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외
이효석 지음 / 1만2800원 / 재승출판 펴냄 / 344쪽
이효석은 1928년 ‘조선지광’에 단편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면서 유진오와 함께 동반작가로 불리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33년 발표한 ‘돈’을 기점으로 작품의 경향이 바뀌는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몇 가지 유형을 보인다.
이 책에는 총 열두 편의 작품을 담았다. ‘도시와 유령’에서 주인공 ‘나’는 사회적 궁핍을 동정하거나 사회적 개선을 지향하는 인물이다. ‘돈’에서 자연에 귀의한 인물들은 ‘들’, ‘수탉’, ‘메밀꽃 필 무렵’으로 이어지며 자연의 서정성과 순수성이 함께 표현된다.
하지만 이 서정성과 순수성 안에는 도시생활이나 현실생활에 낙오되고 좌절한 사람들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마지막으로 자연에 귀의한 인물들이 겪는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원초적 성을 추구하는데 ‘성화’, ‘분녀’, ‘장미 병들다’, ‘산협’ 등의 작품을 통해 동물을 소재로 해 인간의 성적 욕구를 암시적으로 묘사하거나 원초적 성에 대한 윤리의식을 배제한 인물을 등장시켜 현실도피와 원초적 본능을 아우르는 성향을 보여준다.
또한 새로운 것에만 의존하지 않고 낡은 것에 눈을 돌린 ‘은은한 빛’에서는 소설의 형식적인 차원이 아닌 내용적인 측면에서 작가의 실험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