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이 뭐예요?
김세준 지음·김미진 그림 / 1만3000원 / 매직하우스 펴냄 / 144쪽
한 알의 씨앗이 있다. 이 씨앗은 자기가 어떤 씨앗인지 모른다. 어떤 꽃이 될지, 어떤 풀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왕에 세상에 태어나면 화려한 꽃이 되고 싶다. 그래서 주목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두렵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잡초가 될 거 같아서 두렵다.
이 책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서 나비와 함께 세상을 여행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매우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읽을 수 있는 동화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낯선 씨앗이 만나는 꽃들과 나비들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이냐고? 그러나 그 낯선 씨앗의 정체를 알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기 때문에 씨앗은 불안하다. 혹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잡초가 아닌지, 잡초가 돼 아무 곳에나 피어나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채 사라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씨앗은 두렵다.
이 책은 평범하게 살면서도 그 속에도 빛나는 순간과 보람된 순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판사·검사·의사·변호사·억대 연봉자 뭐 이런 인생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낯선 장소에서도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가는 인생. 그 인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장미 같은 인생, 해바라기 같은 인생을 살지 못할 것이라고 해서 두려워하지 말아라. 낯선 장소에서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잡초 같은 인생. 그 인생에도 소중한 무엇인가가 있다.
세상에는 의미 없이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