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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 - 메트로폴리스코리아 노건식 대표]케이 팝 英 공연 기획, 한류 확산시킨 장본인

세계 3대 스튜디오 2곳 맡은 ‘문화거상’, 한국 아티스트 소개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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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3호 정의식 기자⁄ 2014.04.07 14:01:46

▲사진 = 이성호 기자


『미국에서 스포츠의학을 전공했지만 좋아하는 음악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튜디오 2곳의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운영했다. 케이 팝 영국 공연을 기획해 한류열풍을 유럽으로 확산시켰다. 메트로폴리스코리아 노건식 대표 이야기다. “한국 음악이 해외에서 더 사랑받게 만들고 싶다”는 비전을 품은 노 대표를 만났다.』


한 장의 CD나 디지털 음원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가수들이 음악을 녹음하고, 믹싱을 거친 후 ‘마스터링(Mastering)’이라는 최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마스터링은 믹싱된 소스들을 조화롭게 다듬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스터링은 최고의 기량을 가진 엔지니어들과 전문 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마스터링만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에서 작업이 이루어진다.

한국에도 유명한 스튜디오들이 있지만, 과거 7~80년대부터 이어오던 사운드 스타일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어 해외의 최신 트렌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한국 음악을 듣는 해외 리스너(listener)들에게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사운드다.

이러다보니 해외 진출을 꿈꾸거나 해외 리스너의 성향을 신경쓰는 국내 아티스트들은 서서히 외국의 유명한 스튜디오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3대 스튜디오는 미국 뉴욕의 스털링 사운드 스튜디오, 영국 런던의 메트로폴리스 스튜디오, 애비로드 스튜디오 등이다.


스포츠의학 전공하다 음악 비즈니스에 전념

영국의 메트로폴리스는 엘튼 존, 퀸, 레드제플린 등 쟁쟁한 팝 아티스트들이 다녀간 ‘전설의 스튜디오’로 유명하다. 애비로드 스튜디오는 비틀즈, 클리프 리처드, 핑크 플로이드 등이 녹음한 스튜디오다. 특히 비틀즈가 자신들의 음악 중 90%를 녹음한 곳으로 유명하다.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 명이기도 하고, 앨범 자켓에 등장한 횡단보도는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노건식 메트로폴리스코리아 대표는 영국의 양대 스튜디오인 메트로폴리스와 애비로드의 한국법인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두 스튜디오와 한국의 아티스트들을 이어주는 것이 그의 일이다. 일종의 경쟁자일 수 있는 법인 2개를 동시에 운영하는 다소 독특한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노건식 대표는 서울 토박이다. 1973년생으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스포츠의학을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내 대학과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귀국을 단행했다.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하루에 2시간씩만 진행하면 되는 프로젝트다보니 자유시간이 많이 남았다. 이 시간을 활용해 무언가 시도해보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원래 중학교 때부터 스쿨밴드를 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자유시간에 음악과 관련된 뭔가를 해보고 싶어서 당분간만 음악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요.”

로신앤컴퍼니라는 법인을 만들어 음악을 제작하고, 문화공간을 오픈하는 사업을 했다. 홍대 인근에서 공연과 전시가 가능하고 밤에는 와인바로 변신하는 문화공간을 4년가량 운영했다.

그 과정에서 홍대 인디신의 재능 있는 뮤지션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 이들을 해외에 알리려 한국컨텐츠진흥원과 함께 일하게 됐고, 유럽을 드나들며 여러 행사에서 한국 음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영국의 수준 높은 마스터링 스튜디오를 만나게 됐다.

▲2012 MBC 한국 문화 페스티벌 포스터


“당시 제작 중이던 재즈 음반의 마스터링 작업을 해외에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사운드가 굉장히 뛰어났습니다. 같은 소스로 만들어내는데도 국내와는 사운드가 아예 달랐습니다.”

마스터링의 중요성에 눈을 뜬 그에게 때마침 영국 메트로폴리스그룹이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2011년에 노 대표는 메트로폴리스의 한국법인 메트로폴리스코리아를 설립했다. 그런데 곧 이어 애비로드에서도 동일한 제안이 왔다. 기존의 로신앤컴퍼니 법인을 애비로드의 한국법인으로 바꾸고, 비슷한 사업영역을 가진 두 기업을 동시에 운영하는 색다른 CEO가 됐다.

“원래는 심장 전문 스포츠의학자가 될 예정이었는데, 그 타이밍에 운명이 바뀌었지요. 다행히 집안의 반대는 많지 않았습니다. 꿈을 향해 차근차근 가야지요. 약간은 경쟁이 있지만 법인 2개의 운영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있습니다. 각각의 스튜디오에 맞는 적절한 아티스트를 배분하기 위해 노력하지요”


조용필, 이선희, 이승환 등 쟁쟁한 가수들이 고객

마스터링 사업을 통해 그는 한국 음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 마스터링의 90%가 한 곳의 거대 스튜디오에서 이뤄집니다. 그러다보니 기계적으로 찍어내는 감이 없지 않지요. 케이팝 음악이 다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이 그런 이유입니다. 물론 작곡가들이 서로를 복제하다보니 그런 것도 있지만,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것은 마스터링에서 마지막에 이루어집니다. 마스터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호감을 느낄 수도 이질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작업 방식은 이렇다. 한국에서 레코딩한 음악소스들을 믹싱한 후 해당 파일들을 영국으로 디지털로 전송한다. 이 파일들을 가지고 세계적인 전문 엔지니어들이 작업을 하게 되고, 노 대표는 한국쪽 클라이언트와 현지 엔지니어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다.

“시작한지 4년쯤 됐습니다만 공격적 마케팅을 안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베스트셀링 음반은 거의 저희가 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이름있는 아티스트들이 저희의 고객이지요”

그간 그를 통해 마스터링을 진행한 주요 고객들은 조용필, 이선희, 이승환, 이소라, 윤종신, 넬, 델리스파이스 등 700여 명이 넘는다. 음악성이 높기로 유명한 아티스트들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일하다보니 난감한 상황도 많이 겪었다.

“조용필씨의 경우, 믹싱 소스를 다 준비해서 영국으로 넘어갔는데, 마스터링 직전에 마음이 바뀌셨습니다. 믹싱 자체가 맘에 안 드셨던 거죠. 그 믹싱은 미국, 태국, 한국 등에서 1년반을 공들여 작업한 것인데, 다시 만들려고 하니 스케줄이 허용하는 시간은 이틀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한 곡의 믹싱이 끝나면 그걸 들고 바로 옆 건물의 마스터링 스튜디오로 옮기고, 마스터링과 동시에 믹싱을 진행했는데, 세계음악사에 남을 만한 사건이었죠. 그렇게 마스터링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조용필씨는 일주일간 다시 모니터링 하시더니 엎으시겠다고 하시더군요. 이번엔 런던 스튜디오와 화상회의로 연결해서 재작업했습니다.”


‘2012 런던 MBC 문화페스티벌’로 유럽 케이 팝 열풍 주도

가왕(歌王) 조용필이 10년만에 출시한 19집 앨범 ‘헬로(Hello)’는 그렇게 3번의 마스터링을 거친 끝에 세상에 나왔다. 간난신고 끝에 만들어진 앨범답게 타이틀곡 ‘헬로’와 ‘바운스’ 등 여러 수록 곡들은 초대형 히트를 쳐 가왕의 건재를 과시했다.

“이번에 출시된 이승환 앨범도 마스터링만 여섯 번 했습니다. 이선희, 이소라씨도 세 번씩 했습니다. 보통 한번만 하고, 욕심부리는 분들만 두 번 하는데, 세 번씩 하는 건 정말 흔치않은 경우지요. 그런 가수 분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리의 브랜드 가치가 증명됐다고 생각합니다.”

주된 업무인 마스터링 외에 노 대표는 공연기획과 음악제작 사업도 벌이고 있다.

유럽에 케이팝을 확산시킨 결정적 이벤트로 꼽히는 ‘2012 영국 런던 MBC 문화페스티벌’은 MBC와 노 대표가 힘을 합쳐 일궈낸 대표적 공연이다.

2012년 당시 MBC는 런던 올림픽을 기념해 유럽에서 케이 팝 콘서트를 대대적으로 열고 싶어했다. 노 대표는 행사 기획은 물론 한류 커뮤니티를 추동해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당시 MBC는 올림픽 기념 문화행사를 하고 싶어 했지만, 해외 네트워크가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국내 방송사들은 동남아시아나 중국 등에서 브로커들에게 사기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개인 브로커가 아닌 현지의 믿을만한 회사와 일하길 원했지요. 메트로폴리스그룹은 규모로는 유럽에서 가장 큰 프로덕션이었고, 마침 저희도 해외 공연을 계획하고 있어서 양사간 이해가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 대표가 런던의 유명한 공연장 ‘O2 아레나’와 계약을 하자마자 MBC에서 파업이 발생해 행사는 난항을 겪게 된다.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노 대표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전역을 돌며 도시마다 케이 팝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활성화시켰다. 케이 팝 유럽 진출의 저변을 만든 것이다.

그 덕분에 공연 티켓은 온라인 발매 34분 만에 전석 매진되는 기록을 남겼다. 현재까지 케이 팝 유럽 공연에서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이후 노 대표는 유럽 공연 전략을 규모는 줄이되 횟수는 늘이는 투어 방식으로 바꿨다. 유럽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항공사나 여타 기업들과의 협찬 방식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또, 애비로드 스튜디오가 진행하는 ‘애비로드 라이브’라는 스튜디오 라이브 방식 TV 프로그램에 한국 아티스트들을 출연시키고 세계적 연주가들이 협연하는 것도 기획 중이다.

여기에 플랫폼 차원의 음악 컨텐츠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플랫폼을 통해 수출하려고 하니 한계가 너무 많았습니다. 내년쯤 미국에다 법인을 설립하고, 컨텐츠를 직접 해외 각국에 뿌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예정입니다. 단순히 음악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도 함께 하고, 그 공연 컨텐츠를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유포하는 시스템입니다.”

인터넷 시대에 전세계의 문화적 교류는 급속도로 늘고 있다. 케이 팝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러한 교류를 보다 활성화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국내 음악이 해외에서 더 사랑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노 대표의 꿈이다.

-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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