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종의 공공미술이 미래다]미술관의 패러다임 전환
장수종 이도공간 연구소 MetaSpace MediaLab 연구소장
터빈홀과 파빌리온, 가변적 설치와 참여 지향 퍼포먼스 지평 열어
정부가 문화육성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사회 공헌으로서의 문화예술이 주요 화두로 부상했다. 때맞춰 소외 계층에 대한 문화적 지원을 목표로 하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의 공공미술 후원은 신선하다. 앞으로 11년에 걸쳐 ‘테이트 모던 갤러리 터빈홀 (Tate Modern Turbine Hall)’에 90억원을 후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테이트 모던의 터빈홀은 인근 3개 공립학교에 예술 프로그램을 직접 지원하고, 창작 스튜디오와 패밀리 갤러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타가 인정하는 영국의 세계적인 미술관이다.
설탕 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벌어들인 테이트 경(Sir Henry Tate)이 지난 1980년 밀뱅크 (Mill Bank)에 위치한 자신의 갤러리에서 수집한 작품들과 8만 파운드(약 1억4000만원)를 영국 정부에 기증함으로써 시작됐다.
터빈홀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터너 프라이즈 (Turner Prize)와 유니레버 시리즈( Unilever Series)를 통해 현대 사회의 심각한 문제와 현대 미술의 다양한 이슈를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 못하고 수명이 다한 기존 건물에 새로운 기능으로 전용해 지역의 시공간적 특성을 그대로 유지한다. 건물의 고유한 특성을 활용해 주변의 활성화를 유도 했다는 점에서 건축계에 큰 충격을 줬다.
▲Sunflower Seeds by Ai Weiwei, Tate Modern Turbine Hall
테이트 경은 기획 단계인 1994년에 국제 공모를 통해 모두 148개 공모안을 접수했다. ‘Ando Tadao’, ‘David Chifferfield’, ‘Rafael Moneo’, ‘Rem Koolhaas’, ‘Renzo Piano’, ‘Hezog & Meuron’ 등 6개 출품작을 심사해 이 중 기존의 터빈홀을 대규모 공공 공간으로 계획한 ‘Hezog & Meuron’을 선정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터빈홀이 현대 미술의 실험적 양태인 가변적 설치와 참여 지향적 전위 퍼포먼스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제일제당과 유사한 식품회사 유니레버가 공사비 38억원을 포함한 77억원을 후원해 가변적 공간에 작품을 설치했다.
▲Tate modern turbine hall london arp
적선하는 모양새, 문화예술 지원 바뀌어야
루이스 부르주아와 후안 미로, 아니쉬 카퍼, 올라푸르 엘라아손, 부르스 뉴만, 레이첼 화이트 헤드, 카르센 홀러, 도리스 살세도,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스터, 미로슬라우 발카, 아이웨이웨이, 탁티카 딘, 그리고 티노세갈을 통해 현대 사회와 현대 미술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제공했다.
터빈홀은 그 설계단계에서 부터 재생 건축, 지역 연계, 그리고 시민 참여라는 공공성의 가치를 부각시켰다. 지금까지 건축과 예술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꿨다.
만약 공공미술의 역할이 단순히 예술 관계자들만의 장소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공간을 창출하는 장소라고 전제한다면, 그곳에서 전시하는 미술작품은 관객이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매개체라 할 수 있다.
▲Peter Parker Olafur Elias 001
갤러리의 부속 건물이면서도 매해 철거되는 임시 건축물 안에서 우리는 소통의 지속가능성 유추한다. 이런 점에서 터빈홀과 그 맥락을 같이하는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Serpentine Galleries Pavillion)‘을 소개하고자 한다.
주로 근·현대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며, 시민들이 공원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게 하는 파빌리온 2000년부터 매년 여름 약 3개월 기간 동안 독특한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건축의 가변 설치를 진행한다.
자하 하디드와 렘 콜하스, 알바로 시자, 다니엘 리베스킨트 등 매년 세계 최고의 건축가들에게 파빌리온 설계를 의뢰하고 있다. 비록 3개월짜리 한시적 건축물이지만 자연 환경과 상생하며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특화된 콘셉트를 통해 기술적 효율성과 경제적 목적성에 함몰된 건축의 조류에 새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거기서 현대 건축과 공공 미술에 대한 대안을 창출된다.
지난해 이곳에서 일본의 떠오르는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의 설치 작품이 진행됐다. 해마다 영국에서 공식적인 건축 설계 작업이 없는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공모하고 있다. 매번 새로운 임시 건축물을 제공하는 파빌리온은 건축이라기보다 일종의 공공예술이다. 공원이라는 공공장소에 용도 없는 건축을 제공한다는 것은 시민들에게 용도를 규정지을 수 있는 특권을 제공한다는 점 때문이다.
▲Ar serpentine uva fujimoto 03
공공 미술은 도시 공간에서 그것이 속한 공간적 맥락과 연결되는 도시의 요소들을 그 표현의 내부로 끌어들인다. 사람들이 공공 공간과 예술 작품의 내밀한 관계의 결합을 체험하도록 함으로써 그 본연의 목적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개념 없는 미술관을 무분별하게 더 짓거나 목적 없는 지역 축제를 확대 양산시키기 말자. 기존의 장소를 발견하고 우리가 보유한 시설을 활용하여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양태의 예술 양식과 작품들을 정리할 수 있는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낭인에게 적선하듯 진행되는 문화 예술에 대한 후원을 삼가자. 예술과 미술에 대한 프로그램을 스스로 개발하자. 공공 미술 정책에 대한 시민 참여의 장을 구현할 수 있도록 대중적 소통의 틀을 구축하자.
- 장수종 이도공간 연구소 MetaSpace MediaLab 연구소장 (정리 = 왕진오 기자)
장수종 이도공간 연구소 MetaSpace MediaLab 연구소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