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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큐레이터 다이어리]공간을 디자인하다

전시기획자는 세심한 디스플레이는 물론 진정으로 즐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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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1호 김연희 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 큐레이터⁄ 2014.03.24 13:16:10

요즘 영화나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에서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직업으로 각인되기도 했으나 여전히 미술계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큐레이터란 아직까지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간략히 요약 설명하자면, 큐레이터는 전시 테마를 선정 및 기획하고, 작가를 선택하고 작품을 모집하고 글을 쓴다. 홍보부터 전시 연계 프로그램 구성까지 다양한 업무를 소화해야 하는 것이 전시 기획자 및 큐레이터들의 기본 업무이다.

이처럼 고된 업무 속에 미술품을 대상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 큐레이터들에게는 크나큰 위로가 된다. 그 가운데 가장 매력 있게 다가오는 업무를 꼽아보라 하면, 전시하고자 하는 작품들을 공간에 디스플레이 하는 과정을 언급하고 싶다.

관람자들이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전시돼 있는 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경향이 대부분일 것이다. 작품을 감상하는 여러 포인트들 중 디스플레이 과정도 염두하고 전시를 즐기면 기존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먼저 전시 기획자들은 작가 선정 후, 작가의 여러 작품 들 중 전시할 공간의 크기에 맞는 작품의 수만큼을 채택해 공간에 반입하게 된다. 이때부터 이미 공간 디자인의 행위는 시작되는 것이다. 쉽게 아무런 의미 없이 작품을 벽에 거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결국은 시각적 감각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 장르이기에 디스플레이의 작업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할 만큼 굉장히 많은 변수들을 고려하고, 계산적이며, 동시에 고도의 심미적 감각을 이용하여 이뤄지는 창의적, 감성적인 과정이다.

반입해온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과 서로의 연결 관계, 혹은 작가의 작품 제작 의도 등을 고려하여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를 관람자들이 잘 읽을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 하여야 한다.

▲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 전시장 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상호 작품 간의 조화로움을 신경 써야 하고, 관람자가 감상하기에 어색한 부분은 없는지 관찰한다. 관람객들의 동선에 부딪히는 부분, 작품을 돋보이게 혹은 감상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조명 연출, 때로는 공간과 작품에 어울릴 수 있는 음악 연출까지 작품을 제작한 작가와 의견을 조율한다. 이 모두를 함께 공간을 디자인하는 과정 자체 모두가 전시의 일환으로써 퍼포먼스, 즉 행위 예술과 같은 개념까지 확장할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방해될 수 있는 과도한 연출은 제외한 채, 감히 침투하기 어려운 화이트 큐브의 절제된 공간 속 설계의 행위는 결코 쉽게만 생각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여기서 조금 더 진취적인 전시 연출법은 작품의 장르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시 공간 요소요소에 때로는 설치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또한 작품의 정보 전달의 측면에서 볼 때, 전시의 콘셉트에 따라 작가의 일대기, 작품의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교육 목적의 일환으로 영상실을 연출하기도 한다.


큐레이터는 타인의 미적 욕구도 충족시켜

더불어 작품과 작가의 정보를 글로써 전달하고자 할 때 필요한 캡션(작품 제목, 재료, 사이즈, 제작연도), 레터링 (전시장 벽에 전시관련 정보 글을 부착하는 방법) 등의 디자인 또는 부착 위치 등 이 모든 행위 또한 많은 고민과 공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들은 수많은 현장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채득하고 이에 필요로 하는 미적 감각을 부단히 키워야 한다.

▲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 전시 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특별한 날, TPO(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에 맞춰 옷을 갖춰 입는 것만 해도 우리는 수도 없이 고민한다. 옷장에 있는 옷들을 모조리 꺼내서 입었다가 벗었다가 선택 장애를 의심해볼 정도 마냥 이러한 고충을 모두 한 번씩은 겪어봤을 것이다. 어렵사리 상하의가 정해지면 이에 맞는 신발과 가방을 고르고, 심지어 그날의 날씨도 고려해야 한다.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해 자신을 비롯한 타인의 미적 욕구마저 충족시켜야 하는 이 과정을 독자들 중 귀찮아하는 이도 분명 있을 테지만, 옷을 고르는 과정과도 비슷한 공간을 디자인하는 전시기획자로서 세심한 디스플레이의 과정은 반드시 필요함과 동시에 진정으로 즐겨야 할 수 있다.

더불어 관람자들은 전시장 속 숨겨진 기획자들의 세심한 노력과 보이지 않는 의미들을 하나씩 발견해가며 미술품 감상의 반경을 확장시켜보는 것 또한 전시를 이해하는데 또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될 것이다.

- 김연희 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 큐레이터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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