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출신 작가 안젤름 라일리가 그의 작품을 한국 관람객들에게 소개한다. 국제갤러리는 안젤름 라일리의 개인전 ‘What About Love’를 연다. 이번 전시는 11월 28일부터 12월 31일까지 국제갤러리 3관에서 열린다. 전시명은 미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하트’의 동명 히트곡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어두운 전시장과 특정한 작품들 위로 집중된 조명 그리고 혼돈스럽고 감각적인 요소들로 가득 찬 설치작업을 통해 ‘스펙터클과 상실’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갤러리 바닥 전체에 걸쳐 펼쳐져 있는 설치작품은 서울 인근에서 찾아낸 오래된 공업용 부품이나 건축자재들 그리고 작가의 베를린 스튜디오에서 가져온 부서진 액자들과 이미 많은 주목을 받은바 있는 네온 작업들을 포함하고 있다.
오브제와 행위를 수집하고 차용하는 라일리의 미학적 문법, 즉 오래된 캔버스나 프레임, 철재의 파편과 네온 조각들의 더미 그리고 풍성한 붓질 등은 이제 작가의 고유한 아이콘이 됐다. ‘What About Love’전에서 세심하게 배치된 이 오브제들은 동시대 사회와 대중문화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진부한 소재들을 차용할 뿐 아니라 새롭게 재해석 해내는 라일리의 작업방식을 잘 드러낸다. 안젤름 라일리의 작품을 보면 무언가 철학적이고 고상한 의미가 담겨져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거창한 의미도, 메시지도 작품에 부여하지 않았다. 이번 개인전을 위해 11월 28일 국제갤러리를 찾은 안젤름 라일리는 “내 작품을 감상할 때 중요한 것은 관람객의 의지”라며 “작품을 보는 관람객이 무언가를 보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작품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인근서 찾은 공업용 부품 등 작업에 ‘스펙터클과 상실’ 주제 담아 그의 말인즉슨, 작품에 어떤 메시지를 담아 관람객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관람객들을 전시장에 내던진 것이다. 쓰레기 더미가 잔뜩 쌓여 있는 듯한 작품에서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을 것도 같은데, 이에 대해서는 “쓰레기들의 미학적이고 예술적인 의미를 생각했을 뿐, 환경생태학적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안젤름 라일리는 1970년 독일의 튀빈젠에서 태어났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 및 작업 중 이며 아카데미 슈트가르트와 칼스루에에서 수학했다. 라일리는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하는 주류 미술계가 형상회화를 추구하며 학파를 형성하는 것을 거부하고, 당시의 미술계의 시류를 벗어나 바넷 뉴만, 엘스워스 켈리 등의 추상화가들의 작업에서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독특한 추상세계를 확립해 왔다. 대표적인 전시로는 2006년 취리히의 쿤스트할레에서의 ‘아르스 노바 ARS NOVA’전과 2007년 글래스고의 현대미술관에서 있었던 ‘다섯 번째 꿈 5th Dream’이 있다. 또한 2012년 코펜하겐에 위치한 아르칸 현대 미술관에서 주최하는 ‘ARKEN PRIZE’를 수상, 그의 작품이 영구 소장 및 전시가 됐으며, 올해엔 프랑스의 그레노블에 위치한 마가장 국립현대미술관 ‘Ultracore’전 등에 참여했다. 그는 이외에도 런던의 로얄 아카데미와 테이트 모던, 이태리 베니스에서의 단체전에도 참가하며 활발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찰스 사치, 프랑소아 피노 와 더불어 크리스찬 보로스 컬렉션 등에 소장돼 있고 대표적인 프랑스 브랜드 크리스쳔디올과의 협력작업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