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Economy Class Syndrome)이란 장시간 항공여행 후 심부정맥혈전증(DVT, Deep Vein Thrombosis)이 발생하는 증상을 말한다. 이 증상은 미국의 경우, 매년 약 200만 명이 앓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 그리고 그 중 60만 명이 폐색전증으로 발전되며 약 10%에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1954년에 이미 항공여행과의 관련성이 알려졌고 1977년에는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나왔으나 당시에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 10월 28세의 젊고 건강한 영국여성 엠마 크리스토퍼슨이 호주 시드니를 출발해 20시간 만에 런던공항에 도착한 후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 중에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인으로 심부정맥혈전증이 거론되자 이때부터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은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됐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은 항공여행뿐 아니라 버스나 자동차로 장거리 여행을 한 후에도 발생한다. 심지어 장시간 공연 관람 후에도 발생한다. 항공기에서도 일반석뿐만 아니라 상위 좌석인 퍼스트 혹은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에게도 발생된다. 따라서 이 명칭은 매우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좁은 좌석에 장시간 있으면 혈액흐름 느려져 여행 후 다리 계속 부어있으면 진료 받아야 특히 암환자나 과거에 본인 혹은 가족이 심부정맥혈전증을 앓은 경우, 60세 이상, 피임약 복용, 임신 말기와 분만 후, 전신 마취 후 혹은 최근에 받은 수술환자, 흡연, 비만, 최근에 장시간 침대에 누워 있었던 환자 등에서 발병하기 쉽다.
좁은 좌석에 앉아 장시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면 하지정맥 압박으로 혈액흐름이 느리고 혈관내막 손상으로 혈액 성분이 변화돼 정맥 내에 혈전(혈액 응고물)이 생기기 쉽다. 혈전이 잘 생길 수 있는 건강상태 외에 이러한 기내환경요인이 더해지면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로 하지정맥에 혈전이 잘 발생되므로 다리가 많이 붓고 아픈 증상이 나타나며 오래 서 있으면 통증이 심해진다. 그러나 약 50%의 환자에서는 증상이 없다. 전 미국 부통령인 댄 퀘일(Dan Quayle)이 항공여행 후 가슴 답답함을 호소했다. 처음에는 폐렴으로 진단 받았으나 다음날 증상이 악화돼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폐동맥색전증으로 확인돼 치료 받은 바 있다. 혈전이 폐혈관을 막는 폐동맥색전증으로 발전하면 숨차고 가슴통증이 찾아오며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은 질병의 발생 원인을 이해하고 기내에서 주의사항을 지키면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미국 항공우주의학협회의 권고사항은 다음과 같다. ① 다리를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도록 좌석 앞에 짐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② 몸을 죄는 자세로 잠들지 말며 기내에서 수면제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③ 항공여행을 하기 전과 여행 중에 충분한 물을 마시도록 하며 술은 마시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④ 좌석에 앉아 있는 동안 규칙적으로 다리 운동을 하자.
건강한 승객도 4시간 이상의 장거리 여행 후 6000명 중 1명은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행 후 다리가 계속 부어있으면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기내에서는 물을 포함한 음료를 자주 마시며 매 시간마다 발목과 다리를 움직여야 한다. 기내에서 운동할 목적으로 걷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기체 흔들림(turbulence)으로 다칠 가능성이 있고 많은 승객들의 좌석 이탈은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리가 붓는 경향이 있으면 탄력 스타킹을 착용하거나 다리운동기구를 사용할 수 있다. 이 기구는 좌석 아래에 놓고 한쪽 공기주머니를 밟아 공기를 다른 공기 주머니로 넣는 동작을 반복함으로써 혈액 흐름을 증가시키도록 돼있다. 혈관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앓았다면 항공여행에 앞서 주치의와 상의해 예방적 차원에서 혈전 용해제 복용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만일 건강상태가 안정적이지 않다면 항공여행을 미루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 한복순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