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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 큐레이터 다이어리]전시의 성패, 마케팅에 달렸다

트릭아이미술관의 바이럴 마케팅을 주목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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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8호 고경 산토리니서울 미술관 큐레이터⁄ 2014.03.03 13:08:02

전시의 형식과 질을 떠나 그것의 성패가 결정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마케팅이다. 그리고 대중의 관심도가 높을수록 흥행 가도에 속도가 붙는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007년부터 서울에는 수많은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열렸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흥행했던 몇 가지 전시들을 살펴보면 반 고흐, 루브르박물관, 르느와르, 샤갈, 피카소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서양의 화가 또는 박물관 소장품 전시이다.

이러한 전시들이 선전할 수 있는 이유는 대중에게 인지된 작가의 저명성과 그 작품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국내최초’, ‘최대 규모’,‘다시는 없을’ 등의 수식어는 절대 전시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강박마저 심어준다.

그러나 실제로 전시장을 방문해 기대했던 만큼의 감동과 전율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기다림 끝에 들어선 전시장에는 수많은 인파와 무질서로 작품을 감상했다기보다 전시장을 훑고 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기간에 친숙한 작품으로 구성된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흥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중의 트렌드가 반영된 콘텐츠와 전시장소, 전시기간에 있다. 이는 다시 말해 대형 자본을 해결하기 위한 기업의 협찬과 마케팅 전략이 빚어낸 예정된 성공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반대로, 내용과 형식면에서 뛰어난 기획력과 수준을 자랑하지만 성공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전시들도 많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의 경우 하루 평균 1000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는 만큼 관객호응도 면에서 성공적인 전시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2013년과 2007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반 고흐 전시는 전시당 82만 명, 하루 평균 5000명이상이 전시장을 찾은 것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인 수치라고 보긴 어렵다.

▲2008년 서울시립미술관 반 고흐전. 사진 = 왕진오 기자


하지만 이와 같은 현상을 단순히 마케팅의 부재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우리나라 미술교육과 그에 따른 문화인식의 차이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근현대회화 또는 고려시대의 불화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자, 시간을 투자해 반드시 관람해야 하는 전시라는 의식이 모자란 셈이다.


거대 자본과 광고가 전시의 질 좌우 안 해

그렇다면 이러한 콘텐츠의 대중성과 활성화된 마케팅을 동시에 펼치되, 대기업의 투자나 지분 없이 독자적인 조직력을 보여주는 성공사례는 없는 것일까? 홍대근처에 위치한 트릭아이미술관의 경우 이 양쪽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내용을 소재로 작품을 전시하고, 동시에 체험을 가능케 하며, 관람객의 만족도를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트릭아이미술관은 전 세계 여행객들의 후기와 평가로 이루어진 여행평점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한국의 미술관 박물관 부문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을 제치고 무브먼트형 뮤지엄인 트릭아이미술관이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시사 하는 바가 아주 크다.

▲2012년 예술의전당 루브르박물관전을 찾은 관람객. 사진 = 왕진오 기자


특히 방학 시즌이면 아이들과 함께 미술관을 찾는 학부모들의 발길로 미술관은 열기가 뜨겁다. 그것은 콘텐츠의 대중성과 저명성은 물론, 동시에 교육적 효과를 보여주고 있음을 반증한다. 아이들은 체험형 전시와 더불어 트롱프뢰유 기법을 통한 원근법, 명화감상을 통한 창의력 학습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이러한 콘텐츠의 다양성과 교육적 효과, 방문객 중심의 서비스 마케팅 전략은 거대자본의 유입이나, 블록버스터급 매체광고 없이도 하루 평균 방문객 3000명, 2013년 한 해 방문객 52만 명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전시 개최의 규모를 떠나, 성공적인 전시를 위해서는 주최 측의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마케팅으로 일반인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관람자들도 전시를 선택하고 관람함에 있어 변별력을 갖고 하나의 전시를 보더라도 의미 있는 관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14년 한 해에도 유익한 전시가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작가의 소규모 전시, 한국의 역사에 관한 작은 전시라도 꾸준히 찾아서 챙겨본다면 어느 해보다 알찬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 고경 산토리니서울 미술관 큐레이터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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