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가 77살, 여자가 84살이다. 마흔은 남자나 여자 모두에게 살아온 날의 수와 살아갈 날의 수가 비슷해지는 시점이다.
공자는 마흔을 어떠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 불혹의 나이라 했지만, 이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는 안정적인 것 같으면서도 변화하는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직장에서는 업무 능력에서뿐만 아니라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이루어 나가는 시기이다. 부모로서는 잔손 가던 아이들이 혼자서 씻고, 먹고, 왔다 갔다 하여 힘쓸 일은 줄지만, 사춘기 아이들을 다루기 위해 머리 쓸 일은 많아지는 때이다. 부모님 병시중에 병원 갈 일이 많아지고, 문상 갈 일도 많아진다.
의학적으로 마흔은 노화가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여성에게 생리는 불규칙해지고, 폐경도 아닌데 남들 앞에서 무안하게 얼굴이 불거지는 일이 잦아진다. 배가 나오고 여기저기 원하지 않은 군살이 쌓인다.
남성에서도 노화는 마흔 고개부터 시작된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술 깨는 시간이 길어지며 같은 일을 해도 쉽게 지친다. 성욕도 예전 같지 않다. 팔다리는 가늘어지는데 느는 건 뱃살이다.
성장호르몬의 경우 20세를 정점으로 하여 매 10년마다 14%씩 감소하고 여성 호르몬과 남성 호르몬은 40세부터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하여 여성에서는 평균 50세가 되면 폐경이 된다.
젊어 보이게 하고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이들 호르몬의 감소는 노화로 연결되고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은 뱃살로 나타난다.
노화는 뱃살을 일으키고, 늘어난 뱃살은 노화를 가속시킨다. 왜냐하면, 뱃살은 바지 치수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혈압을 높이고 혈당을 높이고 또 콜레스테롤을 높여 먹어야 할 만성병 약의 가지 수를 늘리기 때문이다. 먹어야 할 약이 산더미인 사람을 누구도 젊다고 하지는 않는다. 건강은 젊음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뱃살은 늘기는 쉬워도 줄이기는 어려운 아주 본질적인 특성이 있다. 그래서 마흔이 중요하다. 마흔은 뱃살의 위험 나이이기도 하지만, 뱃살을 예방하기에 가장 적절한 나이기도 하다.
뱃살과 노화를 예방하기 위한 첫 번째 원칙은 잉여 에너지를 없애는 것이다. 마흔이 넘으면 체중이 늘어도 절대 우리가 원하지 않는 장소인 엉덩이, 볼, 가슴 이런 곳은 찌지 않는다. 늘어난 체중은 모조리 배와 허리로 가게 되어 있다. 그러니 체중이 늘지 않아야 한다.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움직이면 된다. 줄여서 먹어야 한다면 영양가가 많고 칼로리가 적은 음식은 그대로 두고, 칼로리는 높고 영양가는 낮은 음식은 피해야 한다.
남성에게 대표적인 잉여 음식은 근무 시간 중의 커피믹스, 접대용 주스, 청량음료와 근무 후 술과 술안주이다.
뱃살과 노화예방 본질은 잉여에너지 줄이기
여성에게는 집안일 하다 또는 친구들과 수다 떨다 집어먹게 되는 과자와 떡, 면류, 빵, 국수, 고구마와 감자, 커피믹스나 설탕, 크림이 많이 들어간 커피이다. 사이좋은 부부들은 저녁마다 먹게 되는 포도주나 치맥도 문제가 된다.
하루 세끼 제대로 된 식사를 기본으로 하고 제철 채소를 조리한 반찬과 김치, 식후 한 조각의 과일이 가장 좋은 항노화 식단이다.
두 번째는 운동이다. 지금까지 운동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고 절대로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마흔은 운동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나이이다. 운동은 줄어들기 시작하는 성장 호르몬과 성 호르몬을 증가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할 시간이 진정 없다면 몸을 좀 많이 움직이도록 자신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대중교통 이용하기, 사무실과 집에서 계단 오르기, 가까운 곳 걷기 등 짧게 할 수 있는 신체 활동을 일상생활에 편입시킨다면 따로 운동시간을 만들지 않고도 활동량을 늘려 뱃살을 예방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늙어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순리이지만 얼마나 빨리 또는 천천히 늙는가는 개인의 노력에 달려있다. 노화의 시계를 천천히 가게 하기 위해서는 뱃살을 줄여야 한다. 적당하게 먹고 많이 움직이자.
- 박현아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정리 = 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