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들꽃들의 매력에 빠져 비무장지대와 파주 일원의 자연을 찾아 다니며 들꽃들이 들려주던 이야기들을 기록해 왔던 저자 부부가 군락지가 훼손되어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개잠자리난초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후 후손들에게 온전히 남겨 주어야겠다는 결심을 한 이후 10년 동안의 발품과 땀의 기록을 2년여 집필을 통해 책으로 엮었다. 비무장지대는 1953년 정전협정에 의해 설정된 이후 올해로 60년을 맞게 됐다. 민족 분단의 상징으로서 비무장지대는 아직도 민간인의 출입과 개발이 제한돼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상황은 비무장지대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고란초, 쥐방울덩굴, 두루미, 천남성, 흑삼릉 등 희귀종들과 멸종위기에 놓인 법정 보호종들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생명의 땅 비무장지대 안에서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매서운 눈보라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아무런 불평 없이 묵묵히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내는 들꽃들의 모습은 때로 우리들을 반성하게 만들며, 생명의 경이로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에는 200여종에 달하는 들꽃들의 이름과 유래, 관련 정보 등 비무장지대에서 뿌리는 내리고 살아가는 들꽃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또 저자 부부의 오랜 경험이 녹아 있는 이야기들과 521장의 생생한 사진들이 들꽃 및 생태를 공부하거나 탐사에 나서는 이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지은이 김계성 △펴낸곳 세리프 △356쪽 △정가 14800원.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