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해 앞바다에 유조선 충돌로 기름이 유출되는 심각한 자연훼손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아름다운 다도해의 풍광과 더불어 청정해역으로 풍성한 자연이 주는 먹거리와 함께 추운 겨울에 골프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따뜻한 남쪽 나라 여수이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게 여겨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많은 골퍼들이 알음알음 다녀들 오셨겠지만, 우리나라에도 미국의 캘리포니아나 하와이 못지않게 해변을 끼고 설계된 멋진 링크스 코스들이 비교적 온화한 지역 여러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때쯤이면 추위와 얼어붙어 단단해진 그린 때문에라도 외국의 골프장에 관심을 돌리는 골퍼들이 늘어나게 된다. 겨울 중 2월은 1년 중 가장 짧은 달일 수는 있지만, 봄을 기다리는 골퍼들에게는 가장 긴 달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푸른 페어웨이와 백스핀 컨트롤이 가장 그리워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어느 재벌기업 회장 말씀을 인용해서 “세상은 넓고, 멋진 골프장도 많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엔 누가 뭐래도 연평균 15℃에 이르는 따듯한 남쪽 나라, 세계 4대 아름다운 항구인 여수의 해안가 코스들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필자가 다녀온 최고의 링크스 코스이며, 우리나라에서 남쪽 바다의 절경을 모든 홀에서 만끽할 수 있는 골프코스를 꼽는다면 여수의 경도CC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외국에서는 듄스(DUNES)라고 불리는 남해의 완만한 구릉과 다도해를 배경으로 수평선을 가르는 샷의 장쾌함은, 마치 필자가 즐겨 라운드를 찾았던 캘리포니아의 몬테레이 반도에 위치한 모든 골퍼의 꿈의 코스인 페블비치(Pebble Beach)의 아웃코스 7번 홀의 짜릿함을 계속해서 맛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이어주는 느낌이었다.
필자가 세계의 명 코스 순례를 하면서도 진한 감동을 받은 국내 최초의 아일랜드 코스인 경도CC는 푸른 바다를 향해 샷을 날리는 링크스 골프코스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씨사이드 골프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여건을 다 갖춘 골프장으로 손색이 없었다.
또한 필자가 한국의 10대 골프장 선정위원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골프장들을 점검라운드 하면서 골프역사가 짧은 우리의 여건을 생각해보면, 세계무대에서 한국 골프의 금자탑을 쌓아올린 저력과 골프코스 디자인 분야에서도 괄목할 성장을 이룬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코스라고 생각된다.
라운드를 마친 후 신선한 바다 내음과 함께 바다를 한눈에 조망하며 만날 수 있는 귀하고 맛있는 요리인 하모는 장어요리인데, 일반적인 갯장어와 달리 기름기가 적고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육질이 부드러워 회로 들어도 그 맛이 일품이지만 샤브샤브로 즐기면 그 부드러운 감칠맛을 필설로 다하기 어려운 식도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외국 골프투어에서 비싼 요금과 불편함을 겪은 골퍼들과 골프를 사랑하는 전세계의 모든 골퍼들에게 한국의 페블비치의 맛을 보여주고 싶은 건 필자만의 욕심일까?
- 유억윤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 건국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정리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