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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견고한 모든 걸 녹이는 용광로 사회에 살다

이용백·송동(宋冬) 등 유명작가 12인 참여한 한국-중국 현대미술 교류전 ‘액체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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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1호 안창현 기자⁄ 2014.03.24 13:20:10

▲리웨이, ‘29 levels of freedom’, Beijing, 120x175cm, 2003. 제공 = 서울시립미술관


초고층건물에서 내던져진 사람이 가까스로 매달려 있는 사진 속 모습이 위태롭다. 불의의 사고에 의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저 위태롭고 급박한 위험 상황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중국작가 리웨이의 작품 ‘29 levels of freedom’은 현대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동시에 적극적으로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불안정한 상황에 자신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행하며 이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 작품은 건물 속에서 유예 당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애쓰는 사람들을 향해 작가가 손을 뻗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다.

예술가들의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태도를 살필 수 있는 전시가 한국과 중국의 유명작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중국 송주앙예술구에 위치한 송주앙미술관과 798예술구에 위치한 화이트박스미술관과의 협력으로 한·중 현대미술전을 개최한다. 작년 중국 송주앙미술관의 전시에 이은 국제교류전의 일환이다.


현대사회는 ‘액체문명 Liquid Times’

이번 전시는 ‘액체문명 Liquid Times’이란 주제에 맞춰 이용백, 신형섭, 이원호, 이창원, 한경우, 한진수 등 한국을 대표하는 6명의 작가와 함께 중국의 유명작가 6명이 참여한다. 중국 작가로는 국제적으로도 활발히 작품 활동 중인 송동을 비롯해 리웨이, 미아오시아오춘, 쉬용, 왕칭송, 장시아오타오 등이 참여해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는 현재 중국미술계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이번 한·중 현대미술전의 주제인 “액체문명”은 독일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이 현대사회의 특성으로 규정한 ‘액체(Liquid)’에서 왔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과거 사회의 견고함을 녹이면서 근대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는 근대사회가 ‘액체성’을 추구한 것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회를 이루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그로 인해 윤리와 도덕, 인간적인 유대관계 등도 함께 녹아버렸다고 평가한다.

▲왕칭송, ‘Follow You’, c-print, 180x300cm, 2013. 제공 = 서울시립미술관


액체화된 현대사회는 바우만의 견해처럼 불확정적이고 불안정한 측면을 가지지만 동시에 중심이 없고 수평적인 관계를 새롭게 만드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한국과 중국의 작가들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갈등과 분쟁 상황을 미적 상상력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사회로부터 배제된 계층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도록 시도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 아시아 작가들은 서구 중심의 가치관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서구문화의 급격한 유입으로 인해 성장통을 겪는 아시아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면서 잃어버린 과거의 가치를 회복하고자 한다. 전시장에 들어서서 마주하는 첫 번째 작품인 이용백 작가의 ‘자유로를 향하는 플라워탱크’는 이런 유동하는 현대사회를 대하는 비판적 태도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 작가는 지난 2012년 플라워탱크를 제작하여 경복궁에서 금화터널을 지나 임진각까지 운행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그 중 금화터널을 지나는 장면만을 편집한 이번 출품작은 평화를 상징하는 꽃과 전쟁의 상징인 탱크가 결합하면서 남북 이데올로기의 첨예한 갈등이 평화로 위장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중국의 참여작가인 쉬용과 왕칭송은 사진 매체를 이용해 현대 중국인의 정체성 혼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쉬용은 흐릿하게 표현한 초상사진을 통해 현대인의 흐트러진 정체성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데, 유동적인 현대사회에서 개인들은 자신의 정체성 역시 사회의 특성에 녹아 흐트러지거나 해체되는 것을 느낀다.

왕칭송은 개항 이후 급격히 밀려온 서구의 영향과 그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현대 중국인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린다. 작가의 ‘Follow’ 연작은 서구의 것만을 마치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고 이를 흡수하려고 발버둥 치는 중국사회를 직접 비판한다.

▲이용백, ‘자유로를 향하는 플라워 탱크’, video, 2min 54sec, 2012. 제공 = 서울시립미술관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사회를 대하는 작가들의 미적 태도

중국의 급격한 자본주의 수용으로 인한 사회 문제는 두 작가 외에 이번 전시에 참여한 중국작가들이 가진 공통된 문제의식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송동의 작업이 눈길을 끈다. 송동은 버려진 창문과 가구를 재조립해 집을 지은 ‘가난한 자의 지혜’라는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Waste Not’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서구화를 무조건 추구하는 현대 중국의 상황에 비판적인 거리를 두고 우리가 가진 것의 역사와 가치에 대해 다시 질문하다. 송동은 중국이 지닌 고유의 가치를 유지하고 활용하는 ‘지혜’가 현대 중국에 절실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유동하는 현대사회에 대해 중국과 한국의 작가들은 다양한 반응과 태도를 보이며, 현실의 문제에 자신들의 작업을 통해 미적으로 개입하고자 하는 의도를 공유한다. 그리고 한경우 작가의 ‘Star Pattern Shirt’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의 성조기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에서 파편화된 개인들이 때로 사회에 적극 참여하는 능동적인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말하고 있다. 지난 20일 개막한 전시는 5월 11일까지 열린다.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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