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5호 김금영⁄ 2013.12.02 11:15:57
걸그룹 소녀시대가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로 활동할 당시 화제에 오른 의상이 있다. 청재킷에 ‘Sealed smile’ 시리즈로 유명한 김지희 작가의 작품이 어우러졌는데, 이 의상은 대중들에게 신선한 콜라보레이션 작품으로 각인됐다. 이 작업은 문화예술 마케팅회사 프로젝트 AA를 운영하고 있는 손보미 대표가 미술계에 발을 들이며 처음으로 선보인 데뷔작이다. 손 대표는 “정말 재밌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너무 상업적으로 갈까봐 판매는 하지 않았어요. 미술과 관련해 수많은 아이디어를 논하던 중 SM엔터테인먼트와 회의를 거쳐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게 됐죠. 단순히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옷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이 ‘이게 미술 작품이었구나’ 하면서 친근하게 다가온 점이 좋았어요. 이렇게 사람들과 미술 사이의 매개체가 되는 게 제 목표거든요.” 손 대표는 원래 존슨앤존슨 마케팅팀에서 근무했다. 성실한 근무 태도와 특히 트렌드를 잘 읽는 능력을 인정받아 근무 당시 마케팅 분야 상도 여러 번 받았다. 사업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던 중 전세계 석학과 CEO, 리더 등이 모여 세계 시장에 대해 토론,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게 됐는데, 특이하게도 손 대표를 만나는 사람마다 “사업해볼 생각 없냐”고 물었다. 손 대표의 타고난 사업가 기질을 알아본 듯 했다. “정말 제가 사업을 해도 괜찮을지 많은 사람에게 물어봤어요. 전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이거든요. 그런데 주위에서 모두 긍정적인 반응이었어요. 그래서 어떤 분야를 개척할지 고민했죠. 처음엔 제조나 교육 분야를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여행을 떠났던 경험이 미술을 선택하게 했죠.” 손 대표는 대학생활 마지막 여름방학 때 아프리카 대륙의 모로코라는 나라에 봉사여행을 떠났다. 이 경험을 담은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봉사여행’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세계 각지를 돌며 여행하다보니 각 나라에 있는 미술관을 자연스럽게 가게 됐다.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갔다가 나중에 들어보면 유명한 미술관인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 특별한 만남은 미술 분야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했다. 그래서 2013년 문화예술 마케팅회사 프로젝트 AA의 ‘손보미 대표’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AA는 ‘아시안 아트’(Asian Arts)의 줄임말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아티스트들을 글로벌하게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한국 포함한 아시아 아티스트. ‘글로벌하게 성장’ 의지 다져 손 대표는 특히 젊은 작가들에게 관심이 많다. 그는 “어려운 미술 시장에서 재능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작가들이 많은데, 이들이 세계 문화예술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돼주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딜러들이 현재의 유명 작가들을 키웠다면, 이젠 재능은 가지고 있지만 마케팅 전략이 없는 작가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 손 대표는 자신의 이름 앞에 항상 ‘글로벌리언’(Globalian)이라는 말을 적는데, 이는 ‘글로벌 시티즌’(Global Citizen)의 또 다른 말이다. 즉 나 혼자만 잘 사는 게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과 상생하며 클 수 있는 역할을 하자는 의지를 뜻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소통’이다. 혼자만 만족하는 전시는 열고 싶지 않다. “전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지루한 전시는 열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미술과 파티를 접목한 ‘마이동풍’전을 여름에 청담동에서 열었죠. 가수 싸이가 자신의 코드인 ‘강남스타일’의 말춤으로 세계를 흥겹게 만들었던 것처럼, 강남을 넘어 세계를 이끌어갈 한국적 아티스트 코드를 가진 현대미술 작가들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했어요.” 사진작가이자 영화배우인 김영호,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등이 함께 한 ‘마이동풍’전은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정적으로 관람하는 전시가 아닌,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무료 음료와 핑거 푸드를 즐기며 작품을 관람할 수 있어 눈길을 끌었다. 작가와의 아트토크쇼, 문화예술 인문학 강좌, 청작 장애우를 위한 수화 도슨트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됐다. 미술인으로서 전시만 선보일 뿐 아니라 좋은 일에 적극 동참하는 것도 눈에 띄는 손 대표의 행보이다. 4월 13일 ‘헌혈의 날’에는 김지희, 찰스장 작가가 팝아트 작품을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하며 재능 기부에 나섰는데 손 대표가 이를 진행했다. 문화 예술인들의 가치 있는 재능기부활동으로 국민들이 헌혈을 더욱 가깝게 느끼고자 하는 의도였다. 또한 5월 4일에는 작가들의 재능기부로 참여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도 추진했다. “서로 처음엔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함께 그림을 그리며 친해질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미술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연결해주는 힘이 있다”고 손 대표는 말했다. 그래서 자신 또한 미술로 사람들과 가까워지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프로젝트 AA는 다양한 문화계 인사들을 초청한 아카데미를 진행하며 사람들이 미술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원래 어렸을 때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는데 다시 꿈을 펼쳐보고 싶다”며 찾아오는 직장인들도 은근 많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묻자 손 대표는 “정부와 연계해 회색 거리를 미술로 아름답게 꾸미는 ‘아름다운 거리 만들기’를 하고 싶다” “음악과 미술이 잘 결합된 아트콘서트를 기획하고 싶다” 등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그 수많은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미술을 어떻게 볼지 모르는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전 미술계에 ‘눈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눈물이 존재하기에 눈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죠. 안 그러면 눈이 너무 건조하고 뻑뻑해서 제대로 눈을 뜰 수조차 없거든요. 제가 빛이 나지 않더라도 저를 통해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면 전 그거로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앞으로도 사람들이 더 많은 미술을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