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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르노삼성·한국GM이 한국을 떠나면…“‘통상임금 衆智’ 모아야 경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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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8호(송년) 김경훈⁄ 2013.12.23 14:22:06

또 한 해가 저문다. 깨우침이란 주로 한 해라는 산을 오를 때 보다, 한 해의 마루턱을 내려올 때 얻는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을 내려올 때 보는 것과 같다.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을 내려놓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심(下心)과 방하착(放下着)을 평생 화두로 삼았어도 한순간 방심하면 결국 오도 가도 못하는 지경에 빠진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길목에서 가끔 이런저런 무한상상을 해본다. ‘이 세상에 꿀벌이 사라진다면…’ ‘동물들 희생 없이 겨울을 날 수 있을까…’ ‘르노삼성과 한국GM이 한국을 떠난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상이 때로는 우려를 낳지만, 때로는 그 우려가 현실이 되기도 한다. 꿀벌의 멸종위기와 캐나다구스의 ‘불편한 진실’ 꿀벌이 괴질과 한파로 사라지고 있다. 미국에선 꿀벌이 50% 이상 멸종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우리나라 과수와 채소작물에서 꿀벌이 기여하는 가치는 6조원이 넘는다. 세계 100대 작물 가운데 무려 71개가 꿀벌의 꽃가루받이에 의존해 생장한다. 인류의 식량을 좌지우지 하지만 그 존재와 가치를 잘 모른다. 숨 쉬는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과 같다. 아인슈타인은 지구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이내에 인간이 멸종한다고 경고했다. 캐나다 기업 캐나다구스가 만든 파카 캐나다구스는 우리나라에서 없어서 못 판다. 수입(한국회사 코넥스솔루션) 즉즉 매진이다. 영하 30도 극지방에 맞는 세계에서 가장 따뜻한 방한복이다. 근교 산을 오를 때 종종 에베레스트에서나 어울리는 등산복을 본다. 캐나다구스는 캐나다에 잘 어울린다. 캐나다구스 한 벌 만드는데 거위 수백 마리가 희생된다. 품질 좋은 가슴털을 얻기 위해선 살아있는 상태에서 털을 벗긴다. 모피코트도 물론이다. 꿀벌의 멸종위기와 파카·모피코트의 ‘불편한 진실’, 그리고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탈(脫)한국 러시’는 이제 상상이 아닌 현실이다. 이런 상상을 다시 불러온 건 12월 18일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 때문이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느냐 마느냐는 올해 재계와 노동계의 최대 화두였다. 통상임금 문제는 이젠 피할 수없는 현실이 됐다. 르노삼성 부산공장과 한국GM 군산공장이 최근 생산물량을 축소하고 있다. 중국의 생산공장 확대와 한국시장의 투자매력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르노그룹은 중국 우한시에 첫 공장을 가동한다. 2016년부터 연간 15만대를 생산할 계획이어서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물량축소가 본격 시작된 셈이다. 그 동안 한국GM 수출물량의 30%를 차지하는 유럽에서 GM 쉐보레 브랜드가 철수하기로 했다. 군산공장 생산라인의 축소는 불 보듯 뻔하다. 완성차업계 탈한국 러시, 통상임금과 관련 있나?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한국 이탈 현상은 많은 걸 알려준다. 겉으로는 우리나라의 잦은 파업과 높은 인건비, 늘어나는 각종 규제가 원인이다. 한편으론 다국적기업의 중국 생산기지 확대 전략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번 통상임금 확산과 깊은 연관이 있다. 연초부터 이들은 우리의 통상임금 문제를 주요 현안으로 다뤄왔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댄 애커슨 GM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돼야만 한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 근로자 1만6000명이 일하는 한국GM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부담해야 할 3년 소급분을 1조2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같은 경우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상임금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상 피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개정 등 발 빠른 대처로 파고를 헤쳐야 옳다. 노사정이 삿대질 하고 소송에 휘둘려서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상생의 중지(衆智)를 모아야 한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현대자동차 8개 글로벌 생산라인 중 차 1대 생산에 드는 투입시간과 편성효율(적정 인원 대비 실제 투입 인원비)면에서 우리나라가 꼴찌다. 종이로 불을 쌀 수 없다.(紙里包不住火) 진실은 드러난다.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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