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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 큐레이터 다이어리]미술관의 반란

참여형 엔터테인먼트 뮤지엄, 성(性)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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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5호 박현준⁄ 2013.12.02 11:14:59

많은 일반인들이 가고 싶지만 선뜻 발길이 닿지 않는 곳 중의 하나가 미술관일 것이다. 그리고 말하고 싶지만 선뜻 꺼내기 힘든 얘기 중 하나가 바로 성(性), SEX일 것이다. 그렇다면 미술관에서 SEX를 이야기 한다면 어떨까. 이를 두고 예술과 외설을 논하는 것이야 말로 구시대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엔터테인먼트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산업은 현재 세계적인 관심사이자, 이미 우리나라에는 경제적 성장의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관련된 여러 저서에서 밝히고 있듯이,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특히 순수 예술계에서 엔터테인먼트를 활용한 콘텐츠는 여전히 ‘가볍고 고상하지 못한 돈벌이’ 이상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유진룡 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이해’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는 근원적으로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그것이 정신적·물질적으로 풍요하게 만드는 중요하고 유용한 가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할 뿐더러 문화의 놀이적 성격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각 계의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이미 엔터테인먼트의 산업과 문화에 익숙해 있으며,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출처, 2012년 전국 문화기반 시설 총람에 따르면 전국의 문예회관과 지방 문화원을 포함한 등록 박물관, 미술관의 총 수는 1286개 처에 이른다.(2011. 12. 31 기준) 그 밖에 일반 상업화랑 및 미등록 미술관 박물관 등을 더하면 현재 대한민국의 문화 시설은 총 계의 2~3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것은 다양한 장르와 형태의 미술관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가 기대하는 미술관의 역할이 증대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가 기대하는 미술관의 역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바로 대중성의 확보이다. 대중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고, 단순한 미디어 의존적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체험형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장난감을 주제로 한 박물관, 3D 미술관, 미디어체험관 등 다양하고 특색 있는 미술관들이 대중에게 큰 관심과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미술관의 엔터테인먼트 활용, 즉 대중성 확보라는 동시대의 니즈를 충족시킨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동시에 미술관은 복합 문화 공간, 종합 예술 공간으로서의 문화 서비스 역할을 해내야 하는데 반해 일반적으로 성인들이 미술관을 방문하고 프로그램에 참여 할 기회는 한정적이고 활용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콘텐츠의 다양성 부족과 성인 관람객의 상황(예를 들어 관람시간, 접근성, 관심사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며, 간혹 특이하고 참신한 기획들이 있다 해도 지속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은 미술관의 대중성 확보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 생각한다.

터부시 되는 성에 대한 기획전시 기대 미술관이 대중성을 확보하고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는 먼저 일반인들의 관심 대상이자 사회·문화적으로 트렌드가 되고 있는 여러 가지 현상 또는 주제들을 연구하고 이를 콘텐츠에 접목시켜야 할 것이다. 다양한 장르간의 결합을 통해 즐거움과 색다른 경험을 제공함으로서, 미술관이라는 장소가 문화ㆍ여가 생활의 하나로 인식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관람자가 참여 가능한 시간대의 폭을 넓히고 부담 없는 비용을 제시, 전시의 지속성을 높여 쉽고 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문화제공자의 서비스의식 중 하나이지 않을까? 대중의 입장에서 이러한 미술관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내고 있는 체험형 전시관중의 하나가 홍대에 위치한 트릭아이 미술관이다. 올해 여름 아이스 뮤지엄 개관으로 이색 즐거움을 제공한데 이어 성인을 위한 러브뮤지엄을 기획, 12월 오픈을 앞두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기존의 성 박물관 또는 해외의 SEX Museum과는 차별화 된 전시와 참여형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함으로서 건전한 성의 문화와 소비를 유쾌하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하니 크게 기대해 볼 만 하다.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사회 문화 속에서도 여전히 터부시되고 있는 성에 관한 콘텐츠를 수면위로 끌어올린 참신한 기획이라 볼 수 있다. 조선의 춘화, 인도의 탄트라처럼 성인만의 코드를 해학적으로 풀어낼 뿐 아니라, 현대 한국화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조각 작가들이 참여한 조형 작품 또한 전시된다고 하니, 오락과 문화를 동시에 충족시킬 엔터테인먼트 전시가 될 것이다. - 고경 산토리니서울 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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