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4호(창간) 정찬대⁄ 2013.11.29 17:54:04
“각 당의 지도부와 실제 주인이 다르기 때문에 대치정국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일 CNB와 인터뷰에서 현 정국을 이렇게 진단했다. 신 교수는 “여야 대표가 만나도 서로 다른 쪽을 향하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친노를,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쳐다보는 꼴”이라며 “이러니 대치정국이 풀리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야권의 특검 요구에 대해서는 “제대로 의혹을 밝힌 적도 없는 특검에 매달리는 민주당이나, 죽자고 안 된다는 새누리당이나 모두 똑같다”며 “결국 정략적 의도에 따른 쇼”라고 일침 했다. 신 교수는 또 ‘안철수 신당’ 출범과 관련 “아직까지 전국적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며 “안 의원의 인물난은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양당제가 확고한 우리나라 정치구조상 새 정당을 만들어 성공한 예는 별로 없다”며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을 안 의원 측에 내주게 되면 민주당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 야당의 적통성을 부여하는 임무를 지닌 호남에서 안 의원을 택할 경우 민주당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한 뒤 “그렇게 되면 민주당과 안 의원이 향후 갈등관계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향후 충청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인구와 자본이 늘어나면서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선 이후 우리를 괄시하네’라는 시각이 강하다”며 “그런 차원에서 보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개편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음은 신율 명지대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 여야 대치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풀어갈 돌파구가 절실한데. 각 당의 지도부와 실제 주인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대치정국이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이다. 즉,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에게 어떤 얘기를 해도 그 내용은 실제 박 대통령에게 하는 것이고, 황 대표는 김 대표에게 말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친노(친노무현)에 하는 꼴이다. 상황이 이러니 대치정국이 좀체 풀리지 않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친정체제가 확립되면 특정 정치인이 자율성을 갖고 문제를 풀 수도 있겠지만, 민주당의 경우 이것이 쉽지 않다. 결국 여야 간 대치정국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두고 여야 간 입장차가 상당하다. 지금까지 12번 정도의 특검이 있었지만, 제대로 의혹을 밝힌 적은 한 번도 없다. 결과가 뻔한데 한쪽은 특검하자고 난리고, 다른 한쪽은 안 된다며 반대한다. 그리고 청와대는 관전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민들이 봤을 때 모두가 웃긴 상황이다. 제대로 의혹을 밝힌 적도 없는데 특검을 하자고 매달리는 민주당이나, 죽자고 안 된다는 새누리당이나 똑같다. 결국 정략적 의도에 따른 쇼라고 보여 진다. 다만, 국정원 개혁특위는 문제가 다르다. 박 대통령 시정연설을 보면 국정원 개혁방안을 국회에 제출할 테니 이를 검토해달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모든 것을 원점에 놓고 특위에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큰 차이다. 결국 이 부분에 있어서의 논쟁과 이견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 국가기관에 의한 정치개입 사건은 결코 단순한 사인이 아닌데.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국가기관의 정치댓글 문제는 선거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분단 상황이다. 독일도 과거 분단됐을 당시 서독 선거에 동독이 개입하곤 했다. 이를 동풍(東風)이라 불렀는데, 북한도 마찬가지다. 휴전선의 긴장상태를 조성하거나 인터넷 심리전을 통해 일정부분 우리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 결국 이에 대해 맞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디까지가 선거개입이고, 어디부터가 심리전인지 그 기준이 모호해진다. 서구식 개념으로 보면 댓글이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분단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북한이 인터넷을 통해 특정후보를 비방하고 낙선운동을 편다고 해서, 국정원과 군이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비방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보여 지는데. 중요한 문제제기다. 북한이 특정후보를 비방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특정후보를 지지해야 하는지, 다른 후보를 비난해야 하는지, 아니면 둘 다 해야 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심리전은 맞대응이다.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 심리전을 펴느냐에 따라 우리의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북한 대응에 맞서 특정후보를 지지한 것이 대선개입으로 봐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발생할 수 있다. 무엇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금처럼 한쪽을 무조건적으로 대선개입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 박 대통령이 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와 문형표 복지부 장관을 조만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꼬인 정국이 더욱 경색될 것으로 전망 되는데. 잘했든 못했든 야당이 이렇게 나오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청와대나 여당은 민주당의 카드가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장외투쟁까지 했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점에서 야당의 카드가 없다고 확신하고 더욱더 밀어붙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야당은 최후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극렬하게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막아야 한다. 청와대가 인사를 밀어붙이는 것은 아주 잘못됐다고 본다. -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말하고 있는데, 현재 남북관계는 신뢰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제도에 기반을 둔 신뢰여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방향성은 맞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를 박 대통령 임기 내에 구체화하는 것은 힘들다고 본다. 현 정부는 대북정책에 일관성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북한과의 접촉을 통한 대북정책이 아닌 방어적 의미에서 대북정책이다. 북한을 어떻게 다룬다든지 북한과 뭘 하겠다는 측면에서 판단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 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및 미(未)이관 사건과 관련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대화록 실종과 NLL 포기발언은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NLL 포기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본다. 다만, 이와 별개로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이 없는 것은 실종이고, 누군가는 책임져야할 문제다. 실수로 대통령기록관에 보관하지 않았다고 해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2급 기밀임에도 1급 기밀로 높여서 국정원에 보관한 이유도 설명해야 한다. 이는 NLL포기 때문이 아니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저자세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대화록이 있다고 했지만, 정작 있어야할 곳에 없었다.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고 본다. - 대화록 불법열람 및 유출의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있을 당시 본 기밀을 국회의원이 된 뒤 누설한 것이 됐다. 본인은 정당한 의정활동이고 면책특권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두고 봐야할 문제다. 특히 새누리당 당사에서 이와 관련된 브리핑을 했다면 더 큰 문제가 된다. 결코 면책대상이 될 수 없다. 지금 보면 정 의원 혼자 이 문제를 안고 가려는 듯한 느낌이 든다. -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향후 권력구도 변화를 전망한다면.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서청원 의원이 당권 경쟁을 할 것이란 관측이 많은데, 김 의원은 서 의원의 적수가 못 된다. 정치 경력이나 뿌리로 보나 급이 다르다. 특히 서 의원 뒤에는 박 대통령이 있고,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이 꺼리는 사람이다. 상황이 이러니 싸움이 안 되는 것이다. 일단 지방선거까지 황우여 대표 체제로 갈 수도 있다. 의석수는 이길지 몰라도 수도권에서 패할 경우 서 의원(또는 친박)이 나서자마자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내년 지방선거는 그야말로 혈투다. 특히 친노와 손학규가 당권 경쟁을 놓고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지방선거는 단순히 시의원, 구의원 뽑는 것이 아니다. 계파가 누구냐에 따라 4년 후 대선후보 경선을 결정짓는다. 그런 점에서 양보란 있을 수 없다. - 새누리당 내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미래권력’으로 지목되는데. 17대 총선 당시 부산에 갔는데, 김무성 의원의 인기가 상당했다. 하지만 그 인기는 친박연대를 이끄는 좌장으로써의 인기였다. 박 대통령 때문에 김 의원의 인기도 있었던 것이다. 김 의원은 달 같은 존재다. 아직은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가 아니다. 그 상태에서 세를 모으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 최근 충청의 목소리가 커지는 등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부권 카드’가 대두되는 것 같다. 주목해볼 문제다. 사실 충청권에 정당이 없었던 적은 없다. 과거 자민련 시절에는 50여개의 의석을 차지한 적이 있다. 결국 우리도 정당을 만들어서 충청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인구와 자본이 늘어나면서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는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개편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4·11 재보선에서 충청권이 이완구 의원에게 몰표를 줬던 것은 이 의원이 잘해서라기보다 ‘대선 끝난 뒤 우리를 괄시하네’라는 시각이 강했다. - 안철수 신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파급력에 대해서 어떻게 전망하는가. 실행위원의 면면을 보면 전국적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좋은 인사들이 안 의원 쪽으로 안가기 때문이다. 결국 안 의원의 인물난은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양당제가 확고한 우리나라의 정치구조상 새 정당을 만들어 성공한 예는 별로 없다. 지역맹주(영·호남)나 대통령이 만든 정당은 그래도 가능한데, 안 의원은 지역맹주도, 대통령도 아니다. 만약 이런 상태에서 당을 만들어 성공한다면 한국정치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다. 물론 열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데 그만큼 어렵다. -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이 호남을 두고 상당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치에 있어서의 바로미터는 호남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정치적 전환점을 호남이 마련해주었고, 특히 광주·전남이 그래왔다. 호남은 야당세가 강하다. 이는 반드시 지역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호남을 단순히 특정지역으로 분류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 야당의 적통성을 부여하는 임무가 있는 곳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이 안 의원을 택할 경우 민주당은 상당히 어려워진다. 제1야당의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의 갈등도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이 수도권에서 단일화 할 것으로 점쳐지는데. 그간 연대해서 이긴 적이 별로 없다. 야권연대의 신화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단일화해도 서울·경기는 모르겠지만, 다른 지역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이 호남을 내놓으려 하겠는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 정찬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