업가 정신이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고, 드러커가 이를 다시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교수는 “18세기 말 산업혁명 이후 고도성장 시대를 맞아 실업자 양산 및 노동자 궁핍화 등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사회불안이 가중되자, 분배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며 당시 경제학은 온통 양극화문제 해소에만 관심을 기울였다”면서 “이에 따라 기업가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소홀해 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득 증가 및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나 사회구성원 모두의 행복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이후 경제학은 ‘효율성’과 ‘형평성’ 그리고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학문으로 자리매김했는데, 슘페터나 드러커 등이 기업가 활동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업가정신 없는 경영자는 반드시 망한다 슘페터는 당시 경제학자들 중 유일하게 기업가 활동에 주목했다. 그는 ‘경제발전의 이론(1912)’에서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기본공준인 ‘균형과 최적배분’보다는, 혁신적 기업가에 의해 초래된 동태적 불균형을 건강한 경제의 규범으로 하고 기업가를 경제 변동의 중심적 존재로 판단했다. 혁신적 기업가는 ‘새로운 생산방식 및 신제품을 만들어 신시장을 개척함으로써 기존의 균형 상태를 깨뜨리는 자’로서, 혁신행동이야말로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고 해서 모두 기업가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후 기업가에 대한 지속적인 학문적 진화의 결과, 드러커는 ‘이노베이션과 기업가정신(1985)’에서 기업가를 ‘변화를 탐구하고, 변화에 대응하며, 변화를 기회로 이용하는 자’로 정의하고, “기업가 정신이 없는 경영자는 반드시 망한다”면서 기업 경영과 기업가 정신은 별개가 아니라고 역설했다. 또한 경제번영을 위해서는 변혁을 일으키며 새롭고 이질적인 가치가 창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 기업가야말로 혁신행동을 실천하는 자로 간주한 것이다. 이 교수는 기업가의 조건에 대해 “기업가는 남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업기회를 포착해 비즈니스를 창조하는 존재다. 사업기회를 포착한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기꺼이 구입해줄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발견하거나 혹은 기존의 재화나 서비스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기업 경영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기업가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영에 집착하는 이유는 성공할 경우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보다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기업가는 자신의 영리 추구 뿐 아니라 임직원 및 소비자의 복리증진, 협력회사와의 상생, 국가를 포함한 인류사회 발전 등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기업가들이 경영이념을 인재양성, 사업보국, 인류와 사회에 기여, 윤리경영 등을 표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1910~1987)은 ‘호암자전(1986)’에서 “사업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한 개인이 아무리 부유해도 사회 전체가 빈곤하다면 그 개인의 행복은 보장받지 못한다.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이 사업이며 따라서 사업에는 사회성이 있고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 또한 사회적 존재인 것이다”고 언급했다. 기업은 자본주의의 꽃이며, 기업가 활동이 왕성해야 자본주의 사회의 번영이 담보된다. 미국과 유럽이 장기간동안 세계 경제를 리드할 수 있었던 기초가 기업가 활동을 촉진하는 특유의 사회경제적 환경(=자유방임적 자본주의)이 조성됐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수많은 기업가들이 왕성하게 기업가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무수한 일자리를 창출해 가계의 소득 향상과 정부의 재정수입 확대 등을 견인했던 것이다. 이 교수는 “그렇다고 해서 사기, 약탈, 폭력, 탈세, 정경유착 등을 통한 이윤추구는 결코 용인될 수 없다. 세계적인 재벌 가운데 일부가 부의 축적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탓에 성공한 후에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면서 “따라서 기업가 또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가 추구하는 ‘공동의 선(善)’을 구축하는데 이바지해야 하는 책임,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성공하는 기업가는 무엇이 다른가? 지난 반세기동안 한국 기업들은 드러커가 언급한 것처럼,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이에 선진국들조차 한국 기업들의 저력에 경의와 관심을 표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업가들은 변화 자체를 즐긴다. 변화 속에 반드시 새로운 사업기회가 내재돼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해방과 6·25전쟁, 산업화, 민주화, 개방화, 외환위기 등 간단없는 변화의 연속이 끊임없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기업가들에게 제공해왔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기업가 정신이 있었기에 현재의 한국이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현대 기업가에게 요구되는 대표적인 능력은 첫째, 기업가 정신과 둘째, 관리자 정신 그리고 리더십을 겸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업가정신은 ‘현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어 변화시키고 혁신하는 것’으로, 리더십은 ‘기업가 정신과 관리자 정신을 적절히 응용하는 능력’을 각각 의미한다. 반면에 관리자 정신은 경영안정을 유지하고 조직의 효율성을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즉 경영목표를 세우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을 뜻한다. 이에 이 교수는 “관리자 정신은 일정한 틀 속에서 최적의 조건을 찾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으로 기업가 정신과는 대조적이긴 하지만, 기업경영에서는 이 두 가지 정신이 모두 필요하다. 실제로 경영현장에서 사장은 기업가 정신이 왕성하고 임원은 관리자 정신이 왕성한 경우가 자주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 기업가정신의 요체로 ① 사업보국 ② 캔두이즘(Can-doism) ③ 빨리빨리 ④ 기업인재 육성 ⑤ 황제경영 등 5가지를 제시했다. 5가지 모두가 한국 기업가에게만 있는 기업가 정신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천한 한국 기업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한국 기업가의 마음에 뿌리내려 지금까지도 그 정신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사업보국’ 정신은 기업이 수익을 내고 성장을 이룩한 데는 국가의 정책에 호응하고 협조한 국민들이 있었기에, 이에 보답해야 한다는 순수하고 합리적인 동기가 내재돼 있다. 이 정신은 한국 기업 태동기부터 싹이 터 1980년대 말까지 한국 경제를 지배했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 시대를 맞아서는 ‘인류와의 공생’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삼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삼성은 1980년대 말까지 경영이념으로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경영을 내세웠다. 이후 1990년대 들어서는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로 업그레이드 됐다.

‘캔두이즘’ 정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공하는 모든 기업가의 DNA에 강하게 내재돼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가에게서는 캔두이즘에 더해 ‘무모’와 ‘뚝심’을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인 1919년 김성수가 설립한 경성방직은 당시 조선 광목시장을 석권한 일본 도요방직에 맞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진취적인 도전정신을 보여준 상징이랄 수 있다. 해방 이후에는 수출과 건설을 통해서, 박정희 시대엔 군사문화까지 가세해 포항제철의 신화에서 볼 수 있듯이 절정을 이뤘으며, 그 정신이 이어져 지금은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한국 제품이 수십여 개에 이르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빨리빨리’ 정신은 대한민국 고유의 특허 정신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리고 이는 과거에는 단점이 더 많이 부각됐었지만, 디지털 시대와 더불어 스피드가 생명인 오늘날에는 오히려 한국의 기업가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됐고, 이제는 넓은 세계가 좁다는 듯 훨훨 날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대폭적인 공정 단축으로 고품질의 신차 모델을 빨리빨리 시장에 투입해 지금은 세계 5대 완성차 반열에 올랐다. 삼성도 1990년대 말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에 힘입어 전략적으로 경쟁자들보다 한 발 앞서 디지털화를 도입해 그들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기업인재 육성’은 거의 모든 나라의 기업가들이 모두 강조하는 기업가 정신이지만, 기업 후발국가인 한국 기업가의 인재 갈망은 그 어느 국가의 기업가보다 강하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기업은 사람이다”고 할 정도로 인사를 경영의 핵심으로 삼았다. 그는 자서전에서도 “내 일생을 통해 80%는 인재를 모으고 교육시키는데 시간을 보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천재경영’을 모토로 삼고 있다. 아울러 LG, SK, 두산 등 거의 모든 기업들 역시 인재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한국 특유의 ‘황제경영’은 견제장치 부재란 역기능이 문제이나 공격경영에 매우 효과적이다. 공격경영을 지향하는 기업가 중에서 아마도 리더십이 약한 기업가는 없을 듯하다. 일제 강점기 때는 살아남기 위해서, 산업화 시대엔 한국 제일을 쟁취하기 위해서, 오늘날의 글로벌 시대에는 세계적 리더가 되기 위해 끊임없는 공격경영을 펼쳐 나가고 있다. 이에 일부 학자는 “더 무모하게, 더 화끈하게, 더 단순하게, 한국만의 강점에 집중하라”고 독려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기업가정신에 대한 연구 분야는 아직 학문적으로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상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런데 기업가정신이 살아 있어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많은, 더 깊은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한구 수원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 학력 고려대 정경대학 경제학과 고려대 대학원 경제학과 한양대 대학원 경제학과 - 경력 수원대 경상대 학장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 원장 - 저서 <한국재벌사> <일제하 한국기업설립운동사> <대한민국 기업사(상, 하, 공저)> <한국의 기업가 정신, 2013> -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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