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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상 골프 세상만사]심칠기삼은 대박 골프, 운칠기삼은 쪽박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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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6호 김덕상 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2014.02.17 13:06:17

요즈음 장안의 유행어는 ‘대박’으로 통한다. 최근에는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이에 필자는 ‘그 느낌 아니까’ 마음을 잘 다스리면 대박 골프, 그저 운에 맡기면 쪽박 골프가 된다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오래 전에 미국의 유명한 골프잡지사가 레슨 프로 100인에게 설문 조사를 했다. 그들이 골프 제자의 캐디로 라운드를 도와준다면 최소한 핸디캡의 20%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만약 보기 플레이어라면 3~4타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프로가 옆에서 가르쳐 준다 해도 실제 코스에서 샷의 거리가 더 늘어나거나, 롱퍼팅 성공 확률이 기술적으로 크게 늘어날 수는 없을 테니, 3~4타를 줄인다는 것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고 전략인 것이다. 골프는 롱게임, 숏게임, 마인드 컨트롤, 코스전략으로 나뉜다고 유명 프로들 모두가 정신적인 면을 강조하듯이, 골프의 성패는 실제 마음먹기부터 출발한다.

실제로 필드에서는 많은 아마추어들이 마치 운칠기삼식의 골프를 치다가 허물어지곤 한다. 그래서 필자는 마음으로 치는 심칠기삼의 골프는 대박 골프요, 요행을 바라고 운에 맡기는 운칠기삼의 골프는 쪽박 골프라고 부른다.

7년 전에 필자가 시각장애인 골프를 보급할 때였다. 빛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인 김 모 원장은 동료 장애인들과 함께 골프 배우기에 도전했다. 생초보인 그가 일본에서 열린 국제 시각장애인 골프대회에서 전맹부 2위라는 쾌거를 이뤄 블라인드 골프 불모지인 한국에서 매우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라운드를 해 보지 못한 그가 일본의 시각장애인협회의 친선골프 대회 출전을 권유 받고 참가를 결심한 것은 그해 4월 중순이었다. 이제 겨우 볼이 뜨고 7번 아이언이 똑바로 나가기 시작할 정도로 아직은 자기 클럽도 장만하지 못했던 때였지만, 후배들로부터 존경받는 그가 총대를 메고 출전하기로 결심을 했다.

국내에서는 훈련 여건이 어려워 필자는 그와 함께 한적한 필리핀 세부 섬의 허름한 리조트에 자리 잡고 5박6일간 맹훈련을 시켰다. 그러나 그는 더블파 플레이도 못했으니 굳이 핸디캡을 산정한다면 72정도였다.

그러던 그가 예상 타수를 훨씬 뛰어넘어 130타를 기록함으로써 20여년 구력의 일본 시각장애인 골퍼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참고로 구력 25년 1600회 라운드 경험과 핸디캡 6인 필자가 안대를 차고 유능한 캐디를 동반해 블라인드 골프를 한다면 대략 130타를 친다) 물론 골프전문가가 옆에서 탁월한 캐디를 했지만, 예상 밖의 좋은 성적을 낸 소감을 묻는 필자에게 그는 “심하게 연습하다 몸이 아파 약을 많이 먹고 어렵게 경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평소 쓰던 채 4개만 갖고, 부드럽게 그립하고, 맘 편하게 쳤지요. 드라이버, 7번, 피칭, 그리고 퍼터만 썼습니다”고 답했다.

골퍼들의 스코어가 열 타 이상 들쭉날쭉하고, 행복한 골프냐, 가슴 아픈 라운드냐를 결정하는 것도 모두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샷은 괜찮았는데 이상하게 안 풀리는 라운드가 있는가 하면, 러프에서 벙커로 전진하면서도 스코어가 그리 나쁘지 않을 때가 있다. 70대 스코어를 기록하면서도 짜증내는 골퍼가 있지만, 100타를 훌쩍 넘겼으면서도 즐거워하는 골퍼도 많다.

- 김덕상 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OCR Inc.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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