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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정병국 의원]“평화는 무기뿐 아니라 문화로도 지킨다”

“경기 3.0시대 통해 ‘머무는 경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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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3-364호 정찬대 기자⁄ 2014.01.27 16:43:08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4선, 경기 여주·양평·가평)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진 CNB와 인터뷰에서 그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경기 3.0시대를 통해 ‘한 시간 더 행복한 경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통해 “서울 중심의 패러다임을 경기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설명도 곁들었다.
정 의원은 ‘문화 아이콘’답게 문화 전반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세상을 아우를 수 있는 힘이 문화 속에 있고, 이것이 바로 지식산업이자 창조경제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분단국가인 우리에게 문화는 ‘총’을 대신한 ‘평화’의 또 다른 상징이자 교류의 발판이라고 역설했다.

‘원조 소장파’로 불릴 만큼 그는 강성이다. 원칙을 바로잡기 위한 열정도 남다르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정치개혁에 앞장서 왔다.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선봉에서 현실정치를 비판했지만 제도권에 들어온 지금도 당시의 ‘강직함’은 그대로다. 이는 그간의 정치행적이 잘 말해준다.

한편, 경기 양평 출신의 정 의원(55)은 서울 서라벌고와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문민정부 시절 김영삼 대통령 비서관을 지낸 뒤 16대 국회에 입성함으로써 자신의 정치를 시작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사무총장,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4선 중진의원으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과의 일문일답>

-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했다. 출마의 변이 있다면.

4선 중진의원으로서 당에선 사무총장을, 국회에선 상임위원장을, 정부에선 장관을 지내면서 많은 경험과 정치적 현안을 살폈다. 그리고 ‘계속 정치한다면 국민들로부터 받은 성원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를 고민했고, 그 고민을 경기도를 통해 보답하기로 다짐했다. 경쟁력 있는 경기도가 한 발짝도 못 나가는 것을 보면서 많은 고민하게 됐고, 무엇보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울 중심의 패턴을 바꿔 경기가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자리, 교육, 문화, 안전(치안) 등이 잘 갖춰진 3.0시대의 개막을 통해 경기도민이 ‘한 시간 더 행복한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

- 경기 1.0시대와 경기 2.0시대를 뛰어넘어 경기 3.0시대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1960년대부터 1980년 초반까지 서울을 정비하면서 성남, 안산. 광명시 등이 만들어졌다. 이를 1.0시대로 규정했다. 이후 서울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주택난 해소를 위해 5대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를 만들고, 2000년 이후 우후죽순으로 아파트를 지었다. 이 시대를 2.0시대로 봤다. 이렇게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에 일자리나 교육, 문화 환경 등도 함께 개선돼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했다. 이런 부분 때문에 결과적으로 서울로 출퇴근하고 통학해야만 했다. 문화생활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이러한 고리를 끊자는 것이 제가 제시한 3.0시대다. 1.0시대는 쫓겨서 온 시대고, 2.0시대는 밀려서 온 시대다. 이제는 3.0시대를 통해 찾아오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저는 경기도를 산업별·지역별 유사성에 따라 3개 권역으로 분류했다. 경기 남부권(K-밸리), 경기 서북부권(K-팝밸리), 경기 동북부권(K-아트 밸리)이 그것이다.

경기 남부권은 소프트웨어 산업인 판교·광교 테크노빌과 용인, 화성, 평택의 삼성·엘지전자 등 하드웨어 단지를 묶어 아시아의 새로운 실리콘밸리를 만들 계획이다. 또 DMZ와 여러 군사보호 시설이 있는 경기 서북부는 역발상을 통해 기존의 K팝이나 한류 등을 접목, 안보와 생태 그리고 문화가 어우러지는 아시아의 새로운 관광명소를 만들 생각이다. 경기 동북부는 그간 여러 규제를 받아왔고, 그 덕분에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현재 많은 예술인들이 살고 있는데, 미술 특구, 연극인 마을, 책 읽는 마을 등과 접목시켜 문화예술과 자연환경을 통해 힐링(healing)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

경기도에 좋은 일자리, 교육, 문화, 안전 등이 구축되면 서울로 출퇴근하지 않아도 된다. 2~3시간의 출퇴근 시간을 최소 1시간 이상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시간을 개인적 역량 강화와 레저,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갖자는 의미에서 ‘1시간 더 행복한 경기’를 슬로건으로 제시했다.

- ‘문화 아이콘’답게 공약을 보면 ‘문화’가 상당히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 패러다임을 그대로 따라가면 경기도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김문수 지사가 그간 잘 해왔고,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채워가는 것만으로는 서울을 따라갈 수 없다. 그것을 뒤집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문화를 접목시킨 것이다. 가평이나 양평의 경우 경기도의 가장 낙후된 변방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살고 싶은 지역이 됐다. 이는 기업이나 공장이 들어서가 아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규제 속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이것이 문화콘텐츠 산업이고,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지식산업이자 창조경제다. 문화를 접목했을 때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대북안보와 K팝밸리가 언뜻 매치가 안돼 보이는데.

DMZ 안에 평화공원을 만드는 것은 북한과 유엔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절차도 복잡하다.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DMZ평화공원은 통일을 지향해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경기도가 나서 DMZ 일대를 하나의 관광자원화하자는 것이다. K팝 아레나, 한류우드(복합엔터테인먼트 단지) 등은 김문수 지사가 이미 기반을 만들어 놓았으며, 민통선 안 미군 공여지는 현재 개발되고 있다. 또 자유로 주변의 철책도 얼마든지 설치미술로 역발상 할 수 있다. 망루를 도서관, 전망대, 휴게소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총 대신 책으로, 음악으로, 문화로 평화를 지키는 지대를 만들어 세계가 주목하는 명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 서울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앙에 예속된 지자체 자체의 문제도 적지 않은데.

과거 세종시 지역주민들에게 우선 사업이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랬더니 하나같이 서울로 통하는 교통망 확충을 꼽았다. 그래서 제가 세종시를 왜 만들었냐고 반문했다. 세종시를 만든 것은 수도권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지금 보면 서울로 통하는 길을 닦는데 급급하다. 그렇게 되면 서울에 계속해서 예속되는 것이다. 독자적 문화와 발전적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주체적 경기도를 만듦으로써 경기도가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현재 경기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많은 분들이 교통문제를 가장 큰 현안으로 지목한다. 이어 일자리, 교육, 문화 환경 개선 등을 꼽는다. 그런데 교통문제를 지적하는 이유를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바로 1.0시대와 2.0시대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이다. 일자리는 없고, 교육환경과 문화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로 가기 때문에 교통난이 가중된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해 서울에 대한 예속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물론 당장 이를 끊을 순 없다. 단기적 관점에서 교통이나 교육문제 등 불편사항에 대해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주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제가 도정을 맡게 되면 제 컨셉트는 여기에 있다. 경기 3.0시대를 통해 서울의 변방이 아닌 경기가 중심이 되는, 찾아오는 경기를 만드는 것이다. ‘한 시간 더 행복한 경기’를 만들겠다.

- 김문수 지사의 지난 도정을 평가하면.

김 지사 만큼 성실하고 열심히 한 분은 없다. 경기도의 한계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한다. 김 지사는 서울에서 필요한 측면들은 많이 채워왔다.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고 판교 테크노빌이나 K팝 아레나 등을 구성해 놓았다. 이제 이를 바탕으로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김 지사의 기반 위에 3.0시대를 열어가겠다.

- 경기도청 이전 문제가 이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경기도 중심인 수원을 재편하는데 있어 김 지사가 그림을 그렸다고 본다. 과거 부동산이 활황이던 시전에는 재정상태가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부동산 경기의 위축으로 세수의 반을 차지하는 부동산 거래세는 대폭 줄어들었고, 취득세 또한 감면됐다. 그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도청을 이전할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은 하되 상황을 봐가면서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어려워진 재정 상황을 정상화한 뒤 추진하는 게 맞다고 본다.

▲사진 = 이성호 기자


- 전 정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스스로 잘했다고 평가하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 모두의 염원인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 2차례 실패이후 유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더욱 값졌다. 외규장각 의궤를 반환받았고, 전 세계에 K팝을 확장시켰다. K팝 경연대회는 이제 전 세계 젊은이들이 주목하는 대회가 됐다. 또 예술인복지법을 만들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가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했다.

- 중앙정치권에 많은 역량을 발휘했지만, 지역에서의 역할은 미비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아직은 선거 과정에서 지역에 덜 알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경기도에서만 활동했던 분들은 고정적인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앙과 국제무대에서 활동했던 저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용이하다. 그리고 저는 경기출신 의원이자 경기도에서 가장 낙후된 곳 중 하나인 여주·양평·가평을 지역구로 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도를 모르는 사람도 아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떠나가는 지역을 다시 찾아오도록 만들었다. 경기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자생 발전할 수 있도록 중앙과 국제무대에서 쌓아온 역량과 경험을 모두 쏟아 붙겠다.

- 민주화운동 이후 정치권에 발을 디뎠는데.

과거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 징집됐지만 이를 거부하고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복학 후 민주화운동을 계속하다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6·29로 인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87년 대선 때 민주화운동의 흐름은 제도권을 도우면서 개혁하자는 쪽과 제도권과 결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고, 그때 저는 비판적 지지입장에 서면서 김영삼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하게 됐다. 그렇게 정치에 입문해 김 대통령 비서관을 지내다 이후 제 정치를 시작하게 됐다.

- 현실정치에 들어온 뒤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 많은 어려움 있었다. 저의 정치 행적을 보면 당내에서는 아직도 원조 소장파란 소리를 듣는다.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원칙에 어긋난 것은 바로잡고자 노력했다. 천막당사도 과거 한나라당 시절 저희들(소장파)이 주장했던 것이다. 끊임없이 정치개혁에 앞장섰고, 정치자금을 엄격히 제한한 ‘오세훈법’을 주도해 만들었다. 민주화운동의 기질이 기성 정치권에 들어온 이후에도 끊임없이 개혁적 사고를 갖게 했고, 결국 이는 바람직했다고 본다.

- 당내 소장파의 목소리가 좀체 들리지 않고 있는데.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전문성은 강화됐지만, 그룹핑(grouping)하는 부분은 잘 안 되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잘 이뤄졌으면 좋겠고, 그렇게 해야만 정치가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 야당이 야당다운 역할을 할 때 여당도 긴장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정치가 발전하는 것인데, 그런 부분에 있어 정치가 전반적으로 퇴보한 것 같다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든다. 결국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치집단이 국민들로부터 가장 지탄받는 것 아니겠는가.

- 당내 경선을 치를 경우 계파나 지역적 지지기반에서 상대 후보에 비해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

장관 때 무엇을 했고, 소장파 때 한일이 있지 않느냐. 이런 업적과 결과물이 중요하지 내가 어느 자리에 있었고, 어느 지역에서 활동한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또 특정지역 출신이기에 가능하다? 당원이나 유권자들은 그렇게 선택하지 않는다. 저의 지역구는 경기의 가장 변방인 여주·양평·가평이다. 그 지역에서 고등학교도 안 나왔다. 처음 지역구에 출마할 당시 선거 보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제 인지도는 13%에 불과했다. 상대후보는 96%였다. 또 제 지지율은 11%, 상대후보는 26%였다. 그런데 보름 만에 뒤집었다. 도민들은 아직 정병국이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고 있다. 출마한지 일주일 지났다. 선거가 지속되고 시간이 지나면 상황은 얼마든지 바뀐다고 본다. 유권자들은 현명하다.

- 수도권이 위기란 말이 많다. 중진 차출론 얘기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당 지도부라면 당연히 그런 걱정을 해야 한다. 4년 전 저는 당 사무총장으로 지방선거를 직접 치른 사람이다. 외부영입을 위해 노력도 했고,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그런데 영입할 때 하더라도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그 사람은 안 된다고 선입견을 갖고 접근해선 안 된다. 일단 출마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그 사람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보여 진다.

-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가. 아울러 경기지역에서 야권 단일화 가능성도 점쳐지는데.

안 의원을 통해 새로운 정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하니까 정치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가 판을 바꿔야 여당도 바뀌고 변화할 수 있다. 그래야 우리 정치도 발전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아쉬운 점은 새 정치하겠다고 하면서 구태정치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 단일화만 하더라도 이는 구태정치의 표본이다. 정치적 지향이나 가치가 다른데도 당리당략만으로 이합 집산하는 것은 국민들을 헷갈리게 한다. 결국 그렇게 되면 그 당을 지지했던 지지자들도 실망하고 돌아서게 된다. 지든 이기든 정체성을 갖고 당당하게 경쟁해야 한다. 과거 탄핵국면 때 한나라당은 문 닫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천막당사를 쳐가면서 당당하게 붙었고, 국민들은 저희들을 받아줬다. 그 결과 10년 간 잃었던 정권을 되찾아왔고, 두 번의 정권 창출을 이뤘다. 이것이 바로 새 정치다.

- 정찬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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