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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재의 세상보기]“Do you need he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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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1호 유용재 동원대학교 교수⁄ 2014.01.13 14:51:23

미국체류 시절, 거주지 주변 대학에서 개최되는 음악회에 자주 갔다. 음악회 참석차 대학을 처음 방문 하던 날, 학교도 돌아볼 겸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캠퍼스 배치도를 보며 ‘어디를 어떻게 둘러볼까’ 하는 순간 누군가 옆에 와서 “You need help?” 하는 것이었다. “No thanks”라고 대답하면서 “참 별나게 친절한 사람도 있구나” 생각했다. 미국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그 후 가는 곳마다  “You need help?” 하며 다가오는 사람들을 많이 접하곤 했다. 미국 지리나 관습에 익숙하지 않아 머뭇거리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도움을 주기 위해 말을 걸어왔다. 

낯선 사람의 호의는 일단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곤 했던 우리나라에서의 습관 때문에 미국 도착 후 처음 얼마간은 이런 상황들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몇 주가 지난 후 부터는 주변의 도움을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그곳에서의 생활을 이어나갔다. 대부분 미국인들은 본인이나 가족 일처럼 친절하게 정성껏 도와줬다. 진심으로 고마웠고 언제부턴가는 그런 습성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짐짓 놀라기도 했다. 미국에 체류하며 미국민들의 생활에 조금씩 젖어가며 생겨난 변화였다.   

미국인들은 화재나 재난 등 타인이 위기상황이나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다. 평소에도 나눔과 배품을 실천한다. 지역사회나 교회에서의 각종 자원봉사나 재산 기부 등을 통해 개인적 연고가 없는 남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어느 계층,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발견된다. 

필자도 우리나라에서는 주위에서 만나게 되는 낯선 사람들을 열린 마음으로 대해준 기억이 별로 없다. 간혹 길을 물어오는 사람들에게나 알고 있는 사항들만 간단히 사무적으로 대답해 주는 것이 최대한의 호의였던 것 같다. 작은 기부마저도 졸업한 대학이나 재직하고 있는 대학 등 특별한 인연이 있는 단체나 기관에 한정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서울 명동 거리.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보편적인 도움과 배려는 그 사회에서 형성되는 믿음이나 신뢰를 강화시킨다. 반면 지인들에게만 관심을 보이는 사회는 혈연, 지연, 학연에 대한 의존이 심화되곤 한다. 이런 곳에서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유지하느라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자원의 낭비이다. 

또한 여기서 무엇인가를 이루어 내고자 하는 동기가 형성될 것이고 실제로 많은 성과와 결과물이 나온다. 이는 개인이나 조직이 보유한 본원적 능력 외에 네트워크의 형성 유무가 이들의 성과나 발전에 영향을 미쳐 결국 공정성을 훼손시키게 된다. 타인과 사회에 대한 신뢰 수준의 약화는 모든 활동과 거래에서의 비용(Transaction cost)을 증가시키고 사회전체의 성장 동력이나 경쟁력을 감소시킨다. 

미국의 정치학자인 푸랜시스 후쿠야마는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라는 개념을 들며 신뢰수준이 높은 사회나 집단은 정치·경제적 발전을 더 빨리 더 많이 이룬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만 주는 배려와 누구에게나 주는 배려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조건 없는 호의를 접하며 느끼는 행복과 충만은 또 다른 삶의 보너스다. 

유용재 동원대학교 교수(정리 =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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