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4호 한복순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2014.04.14 13:19:24
20대 초반의 여성이 기내에서 호흡곤란이 발생해 산소를 사용하고 응급진료를 받았다. 런던에서 탑승한 이 승객은 인천공항에 내려서도 목적지까지 10시간 이상을 가야 하는 일정이 남아 있어서 연결 항공편을 기다리는 동안 병원을 다녀왔다. 진료를 받고 보니 호흡곤란의 원인은 ‘천식’. 호흡기 질환이 있으면 장거리 구간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천식은 기내에서 만나는 대표적 응급질환 중 하나다.
기내에서 응급환자 발생은 그다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환자승객의 안전은 물론 항공사가 감수해야 하는 경제적 손실과 더불어 다른 승객들에게도 심리적 불안감이나 불편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이런 응급사태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인천공항은 해외를 오가는 승객들로 항상 붐빈다. 건강에 별문제가 없는 승객들이 공항을 이용할 것 같지만 관심을 두고 지켜보면 병약해 보이는 어르신이나 휠체어로 이동하는 승객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지상으로부터 10km 고도를 나는 항공기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지상에 있는 것처럼 불편을 거의 느끼지 못하지만, 지병이 있는 사람들은 얘기가 달라진다.
지상과 기내 환경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압이다. 10km 고도에서는 기압이 매우 낮아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항공기에는 외부 공기를 끌어들여 압축하는 방법으로 기내 압력을 높이는 장치가 있다. 기내는 6000~8000피트(1829~2438m) 고도에 상응하는 기압을 유지한다. 결과적으로 기내는 지상에 비해 기압이 약 25% 정도 감소된다.
건강한 사람들은 이런 환경에서도 잘 견디지만 심장질환, 호흡기질환, 뇌혈관질환, 빈혈환자는 질병 자체의 특성과 가벼운 저산소증에도 건강이 나빠질 소지가 있다.
특히 호흡기 질환이 있으면 기내에서 산소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평소에 산소를 사용하고 있으면 기내에서도 당연히 산소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어쩌다 한 번 사용한다면 산소준비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간단히 테스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50m 정도를 걸어보거나 계단 한 층을 올라가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살펴본다.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 질환자 탑승 주의
그러나 자신의 안전을 고려한다면 좀 더 과학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니 의사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상에서의 산소분압이 70mmHg, 산소포화도가 90%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와 그 이상 수준이라도 증상이 있으면 기내에서 산소를 사용할지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
집이나 병원에서 사용하던 산소통을 공항에 가지고 와도 대부분의 항공사는 기내에 들고 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안전상 이유로 미연방항공청에서 승인이 된 것만 기내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산소가 필요하면 항공사에 사전 요청이 필수다. 그러나 휴대용 산소 발생기(POC: portable oxygen concentrator)는 일부 모델에 한하여 기내반입이 허용된다. 항공사 홈페이지나 항공편 예약 시 사용 가능한 모델을 확인하고 승인을 받으면 된다.
항공편을 예약할 때 적어도 출발 48시간 전에 산소 요청을 해야 한다. 시간을 넉넉히 두고 예약을 해야 산소통 부족으로 여행일정이 연기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장거리 구간에서 많은 양의 산소가 필요할 경우, 탑승이 거절될 수도 있다.
그 이유로는 항공사가 관리하는 의료용 산소통은 기내에 무한정 실을 수 없어 승객의 요구조건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소에 4L 이상의 산소를 사용하면서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건강상태가 좀 더 안정될 때까지 항공여행을 미루는 것이 승객의 안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대표적 호흡기 질환인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 외에도 미국 항공우주의학협회에서는 심장질환 중에 울혈성 심부전증, 협심증, 청색성 선천성심질환, 원발성 폐고혈압증, 항상 저산소증이 있는 경우도 기내에서 산소사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 한복순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정리 = 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