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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골프 세상만사]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여기 골프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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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9호 글·김영두 (정리 = 이진우 기자)⁄ 2013.12.31 18:53:11

 

일반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페닐에틸아민’이라는 호르몬에 의한 화학적 작용이라고 한다. 바로 그 호르몬 때문에 첫눈에 반한 상대를 떠올리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 반 세근 반 합해서 여섯 근이 바운스한다.

또 사람들이 사랑을 시작해서 100일차 즈음에 최고조에 올랐다가, 사랑에 빠진 후 300일이 지나면 열정은 50%로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다가 1000일 즈음에는 물과 공기처럼 곁에는 있지만 존재가 드러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서로의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하는, 즉 눈빛 하나에도 서로의 의중을 날카롭게 읽어내는 연애의 1차원적인 시기가 가면, 그 이후부터는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하는 연애의 2차원 관문이 열린다. 이때는 갈등이 생기고 치열하게 싸우면서 화해하기를 반복하는 사이에, 어느덧 열정의 강도는 약해지고 상대에 대한 익숙함이 설렘을 밀어내면서 권태를 불러오게 된다.

불같은 사랑의 시기가 지난 후에 남성은 ‘바소프레신’, 여성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각각 분비된다.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은 서로에 대해 신뢰와 친밀감, 그리고 편안함을 느끼게 하며, 페닐에틸아민이 씌워 놓은 콩깍지를 천천히 벗겨낸다. 그래서 열정과 흥분의 날이 지나간 후에도 친밀감과 신뢰를 쌓으며 사랑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이다.

때때로 페닐에틸아민의 중독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콩깍지가 벗겨져서 지지부진해진 연애를 마감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의 신디아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성을 마비시키고 열정을 분출시키며 행복감에 도취되게 하는 페닐에틸아민이 지속 분비되는 기간, 즉 사랑의 유효기간은 길어야 3년이라고 한다.

딱히 이유를 댈 수는 없지만, 어느 틈엔가 골프 동무무리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버린 남자가 있었다. 어느 날 필자가 땜방 동반자를 찾다가 불현듯 그가 생각나서 골프라운드를 하자고 했더니, 이제 골프에 별 흥미가 없다는 그의 매정한 답이 돌아왔다.

사실 그는 누구보다도 골프를 사랑했었다. 푸른 골프장을 떠올리면 심장이 벌떡벌떡 바운스했고, 라운드 전 날은 흥분이 삭지 않아서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 라운드 하면서도 정타의 짜릿함은 가히 오르가즘을 능가하는 쾌감이라는 소리를 함부로 하고 다녔다.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골프장으로 내빼는 그를, 그의 아내는 그가 숨겨둔 애인을 만나러가는 줄 알고 미행했다고 한다. 골프에 남편을 빼앗기고 골프 과부신세로 전락한 그의 아내는 ‘골프냐 마누라냐’ 양자택일을 하라며 그를 윽박질렀었다. 그래서 그의 골프사랑이 30년은 갈 줄 알았는데, 3년 만에 식어버린 것이다.

필자는 그를 나무라는 대신, 사랑과 열정이라는 느낌에 무감각하다 못해 낯설어하는 그에게 골프도 아내도 다 같이 사랑하는, 페닐에틸아민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방법을 알려줬다.

편안한 권태에 빠지게 하는 옥시토신의 분비를 줄이고,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하는 페닐에틸아민 분비를 촉진시키려면 달콤한 멜로 영화를 함께 보라고 권유했다. 달달한 분위기에 빠져보라고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함께 운동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페닐에틸아민의 농도는 약 75% 이상 높아진다고 한다.

환상적인 부부동반라운드! 이것이 쓰러져버린 골프에 대한 사랑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불씨만 남은 것 같던 부부사랑에 확 기름을 끼얹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 김영두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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