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협업과 잘못된 협업의 차이 구별해야
▲2일 금융위원회 시무식에서 직원들이 서로 악수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은 전사적 협업이 전략 실행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믿고 있으나 ‘협업을 할수록 회사가 나아진다’는 믿음은 협업은 많이 할수록 좋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협업의 필요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핵심은 협업의 확대가 아니라 성과를 내는 올바른 협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제대로 된 협업과 잘못된 협업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업(Collaboration)이란 무엇인가?
‘협업’이란 진부함이 느껴질 정도로 익숙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협업에 대한 이해는 두루뭉술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협업의 정의를 살펴보면 ▲국립국어원: 많은 노동자들이 협력해 계획적으로 노동하는 일 ▲위키피디아: ‘모두 일하는’, ‘협력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공동 출연, 경연, 합작, 공동 작업을 가리키는 말 ▲웹스터: 특히 지적인 노력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공동으로 또는 함께 일하는 것 등으로 풀이된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누가 ‘협업’이란 단어를 말하면 평균 45세 직장인들이 함께 둘러 앉아 멋진 취지와 태도로 고상한 대화를 나누는 팀을 연상한다”고 언급, 협업은 단순히 일을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협업을 통해 뛰어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경우 시간·비용·지원만 낭비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조직 내 폐쇄적 문화를 타파하고 부서간 협업을 촉진하면서, 협업의 목표는 협업 자체가 아니라 성과 창출이라는 점을 잊어버린다.
이러한 관점에서 UC 버클리大의 한센(Hanssen) 교수는 협업이란 각 이해관계자들이 소통과 협력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행동으로 정의했다.
협업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성과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서 존재하며 잘못된 협업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즉 올바른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하고, 나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협업의 궁극적 의의다.
협업의 함정, 협업이 어려운 이유
올바른 협업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사내 협업이 정착되기 어려운 4가지 함정을 살펴보면, 먼저 ‘사일로(silo) 문화’에서의 협업으로 부서간 치열한 경쟁에 긍지를 느끼는 분권화된 기업이라면 성과를 창출하는 협업을 기대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사일로(silo)는 다른 부서와 소통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부서나 부문을 말한다.
2003년 애플의 아이팟에 반격을 시도했던 소니는 사내에 훌륭한 PC, 휴대용 오디오, 플래시메모리, 배터리, 콘텐츠(미국 & 일본 소니뮤직) 부서를 모두 보유하고 있어, 아이팟에 강력한 대항마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사내 각 부문·부서들 간 경쟁으로 다져진 소니의 기업문화는 소통 불가능으로 이어져, 아이팟 대항마로 출시 한 제품은 참담히 패배했다.
스트링거 당시 회장은 “사일로가 너무 많아 소통이 불가능했다”고 회고했다.
두 번째 함정으로는 적정선을 넘어 지나치게 협업하려는 ‘과잉협업’ 현상이 존재한다.
BP(British Petroleum)의 최고 경영진은 조직의 벽을 깨고 경계를 넘어 여러 부서의 직원으로 구성된 팀으로 함께 일하라는 주문을 반복했다.
이로 인해 엄청난 수의 협업팀이 생겨났고(탐사 부문에서만 수백 개의 협업팀이 활동, 심지어 헬리콥터 활용 협업팀도 존재) 관리자들에게서 과도하게 업무 시간을 빼앗아 갔다. 협업 그 자체를 위한 협업팀이 많았던 것.
이와 관련 존 레가트 BP 임원은 “문제의 본질은 잊은 채 아이디어만 공유하려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세 번째 함정은 ‘협업가치의 과대평가’로, 사업 부문간 협업이 엄청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는 믿음에 현혹된다는 것이다.
2000년 AOL(America Online)이 타임워너를 인수(3500억달러, 현재까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액수)했을 때, AOL은 자사의 인터넷 서비스 사업부와 타임워너의 콘텐츠 사업부가 협업해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고, 많은 비즈니스 스쿨에서 실패 사례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AOL의 임원들이 빠진 함정은 협업의 잠재 가치를 과대평가 했던 것이다.
마지막 함정은 ‘협업비용의 과소평가’다. 협업 추진 시 수반되는 갈등의 해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서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다.
협업 프로젝트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여러 부서의 사람이 한 팀에서 같이 일하는 것이면서도 실제로는 자기 부서의 이해관계에 얽매이는 경우가 많다.
스탠퍼드大 페퍼 교수는 이러한 원인을 사람의 본질적인 욕구로 설명했다. 개인은 조직의 계층구조에 따라 최하 조직에서 시작해 최상위까지 다양한 집단(예, 그룹-실-부문-본부-회사)에 속해 있는데, 개인에게 가장 근접한 집단의 안전과 이익을 가장 우선시 하는 경향이 있다.
협업 네트워크를 구성할 때 이러한 부정적인 면은 예상하지 못한 채, 협업 성과에 대한 낙관적 추측에만 기초한 전망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협업의 함정을 극복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협업을 달성할 수 있도록 협업기회 평가, 협업장벽 파악, 맞춤형 해결책을 실천해야 한다.
한센 교수는 기업이 어떻게 부서간의 장벽을 극복하고 체계적인 협업을 이끌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와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협업을 실행할 수 있도록 조직의 상황을 명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춰 최적화된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체계적 협업의 5大 비결
<비결 1>협업을 해야 할 때와 피해야 할 때를 구분해야 한다.
출범된 협업팀이 프로젝트의 목적을 두고 논쟁하고, 이해득실로 인해 벌어지는 부서 간의 갈등을 조정하느라 시간을 빼앗겨 본업 경쟁력이 저하되는 등 협업이 불러오는 보이지 않는 숨은 비용은 예상외로 크다.
따라서 협업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협업 프리미엄 = 프로젝트 수익-기회비용-협업비용’ ⇒ 협업비용을 줄이는 것이 성과창출을 위한 체계적 협업의 출발점이다.
<비결 2>협업을 방해하는 ‘협업장벽’의 명확한 파악이 요구된다.
9.11 테러는 협업장벽의 결과다. 9.11 이전에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가안보국(NSA), 국방정보국(DIA)을 비롯, 15개 정보기관이 알카에다의 모든 행동을 알고 있었다.
미 정부 조사 결과, 9.11테러를 사전에 예지하지 못한 이유는 각 기관들이 자신들의 목표에만 집중하고 타 조직과의 협력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협업장벽에 막혀 있었다.
“9.11테러 이전 정보기관들은 각기 다른 부문의 전문의 들이 제각기 검사를 하고 처방을 내린 것과 같이 행동했으며, 전문의들이 협업해 움직이도록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는 주치의 역할을 하는 존재가 없었다”(Lee Hamilton, 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 부위원장).
일반적으로 협업을 가로막는 장벽은 NIH(Not-Invented-Here) 장벽, 독점 장벽, 검색장벽, 이전 장벽의 네 가지다.
·NIH 장벽: 외부나 타 부서에게 도움이나 조언을 구하려 하지 않는 현상
·독점 장벽: 타 부서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주지 않는 현상
·검색 장벽: 적절한 정보와 사람을 찾기 어려운 현상
·이전 장벽: 잘 모르는 사람에게 지식이나 기술을 이전하기 어려운 현상
이 장벽들이 사내에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효과적인 협업을 위해서 해결해야 할 장벽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분석한 후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비결 3>협업적(T자형) 인재를 육성한다.
T자형 인재는 자신의 팀 성과에 집중(T자의 수직 부분)하면서도 다른 부서와도 협업 (T자의 수평 부분)할 수 있는 인재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적 성과가 큰 스타플레이어 대신에 성과와 협업 모두에 능한 인재를, 인사 관리의 모든 측면에서 중시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비결 4>브리지(bridge)를 활용한 강력한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브리지는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사람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으로 브리지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그 사람이 알고 있는 지식이 아니라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가까이 있고 친숙한 사람을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익숙한 얼굴보다는 브리지를 활용토록 사내 네트워크 내 브리지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비결 5>공간 협업을 활용한 강력한 네트워크 구축이다.
오프라인의 경우 사람들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선호한다. ‘책상이 가까이 있을수록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고 책상 사이가 25m 이상 떨어져 있을 때는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없다.
온라인의 경우 본사-지사 간 원거리 기업, 다국적 기업은 사실상 오프라인에서는 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협업 어플리케이션 등 시공을 좁히는 온라인 협업에 대한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방법 도입이 관건이다.
버클리大 한센 교수는 협업을 위해 ‘부서간 협업 기회의 진단’, ‘조직 내 협업 장벽 파악’, ‘T자형 인재와 브리지 육성’을 조언했다.
부서간 협업 기회 진단은 부문 및 부서 간 협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무엇인지, 협업 매트릭스 진단을 통한 세부적 평가 시도 등이 포함된다.
그룹 내 협업 장벽 파악은 소속 부서에 두드러지는 협업 장벽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협업 리스크를 최소화해 더 나은 성과 달성이 가능한 협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T자형 인재 육성을 위한 협업에 대한 인정·평가연계, 기업 내 다양한 직무를 경험한 장기 근속자 및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발견·확보함은 물론 브리지들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업무량과 근무시간 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글·이상현 포스코경영연구소 경영컨설팅센터 책임연구원 (정리 = 이성호 기자)
글·이상현 (정리 =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