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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티스트 - 최동열]유랑과 생활고 겪으며 폭력과 공포마저 승화

‘한국의 고갱’ 불려, 인간의 정신세계를 섭렵하는 영혼을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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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8호 김재훈 큐레이터⁄ 2014.03.03 13:09:59

▲최동열 작가


한국의 고갱이라 불리며 보헤미안의 삶을 살아온 최동열(63)작가가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1977년부터 오늘날까지 변화된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타임라인’展을 2월 26일부터 3월 11일까지 서울 인사동로 선화랑에서 마련한다.

거칠고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아온 최 작가는 1951년 피난지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기중학교에 다니며 정치에 꿈을 두었지만 경기고등학교 진학 실패 이후 곧장 검정고시로 한국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학과에 진학한다.

하지만 대학 생활이 기대한 것에 못 미치자 1년 반 만에 그만두고 해병대에 자원입대 한다. 군 생활 일 년 후 베트남 전쟁 첩보대원으로 지원해 상상을 초월하는 세상의 부패, 인간의 잔인성, 삶의 신비함, 부패 속에 피는 아름다움 등 많은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1977년 뉴올리언스에서 외로움을 몸에 달고 건조하게 살고 있을 때 지금의 아내 엘디(L. D. 로렌스)를 만난다. 그림을 그리는 엘디 옆에서 붓글씨 연습을 하던 최 작가는 갑자기 반 고흐와 폴 고갱을 동경했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올라 정육점에서 고기를 싸는 종이를 한 통 산 뒤 100미터나 되는 종이 위에 뛰는 말을 그리기 시작한다.

▲pk.Korean bedroom with drinks 92x122cm oil on canvas 1997.


말 그림을 시작으로 미술세계에 입문하게 되고 여성의 본성을 강렬하고 시원하게 투영시킨 판화 작품 이후 자신감을 얻어 본격적으로 유화 작품을 시도하게 된다.

자유로운 영혼, 보헤미안 시절로 대표되는 1977년∼1987년, 뉴올리언스를 떠나 멕시코와 미국 서부 남부 지역을 떠돌라 다니며 문명과 부딪치지 않는 원시적인 수렵생활 속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작품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완성한 작품들이 상업적으로만 이용되는 상황에 크게 실망하게 되고 예술가로써 일 년 동안 방황하게 된다. 이후 돌파구를 찾지 못한 오랜 방황 끝에 문명이 없는 자연에서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뉴욕을 떠나 인적이 없는 멕시코 유카탄 코바마을에 정착하게 된다.

▲Birdman 100.5x81.5cm oil on canvas 1988.


예술의 혼을 찾아 떠나는 여정

이곳에서 ‘자신’을 다시 찾게 되고 신들린 무당처럼 작업에만 전념하며 최동열 화업의 최대 규모의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이렇게 완성된 대작들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작가들이 모여 있는 뉴욕 이스트 빌리지 에서 전시를 펼치며 최동열의 이름 석자를 알리게 된다.

각지를 유랑하며 외롭고 힘든 생활고를 겪으며 폭력과 공포마저도 아름답게 승화시킨 작품세계로 평론가들 사이에서 80년대 들어 가장 괄목 할 만 한 화가 중의 한 사람으로 주목 받게 된다.

▲eyes on wheel 162x130cm oil on canvas 1991.


미술계에 이름을 알린 그는 1987년 15년 만에 서울로 금의환향한다. 그 시절 화두가 됐던 한(恨)을 찾기 위해 아내와 10개월 된 딸을 데리고 전라남도 해남과 진도 여귀산 기슭 탑리에서 생활하며 작업을 전개한다.

특히 진도는 바다와 산, 하늘과 바람, 별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곳으로 한국적인 정서가 가장 드리운 곳으로 작가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이곳에서 예술을 통한 동서양의 만남을 시도하며 ‘초인 시리즈’, 진도의 장례식 풍경, 우리나라의 억압적인 정치, 사회 모순에 대한 상징성 있는 작품들이 태어난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뉴욕과 워싱톤 주 올림픽 반도를 오가며 작업을 펼치던 중 미국 서북부에 있는 염소 농장에 정착해 연어 낚시, 등산, 정원 가꾸기 등을 하며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을 보낸다.

▲Jazz musicians at Jackon SQ,New Orleans 35.5x45.7cm oil on canvas 1977.



▲Korean bedroom with a drum 76x102cm oil on canvas 1996.


이 시간 그가 천착한 것은 ‘안과 밖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는 멕시코 유카탄 반도를 다니며 길에서 훔쳐보던 실내를 작품으로 옮긴 것이다.

1984년 유카타에서 시작된 ‘한국 산수가 보이는 한국 침실’시리즈는 뉴욕 생활 중 잠시 멈추어 있다가 1996년 올림픽 반도 작업실에서 다시금 빛을 발하게 된다.

한국에서의 삶을 회상하며 그린 한국의 방은 이불, 요, 베게, 요강, 장, 화장대 등 한국의 실내와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을 조화롭게 배치해 한국의 정서를 담은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후 뉴욕에서 생활하며 1988년부터 2000년까지 배경을 뉴욕 야경으로 대치하고 2001년부터는 동양화로 처리된 산수와 올림픽반도 작업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산수를 도자기와 누드를 조화롭게 배치한다.

▲funeral procession in Jindo(새노야)52x64cm oil on linen 1988


이후 거처를 옮길 때마다 그곳의 정서를 바탕으로 도시와 정물, 누드를 적절히 배치해 안과 밖 시리즈를 연작한다. 현재는 신들이 거주하는 성스런 산, 히말라야를 직접 다녀와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인간의 정신세계를 섭렵하는 영혼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 김재훈 큐레이터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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