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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종구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회장 “올해는 수산부흥의 원년”

140만 수산산업인 하나로 묶은 ‘대한민국 대표 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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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6호 도기천 기자⁄ 2014.02.17 13:15:59

▲이종구 수협중앙회 회장. 사진 = 도기천 기자

“수산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식량안보산업입니다” 이종구 수협중앙회장(64)은 인터뷰 내내 수산업의 위기 상황을 강조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수산자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다, 어업인들의 고령화 추세는 가파르다. 여수기름유출 사건, 일본 방사능 오염 사태,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조업 등 굵직한 사건들이 한 달이 멀다하고 터져 나오지만 뾰족한 대책도 없어 어민들의 심정은 타들어 가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본격화 되면 어민들은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된다.

이 회장은 “수산업계의 가장 큰 당면과제는 위축된 수산물 소비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중 FTA가 시작되면 국내 수산업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며 “중국 어선세력은 107만척으로 우리의 14배가 넘고 수산물 양식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 이들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우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공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수산가공식품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28일 건국 이래 최대 수산업 조직인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이하 한수총)를 출범시키고 초대 회장에 취임했다. 한수총은 수협중앙회 등 어업인 생산자단체 22개, 수산단체 11개, 교육·연구단체 17개, 수산물유통·무역·가공단체 7개, 전후방산업단체 4개 등 수산 기반산업 61개 단체가 모여 구성한 거대 연합체다. 138만 수산산업인을 하나로 묶어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취지다.

한수총의 출범은 한평생 바다와 함께 해온 이 회장의 경험과 고민이 투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어릴 적부터 ‘대한민국 대표 어부’가 되고자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수산업자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남 진해 웅천 지역 어촌계장으로 수산업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37세의 나이에 전국 최연소 지역 수협조합장을 맡아 다섯 차례 조합장을 역임하고 2007년 수협중앙회 회장 자리에 올라 연임했다.

바다에서 잔뼈가 굵은 이 회장은 지금도 수시로 현장으로 달려가 어민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울고 있다. 기름유출 사건이 터진 여수 앞바다에서는 “불합리한 배상으로 우리 어민이 두 번 아픔을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걱정했다. 사고 다음날 수협은 현지에 비상대책반을 꾸렸고, 방제작업에 현지직원 전부가 달라 붙었다. 이 회장은 수시로 여수와 남해를 드나들며 피해현장을 챙겼다.

이 회장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젊은 시절 어민들을 설득해 마을금고를 세우고 장학회를 만든데서부터 시작해 오늘날 거대 수협 조직을 혁신하기까지 쉼없이 도전은 계속 돼 왔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마침내 이 회장의 뚝심이 전체 수산업계를 ‘한수총’으로 한데 묶었다. 이 회장은 “하나된 힘을 토대로 2014년을 수산부흥의 원년으로 세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한수총)가 출범한 것을 계기로 수산업계가 제2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출범 의의와 초대 회장으로서의 포부는.

그동안 우리나라는 수산산업의 가치와 잠재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함에 따라 국가성장의 동력으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수산 분야가 중요한 산업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인정받지 못한 것은 관련 종사자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무관심과 소외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수산분야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지가 138만 수산산업인들을 하나로 묶었다.

앞으로 한수총을 통해 관련 종사자들이 일치단결함으로써 새로운 발전 기회를 창출하고,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된 관심과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올해를 수산부흥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한수총이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수산이 왜 중요한 것인지, 수산산업이 없으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알리는 일이 시급하다. 수산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식량안보산업이다. 수산자원은 육상에서 통제 가능한 환경에서 계획 생산할 수 있는 농축산자원과는 달리 주변국가와 경쟁을 통해 취득하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에 놓여 있다. 따라서 우리가 어획하지 않으면 남의 것을 비싼 외화를 주고 사들여야 한다. 이처럼 수산은 생명·미래와 직결된 중요한 자원이다. 이를 널리 알리는 한편 수산분야의 전후방산업이 긴밀히 연합해 창조경제 시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겠다는 게 목표다.

▲수산 기반산업 61개 단체가 모인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가 지난해 11월 28일 출범했다. 초대 회장에 선출된 이종구 수협중앙회 회장(앞줄 왼쪽 다섯번째)을 비롯한 회원단체장들.


- 전후방 단체가 연합한다면 수산산업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올 수 있나.

대표적으로 수산 분야의 해묵은 과제인 유통구조 개선에 한수총이 일정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수총은 생산-유통-소비 전단계에 걸쳐 전후방 단체들이 결성한 연합체이기 때문에 이들이 연합해서 유통비용 절감을 위한 공동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면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가령, 활어회 중심의 식문화를 이웃 일본과 같이 선어회 문화로 전환하기만 해도 유통비용은 크게 절감될 수 있다. 유통구조의 획기적 변화가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후방 단체의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한다.


- 어업과 어촌이 다른 분야, 지역보다 낙후돼 있다. 어촌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어촌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자원고갈, 양극화, 고령화다.

자원고갈은 어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큰 문제지만 좀처럼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05년 전후로 고데구리(소형기선 저인망) 어선을 다 없앴지만 오히려 자원감소가 심화되고 있다.

자원고갈의 핵심 원인은 어획 강도가 굉장히 높은 기업형 어선들 때문이다. 이들은 연근해에서 어자원을 쓸어담고 있다. 생계형 소형 고데구리 어선들이 퇴출된 후 기업형 어업의 자원 독점이 더 심해졌고, 영세어업인과 기업형 어업인간의 양극화 현상 또한 심각해졌다. 대부분의 영세한 어업인들은 고기도 없는 연안에서 서로 경쟁하며 하루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할 만큼 어려워진 반면 규모를 갖춘 원양, 근해 어업은 기업화하며 더 큰 이익을 얻고 있다.

이로 인해 일은 고되고 돈이 될 만한 기회도 없기 때문에 어촌에서 젊은 사람을 찾아 보기 힘들다. 고령화로 인해 일손이 없어 더 쇠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 어촌과 어업인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올해 수협중앙회의 경영방침은.

금년은 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을 비롯한 중요한 변화가 시작되는 시기니 만큼 신중하고 차분한 자세로 조직원들을 이끌어 나가고자 한다. 올해부터는 신용, 상호, 공제 등 금융사업에서 회계기준과 건전성 분류 기준이 강화되는 등 사업 여건이 우호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수협은 현안별로 차분히 대응하며 차질없는 구조개편을 진행해 나가겠다.

사업목표를 달성함은 물론이고 더욱 투명하고 성숙한 조직문화를 구축함으로써 수협이 흔들림 없이 발전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


- 수협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2년 연속 청렴도 최고등급을 받았다. 투명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정직하고 투명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고자 노력해온 결과 2012년도에 이어 지난해에도 국민권익위원회의 반부패경쟁력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수협은 공직자 행동강령 운영지침 상의 징계 기준보다 강화된 기준을 운용하고 있으며, 권익위 권고 제도개선 세부과제 36건을 100% 이행했다. 또 평가에서 인정받은 반부패 경쟁력 노하우 및 수범사례를 타기관에 이전, 확산시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투명한 조직문화가 조직의 경쟁력인 시대에 수협이 이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각종 청렴시책에 적극 부응해준 임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종구 수협중앙회 회장(오른쪽)이 김경훈 편집국장과 만나고 있다. 사진 = 도기천 기자


- 여수 기름유출 사태 대책을 지적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하는 등 ‘할 말은 하는 회장’으로 알고 있다. 정부에 건의할 사안들은.

먼저, 한중FTA 문제를 짚고 싶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중국 어선세력은 107만척으로 우리의 14배가 넘고 수산물 양식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먼 나라의 수입 수산물은 냉동품으로 들어온다지만 중국은 활어, 선어 상태로 곧바로 들어오게 되므로 피해가 어느 정도가 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관세 철폐 시 연간 최소 7800억원~ 최대 1조 18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민들의 몫이다.   

소득보전 방안, 수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 수산업이 대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영어자금, 수산발전기금 같은 기금 규모를 키우고 낙후된 유통환경 개선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수협도 지난해 10월 중국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가 비교우위를 갖는 품질관리, 가공기술 등을 이용해 고부가가치 수산물과 가공품을 서둘러 개발해 FTA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국산 수산물의 대중국 수출 확대를 통한 수산업 발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으로 인한 어장상실과 수산자원 남획, 어구훼손 등 어업피해가 매우 심각하다. 중국어선은 저인망은 물론 불법어구로 치어까지 싹쓸이 하고 있으며, 우리 어선의 어구 손괴를 일삼고 선단조업으로 우리 측 조업을 방해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동해 북한 수역에 입어하는 중국어선들이 기상사정에 따른 피항을 이유로 우리측 해역에 드나들며 불법조업을 하고 있어 동해 쪽 어업인들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중국어선 불법조업 규모가 2만척에 달해 정부의 단속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므로, 외교적인 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가 불법조업에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불법조업을 적극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의 보강도 시급하다. 불법조업 적발시 형량 강화 및 벌금액 대폭 상향 등 강력한 처벌 조치도 검토돼야 한다.

현재 정부는 불법조업 배들을 나포하면 담보금이라는 벌금 성격의 부과금을 징수, 국고로 귀속하고 있는데, 이 돈을 피해당사자인 어민들 어업손실 보상에 쓰일 수 있도록 법률개정도 이뤄져야 한다.


- 최근 어업인복지재단이 어업인 자녀를 위한 장학관 사업을 시작했다. 이 같은 어촌복지 방안들에 대해 듣고 싶다.

어업인구 중 60세 이상의 경영주가 32.8%, 70세 이상 경영주 12.8%로 노령화가 타산업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어업인구도 급속히 줄어 2012년 기준으로 15만명대로 감소했다.

이들의 복지가 사각지대에 놓여 교육이나 의료 같은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혜택조차 누리지 못하는 어촌이 대다수다. 어업인을 전담해 집중적으로 보살필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며 정부를 비롯한 사회 전체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수협에서는 2009년부터 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과 어촌 사회 발전을 목표로 재단을 설립,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교육, 의료기관 등을 통한 지원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지난해부터는 어업인과 어업인 자녀에 대한 장학금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올해 2월부터는 서울에 유학하는 어업인 자녀들을 위한 수협장학관을 통해 어업인들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더 좋은 교육 환경에서 우수 인재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수협만의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바다를 통해 수혜를 얻고 있는 해운, 항만, 조선분야 쪽 기업들이 재원을 출연해 어업인의 복지향상을 돕는 시스템을 제도화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 2009년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수산위원회(ICFO) 위원장을 맡은데 이어 지난해 11월 연임에 성공,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1년 ICA로부터 로치데일 파이오니어상을 아시아권 최초로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수산업과 수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은.

50~6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최빈국이나 다름 없었고, 수산업 역시 일본 등의 원조를 받아 겨우 기반을 닦던 시기였다. 1962년 창립한 수협이 1979년에 이르러서야 ICA 회원국으로 가입할 수 있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존재감이 미미했다.

하지만 우리 수산업과 수협은 비약적 발전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2009년 11월 본인이 우리나라 최초로 ICA수산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돼 대한민국이 ICA 수산위원회 의장국이 됨으로써 전 세계에 우리 수산업을 알리고 국격을 높이게 됐다.

대한민국 수협은 2010년 ‘세계 수협의 날’을 제정하는 등 전세계 수협과 수산업을 리드하며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특히 조합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수산업 발전을 이룩한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크다. 이 같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세계 각국과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 낚시인구 증가에 따른 피해 문제가 어촌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낚시면허제 도입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레저행위에 대해 세금을 물린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낚시인구의 증가는 어자원 감소와 어업인 소득 감소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주5일 근무 등으로 여가시간이 늘면서 낚시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낚시로 인한 어획량은 연평균 23만t으로 어민 전체 어획량(111만9천t)의 20%에 육박하고 있다.

낚시는 일반적인 레저와 달리 환경오염, 어자원관리 등의 문제와 결부돼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의무와 책임을 부여함이 맞다. 이미 미국, 캐나다, 독일 등 선진국들은 면허제를 운영하며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다.

면허제 도입을 통해 생성되는 재원은 자원보호 및 낚시인구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어촌계를 지원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돼야 하며, 면허 관리 또한 해양환경에 밝은 어촌계가 돼야 한다.

- 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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