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복수, 천관사복, 희귀 목판 등 최초공개
[서울=CNB]왕진오 기자= 말은 사람들의 영혼을 극락으로 전달하는 행복의 전령사다. 말을 아시아의 판각문화로 승화시킨 말 문양 관련 100점의 콘텐츠가 공개된다. 한국과 중국, 일본, 티베트, 몽골, 네팔 등 말 관련 목판 원판 40여점과 인출판화 30여점 그리고 판화만 현존하는 자료, 서책 등 40여 점이다. 강원도 원주시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에서 열린다.
1월 26일부터 4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 유물 중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작품은 ‘천관사복’ 이다. 정월 대보름 날 동양의 하느님인 옥황상제가 복을 내려 준다는 풍속을 판화로 표현했다. 섣달 그믐날 조왕이 복을 주신다는 풍속을 판화로 표현한 산서지방의 대표적인 연화 목판인 ‘선화복수목판’이다.
또 죽은 망자를 위해 49재 때 사용했던 목판으로 죽은 망자를 극락으로 인도하는 저승사자인 말을 탄 일직 월직사자와 죽은 망자를 심판하는 염라대왕과 망자를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아미타부처님’이 공개된다.
양면 2장으로 제작된 청나라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는 주로 불화로 남아 있으나 목판화로는 보기 드문 작품들로 수집한 후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일본작품으로는 1802년 발간된 채색 판본 ‘회본 고려악’이 선보인다. 이 판화는 중국과 일본의 명마들이 채색 삽화로 소개되어 있다. 일본은 불교국가 답게 열반도등 불화에도 말이 표현되고 있으며, 말 관련 불화도 소개되고 있다.
우리나라 작품으로는 불암사판 ‘석씨원류’(부처님 일대기)판본에 부처님이 출가를 결심하고 말을 타고 성을 넘어 출가하는 장면을 표현하고 있는 ‘유성출가상’이 눈길을 끌고 있다.
민간에서 사용했던 ‘신마’부적판화로 김유신장군 묘, 진성여왕 묘에 조각된 12지신 탁본이 소개되고 있다. 삽화에 아름답게 표현된 말 관련 자료들이 함께 선보인다.
티베트와 몽골의 말 관련 자료들은 타르초(기도깃발)라고 하는 깃발을 만들 때 사용하는 목판에 많이 사용되었다. 그림의 중앙을 장식하는 말 문양을 풍마(바람의 말)라 하여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문양이다. 서양 사람들은 Wind Horse라 부르며 티베트에 가면 기념품으로 많이 사오는 작품들이다.
바람의 말은 등에 타르초를 찍은 사람의 소원을 실고 하늘로 올라가 하늘의 신에게 빌고 그 소원을 받아 내려와 소원성취를 이루게 한다는 것이다. 고원지대인 히말라야에서는 바람이 많아 기도깃발이 움직여서 하늘의 응답을 내려오는 듯 하여 히말라야 지방에 가면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번 전시회 기간 동안에는 바람의 말을 천에 찍어 기도깃발로 탑에 매다는 송원성취 풍마달기 행사가 마련되어 관람객들에게 이색적인 체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에서 실시하는 생생문화재사업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에 대해 한선학 관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청마의 기상을 얻어 새로운 도약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의도로 백 마리의 말을 모아 전시회를 기획하였다.”고 말하면서 하늘을 나는 풍마의 기상으로 설날을 맞이하기를 기원했다.
2004년 문을 연 고판화박물관은 한국과 중국, 일본, 티베트, 몽골, 인도, 네팔 등 판화가 발전됐던 동양 각국의 고판화 자료들을 수집, 보관하고 전시하며 연구 교육하는 곳이다. 목판원화 1800여점과 판화로 인출된 고판화작품 300여점, 목판화로 인출된 서책 200여점과 판화와 관련된 자료 200여점 등 총 3500여점의 유물이 소장되어 있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