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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기 문화 칼럼]“옛날 기와는 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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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5호 박현준⁄ 2013.12.02 10:59:00

기와는 습도와 온도변화에 견딜 수 있는 내구성과 방화성·방수성의 특징을 가지며 한국적인 미관성은 물론 권위(權威)와 부(富)의 상징이었다. 기와는 모래가 섞인 점토로 판을 만든 뒤 암·수키와와 물레를 사용하여 일정한 모양(수키와·암키와·막새기와 등)으로 만든 다음 햇볕에 잘 말려서 가마에서 높은 온도로 구워서 지붕을 덮는 건축재료이다. “우리의 옛 기와는 숨을 쉬었다.” 전통기와는 투박하다. 매끈한 다듬질로 마무리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에만 노력을 기울여 기와 본래의 임무인 비가 새기 않고 갈라지거나 트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기와는 1,000도 이상의 온도로 구워내어 강도와 흡수율이 우리의 풍토에 적합하다. 그래서 겨울에 얼어서 터지는 일이 적어 눈과 빗물이 새지 않아 건물에 쓰인 나무가 썩는 것을 막아준다. 옛 기와는 비나 눈이 오면 전면적으로 전체적으로 골고루 물을 흠뻑 머금었다 날씨가 개면 똑같이 증발시킨다. 그러니까 날씨변화에 따라 기와전체가 동시에 젖었다가 말랐다가 얼었다가 한다. 이것은 바로 팽창계수가 동일하여 추위와 더위에 깨어지지 않고 오래 갈 수 있는 관건이 된다. 기와의 단열효과로 여름의 더위 공기나 겨울의 찬공기를 막아주어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지붕을 덮는 건축재로 널리 이용되었다. 동시에 건물의 경관과 치장에도 사용되었다. 요컨대 기와는 단순한 건축부재가 아닌 우리 겨레의 과학성과 실용성이 담긴 과학기술의 산물이다. 기와는 너무 높은 온도로 구우면 강도나 흡수성은 뛰어나나, 겨울추위에 동파가 쉽다. 날씨 변화에 따른 기와 자체의 대응이 고정적이고 팽창계수가 달라서 쉽게 깨어진다. 중소기업형의 기와공장, 현대식 자동생산체제에 의해 대량 생산된 현대 기와는 동파 등에 견딜 수 있는 내구력 면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동파현상에 대한 문제 해결을 찾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강도실험, 비중, 흡수성 등의 실험수치는 산술적으로 현대기와가 우수하나, 실제 경험에서는 옛 기와의 내구성이 휠씬 더 길다.

우리 옛 기와는 비록 손으로 만들어 강도나 비중 면에는 현대 기계기와에 비해 떨어지지만 실제 경험과학상 날씨변화에 따른 기와자체의 적응으로 추위와 더위에 강해 동파가 적고 더 오래 간다. 옛기와는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즉 옛 기와는 우리나라의 자연 환경을 극복해 내는데 가장 적합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우리 전통 한옥의 재료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생활과학은 기와 말고도 많이 있다. 흙벽돌과 한지는 공기를 통과시킨다. 즉 이들은 숨을 쉰다. 흙벽돌은 내기와 외기의 공기투과 뿐만 아니라 습도의 조절을 한다. 한지 문종이는 바깥공기와 방안공기를 조절하는 필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오래된 문종이는 누렇게 변한다. 흙벽돌집과 한지문종이를 바른 집에서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맑고 깨끗한 이유가 한옥 재료가 갖고 있는 공기를 통과시키고 습도를 맞추는 자율조절기능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삶의 지혜와 방법을 밝혀내고 그것을 날로 메말라 가는 현대생활에 조화시켜 현대인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일, 그것은 곧 우리들이 이룩해야 할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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