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3호 이성호 기자⁄ 2014.04.07 13:50:27
정치적으로 불안정했던 1980년대의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난 불행한 실종 사건. 이 책에서 핵심이 되는 젊은 시절 줄리언과 필립의 이야기는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 막바지인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젊은 줄리언과 필립은 미국인의 신분으로 보호받으면서, 일종의 관찰자로서 시대의 아픔을 지켜봤다. 그들 앞에 등장한 총명하면서도 열정을 갖춘 여성 마리솔은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고, 당시의 시대상황을 절망적으로 여기면서도 순수함과 희망을 잃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두 젊은이는 매료된다.
하지만 이들의 교류는 마리솔의 갑작스러운 실종으로 불행하게 끝이 나고, 두 젊은이는 마리솔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군사 정권에 잡혀간 것으로 추측만 할 뿐 그녀를 찾을 길은 없었다.
이 책에서는 줄리언의 자살, 30년 전 아르헨티나의 젊은 여성 마리솔 실종 사건, 줄리언이 책으로 펴낸 다섯 가지의 반인류적 범죄를 치밀하게 이어 붙여 거대한 비극을 완성한다. 필립이 미처 몰랐던 여러 가지 사실들이 밝혀질 때마다 시시때때로 모습을 바꾸는 과거의 기억들은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서 위태롭게 흔들린다.
과연 줄리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의 전말은 무엇일까, 좋은 오빠이자 재능이 있는 작가 줄리언에게 숨겨진 정체라도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줄리언 웰즈를 괴롭혔던 죄의 정체는 그가 차마 쓸 수 없었던 책의 제목으로 어울릴 법한 마지막 장 ‘사투르누스의 기습’에서 비로소 밝혀진다.
-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