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아티스트 - 임혜영]옷에 마음을 놓아 삶을 진솔하고 아름답게 코디
여인과 옷에서 느껴지는 삶의 대한 사랑과 긍정, 그 감흥
임혜영 작가는 최근 8년간 옷을 테마로 그림을 그려 활동하고 있다. 옷에 관련된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임 작가의 방식과 같이 작품에 인물을 등장시키지 않는다. 옷의 형체와 주름, 꽃무늬, 색동, 줄무늬, 도트 등 다양한 패턴과 곡선에 주목하고 탐닉해온 작가는 쉽게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전작에서 작가는 사실적인 묘사에 전력하는 작품으로 활동해오다가 신명나는 소재를 찾던 중 부드럽고 섬세한 감성을 표현해 낼 수 있으면서, 화려한 장식과 유기적인 형태에서 여성성을 강조해 보일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옷장에서 자신의 체취가 묻어있는 화려한 옷을 하나하나 꺼내 옷과 옷감의 패턴을 캔버스위에 그려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작가의 작업은 단순히 옷에 대한 정교한 묘사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리기 과정에서 느껴지는 옛 기억과 순간순간의 느낌들을 바탕과 옷 주변을 채워나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옷에 마음을 놓다W-105 24.2X33.3cm oil on canvas 2010
▲15마음을 놓다 W-89,90 72.7X60.6cmX2ea oil on canvas
그래서인지 원색적인 색상과 그와는 대비되는 중후한 분위기의 무채색과 함께 화면에 어우러져, 풍부한 톤이 형성되고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내면의 풍경이 드러난다.
또한, 임 작가의 작품에서 사물과 작가 사이에서 관계하는 내면의 작용과 심리를 작품에 담아 보여주고 있다. 천이라는 소재로 된 옷은 그 물성을 생각해 보았을 때, 견고한 지지대의 역할이 없이는 그 모양이 변화되기 쉽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옷들은 인물에 착용되어진 모양 그대로 표현됨으로서 현실성을 벗어난 초현실적인 구성들이 작품에 두드러진다.
▲임혜영 53X33.3cm 옷에 마음을 놓다 oil on canvas W-75
그 예로 화면 가득 메워진 옷과 옷감의 패턴 위에 하나의 작은 원피스를 한 귀퉁이에 그려 넣거나, 단추가 자연스럽게 풀려 벌어진 블라우스 안쪽에 붉은 양귀비꽃이 배치하고, 가슴 쪽 안감에서부터 한 송이의 꽃이 화면전체로 화려하게 피어있는 것을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작가의 주관적 관념을 적극적으로 사물관계에 끌어들임으로서 내면의 모습과 여성의 열정, 독립성 등을 작품에 상징적으로 구현해 내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옷이 놓인 위치와 방향에 따라 변화된 대상의 흥미로운 형태 그리고 옷에서 볼 수 있는 무늬들과 디자인의 재미있는 요소들을 파악하고 심미적 상상력을 펼쳐 전달하는 작업들 또한 병행하고 있다.
▲마음을 놓다W-96 91X116.7cm oil on canvas 2012
작품을 보면 옷에 대한 다양한 시각적 표현에 대한 깊은 연구의 흔적들을 볼 수 있는데, 작품에 표현된 옷감의 패턴에는 회화적 요소와 자연적인 것, 인공적인 것을 비롯해 추상성과 구상성이 함께 공재되어 있다.
상상력과 아이디어의 신선한 구성으로 볼거리
가령 각각의 종류의 패턴들이 겹겹이 쌓아 옷의 모양이 불분명한 색면추상과 같은 구성하고 있거나, 펼쳐진 큰 원피스의 원단디자인으로 여러 종류의 옷들이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채워진 모습, 천위에 그려진 꽃들만을 화면전체에 등장시키는 방법들을 작품에서 구사해내고 있다. 이것은 작가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신선한 구성으로서 작품을 보는 이에게 대상의 새로운 시각과,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옷에 마음을 놓다W-76 53X41cm oil on canvas 2011
임혜영 작가의 작업은 “옷에 마음을 놓다”라는 그림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옷을 탐미하데 그치지 않고, 캔버스 위에 다채로운 옷을 그리는 과정에서 또 다른 자신에게 옷을 입혀 주고 있다. 다시 술회해 보자면 화면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대상이자 마음을 대변하는 창문이 되어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진솔하고 아름답게 코디하고 있는 것이다.
새롭게 진행하고 있는 근작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작품에 적극적으로 여성을 등장시키고 원색의 꽃무늬로 발랄하고, 화려하게 장식된 옷들이 간결하게 묘사되었다.
▲45.5X53cm 옷에 마음을 놓다 W-72
▲45.5X53cm 옷에 마음을 놓다 W-73
이 여성은 화면아래에서 반쯤 감긴 눈으로 바탕에 시선을 머무르고 있는데 이 바탕에는 바로 다양한 문양의 옷들이 펼쳐져 있다. 그래서 마치 삶의 희로애락을 간직한 여인의 이야기가 화면 곳곳에 펼쳐져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한편, 임혜영 작가가 옷을 주제로 한 6년간의 작업들과 새로운 근작을 발표하는 자리를 1월 27일부터 2월 15일까지 문암미술관에서 그리고 상상갤러리에서 2월 5일부터 17일까지, 금보성아트센터에서 2월 17일부터 28일까지, 이어서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공평갤러리에서 연속 전시를 갖는다.
이번전시는 여인과 옷에서 느껴지는 삶의 대한 사랑과 긍정, 그 감흥을 화면 가득히 채워가는 작가의 열정과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작품전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 김재훈 큐레이터 (정리 = 왕진오 기자)
김재훈 큐레이터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