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화 전반에 공통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품 미학을 '가와이이'(귀엽다)란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는 문화 비평서가 한국어로 나왔다. '가와이이'라는 말은 이미, 오늘의 일본과 일본 문화를 읽어내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이자 세계적으로 대중소비문화의 중요한 속성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가와이이 제국 일본'은 저자 요모타 이누히코가 말했듯이 "그토록 중요한 주제인데도 아직까지 본격적인 분석의 대상이 된 적이 없는 '가와이이'현상을 최초로 다룬 책"이다. 저자에 의하면 '가와이이'는 작은것(미니어처), 그리움(노스탤지어), 아이스러움, 미성숙 등을 그 미학적 구성 요소로 하고 있다. 전방위적 문화 비평가 요모타 이누히코는 일본 소녀문학의 기원을 연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일본의 고대 문학,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 등 문학 작품과 헬로키티, 포켓몬스터 등의 캐릭터, 세일러문 같은 미소녀 문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같은 대중문화, 대학생 대상 설문조사, 각종 미디어 분석, '모에'의 성지라 불리는 아키하바라(오타쿠라 불리는 남성들의 거리)·이케부쿠로(소녀 문화의 메카)·신주쿠니초메(세계적인 게이존)의 현장 탐방을 통해 '가와이이'라는 단어의 기원에서부터 시작해 다양하게 표출되는 '가와이이'현상의 본질에 다각도로 접근한다. '가와이이'가 일본 문화의 어디에 기원을 두고 있는지, 다양한 변천을 거쳐 오늘의 일본을 뒤덮는 거대한 신화로 군림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가와이이' 미학이 어떠한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가와이이'는 미학적으로 미와 그로테스크 사이에 있는 광대한 영역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작동하고 있다. 작은 것, 어딘지 그리움을 자아내는 것, 지켜주지 않으면 금세 부서질지 모를 정도로 취약하고 덧없는 것, 어딘지 로맨틱해 사람을 정처 없는 몽상의 세계로 이끄는 힘을 가진 것,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것이 '가와이이'의 현상적 미학이다. 이 미학적 향신료가 일본 대중문화 상품의 곳곳에 듬뿍 뿌려져 일본 소비문화 상품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결정적인 경쟁력을 만들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지은이 요모타 이누히코 △옮긴이 장영권 △펴낸곳 펜타그램 △232쪽 △정가 13000원.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