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원 공천 결정은 국민과 당원이 여당과 같은 룰로 싸우도록 배려해 주신 것”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6.88%P 차이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국민들과 당원들은 ‘새정치도 하고 국민에 대한 약속도 지켜라’하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도록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약속은 지켜져야 하지만 선거는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는 생각들이 동시에 드러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전체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통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공천 찬성 53.44%’ ‘공천 반대 46.56%’로 나타난 조사결과에 대해 정당원투표 및 국민여론조사 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석현 의원이 여론조사 직후 CNB저널과 첫 단독인터뷰에서 밝힌 소감이다.
이어 이 의원은 ‘보고직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반응은 어땠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두 대표는 내가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자 처음에는 다소 당황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곧 평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고 밝히면서 “다음 달이 후보등록 아닌가. 그러므로 공천이 임박했기 때문에 바쁘다. 우선 공천위원회를 가동해서 공천하기 위한 룰을 빨리 정해야 하고 경선에 들어가야 한다. 바로 공천에 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고 향후 방향에 대해 말했다.
한편 평소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이 의원은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소위 ‘3김 시대를 극복한 정치내공을 가진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다음은 4월 10일 오후 이석현 의원과 CNB저널의 일문일답이다.
- 여론조사 결과 ‘공천하자’는 결론이 났다. 관리를 맡았던 위원장으로서 소감을 말해 달라.
“국민과 당원들이 한 선거에 두 개의 룰로 치루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생각을 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과 같은 룰로 싸우도록 배려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기초공천 53.44% 무공천 46.56%가 주는 의미는 뭐라고 보는가.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우선 당원 투표에서는 당원들이 출마하는 우리 당 후보들의 절박한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약 14% 차이가 났지만, 일반 국민들은 두 개의 룰로 선거를 치루더라도 무공천 하는 쪽에서 얼마나 불리한가를 잘 모르고 있어 그래서 공천 반대 여론이 높게 나왔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대선공약을 ‘새누리당은 안 지키더라도 우리만큼은 지켜야 된다’고 하는 국민이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새누리당이 법을 개정하지 않고 공약을 안지키는데 우리만 불이익을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절반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조사들을 합산해보니 ‘공천해야 한다’가 6.88%P 더 나온 결과였다.
결과적으로 볼 때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6.88%P 차이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어떤 생각이 드느냐 하면 ‘새정치도 하고 국민에 대한 약속도 지켜라’하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도록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국민들과 당원들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약속을 지켜져야 하지만 선거는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는 생각들이 동시에 드러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최고위원회의에서 보고했을 때 안철수 대표의 반응이 어땠는가.
“공동대표들에게 따로 보고한 것이 아니라 일단 투표관리위원들이 10일 오전 8시30분경에 의원회관 내방에 모여 합산 작업한 다음, 그 결과를 가지고 9시10분경 최고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본청 당 대표실로 가서 공동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전부 있는 앞에서 브리핑을 했다.
공정성은 기하기 위해서 설문도 하나하나 살펴보고 보안도 철저하게 했다. 두 대표는 내가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자 처음에는 다소 당황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곧 평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4월 10일 이석현 관리위원장이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여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다음 달이 후보등록 아닌가. 그러므로 공천이 임박했기 때문에 바쁘다. 우선 공천위원회를 가동해서 공천하기 위한 룰을 빨리 정해야 하고 경선에 들어가야 한다. 바로 공천 에 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
- 국민·당원 여론조사 관리위원장을 맡았는데 왜 중대한 시기에 중책을 맡겼다고 보는가.
“내가 5선 중진의원이면서도 아무런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무계파라는 점이 높게 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기초선거 무공천’이 워낙 민감한 사안이고, 당내 첨예한 이견이 있었다. 그래서 원만하게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공정히 관리해줄 무게감 있는 중진 의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리고 제가 작년 7월, 민주당 전 당원 투표 때 관리위원장을 맡은 경험도 있으니까 그런 점도 고려되었을 것이다.”
- 새누리당에서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공격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공당이 선거 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 그렇지만, 우리 당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충정만은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과 당원의 뜻을 물은 결과, 기초선거에 공천을 하기로 한 것은, 하나의 선거를 두 가지 룰로 치룰 수는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그런데 박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우리가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안철수 대표가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청할 때는 눈을 감고, 귀를 막다가, 이제 와서 사과하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앞 차가 정해진 차선을 달리지 않고 급차선 변경을 해놓고, 급브레이크를 밟은 뒷 차를 나무라는 격이다.”
- 어찌됐던 6월 지방선거가 3자 구도에서 양자 구도로 형성됐다, 따라서 두 세력이 합친 신당이 중도보수라든지 무당층까지 포괄해서 민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가.“국민은 삶이 어렵다. 안보마저 불안하다. 북한의 무인항공기가 청와대 상공까지 마음껏 날아들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어떤가. 기초연금부터, 전월세값 안정, 비정규직 문제해결, 군복무기간 단축 등 대선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또한,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야당을 무시하고, 일방 독주를 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여당의 무능과 실정에 대해 현명하신 우리 국민께서 판단해주시리라 믿는다.”
-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군으로 김진표, 원혜영 의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등 네 사람이 출사표를 던졌는데 정치선배로서 조언을 해준다면.“새정치민주연합의 경기도지사 후보들은 네분 모두 경기도지사로서 손색없는 분들이다. 어느 분이 우리 후보가 되더라도 경기도의 발전과 경기도민의 행복을 위해 큰 일을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오랜 세월 정치하셔야 할 분들이니, 서로 상처주지 말고 칭찬하고 경쟁하면서 룰에 따라 페어플레이를 하고, 결과에는 깨끗이 승복하는 멋진 승부를 하기 바란다. 그리고 민심은 바다와도 같아서 잔잔할 때는 배를 잘 나아가게 하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어버리기도 한다. 모쪼록 민심을 잘 살펴서 좋은 정치하시기를 바란다.”
▲심원섭 기자와 대담 중인 이석현 의원(왼쪽). 사진 = 정찬대 기자
- 19대 국회 하반기 야당 몫 국회부의장직을 놓고 5선의 이미경과 4선의 김성곤 의원 등과 경합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제가 수도권에서 최고 다선이다 보니, 주변에서도 그렇고 부의장 출마를 권유하는 분들이 많다. 동료 의원들을 많이 만나서 의견도 듣고 해야 하는데, 당에서 여러 가지 일을 맡다보니 아직 그러질 못했다. 신당 창당 때는 전당대회 의장을 맡았고, 기초선거와 관련해서는 ‘전당원투표 및 국민여론조사관리위원회’ 관리위원장을 맡았다. 그래도 이런 직책들이 여러 의견을 한데 모으는 자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의원들을 만나고 정치현안에 대한 생생한 의견을 듣고 좋은 말씀을 나눌 수 있었다. 앞으로 의원들을 자주 만나려고 한다.”
- 두 사람보다는 이것만은 내가 큰 장점이라고 내세운다면.
“앞서 말했듯, 최근에도 그렇고 당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역할을 맡아줄 것을 요청받는 것은, 그동안 제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중립을 지켜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5선의 경륜을 바탕으로, 대립과 갈등을 조정해서 발전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점을 동료의원들이 인정해준 것 같다. 계파로부터 자유롭고,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로, 국회 의장단 에 요구되는 덕목이기도 하다.”
- 만약 부의장에 당선된다면 19대 하반기 국회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국회부의장이라고 무게 잡으면서, 사회나 보는데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야당의 부의장으로서 국회운영과 의사진행에 있어서 필요할 때는 싸워가며 중심을 잡을 것이다. 예전 15대 국회 때, 김영배 부의장께서 그런 역할을 잘하셨다. 당시 새정치국민회의는 79석에 불과했다. 여당인 신한국당 156석의 절반 조금 넘는 의석인데도, 당당하고 흔들림 없이 야당의 의견을 관철해냈다. 원내대표에게만 짐을 지우지 않고 야당 몫의 부의장 역할을 할 생각이다. 또한, 많은 대화와 소통을 통해 당내 화합을 이끌어내려고 한다.”
- 지난 2월 정치자금법이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제가 바른 말을 많이 하다 보니 탄압을 많이 받았다. 이명박 정부 때는 국정원으로부터 두 번이나 고소당했고, 민간인 사찰 재수사 때는 관봉돈의 출처를 폭로한 바로 다음날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으나 모두 무혐의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느꼈다. 앞으로도 권력 눈치 보는 일 없이, 잘못된 일은 잘못됐다고 바른 말을 계속 할 것이다.”
- 현재 국회 개헌추진의원모임 멤버인데 왜 지금 개헌이 필요다고 보는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30여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 사이 눈부신 경제성장과 문화발전이 된 만큼, 이제 우리 헌법은 다원화된 사회상을 반영해, 새로운 국가상을 담아내기를 요구받고 있다. 개헌에 대한 국민 요구도 큰데, 올 초 실시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개헌을 추진해야한다는 국민 의견이 77%였다. 국회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야를 초월한 154명의 국회의원들이 ‘개헌추진국회의원모임’ 활동을 하고 있고, 강창희 국회의장도 앞장서고 있다.”
- 과거 노무현, 이명박 두 정권에서도 개헌 논의가 있었는데 개헌이 쉽지 않은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현직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이 올까봐 가급적 개헌을 늦췄으면 하는데, 임기 말에는 차기 대선 후보들이 개헌의 유불리를 따지기 때문에 더욱 힘들어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을 공약하고도 막상 하자니까 ‘블랙홀’이라고 하면서, 논의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아직까지 뚜렷한 대선후보가 없는 지금이 적기다. 6월 지방선거를 마친 후에, 국회에 개헌특위를 꾸려야 한다.”
- 구체적인 개헌 방향에 대해 얘기해 달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대통령 한사람에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우리 대선은 ‘all or nothing’, 즉 이기는 쪽은 전부 가지고 지는 쪽은 모든 것을 잃는 싸움이다. 이러니, 선거 때만 되면 지역주의, 북풍 등 망령들이 되살아나고, 선거인지 전쟁인지 모를 정도가 된다. 이제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고 본다. 치안 재정 행정같은 내치(內治)를 총리가 맡고, 대통령은 통일 외교 국방같은 외치(外治)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임기는 4년 중임제가 적당하다고 본다.”
- 경기 안양 지역의 현안이 있다면.
“우리 안양도 그렇고 경기 남부지역의 고민은 아무래도 교통문제이다. 월곶~판교, 인덕원~수원 복선전철 건설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는데, GTX 건설 문제에 막혀서 계속 지연되고 있었다. 그런 것을 여야 국회의원 10여명이 ‘복선전철추진의원모임’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정부를 설득해서, 올해 기본계획 예산을 각각 20억원씩 확보했다. 그 공로로 ‘한국언론사협회로부터 ‘대한민국지역사회공헌대상’을 받기도 했는데, 이에 만족하지 않고 설계 예산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 마지막으로 지역민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여의도 국회 주변에 벚꽃이 화사하게 피었는데, 우리 안양시민들의 가정에도 봄의 따뜻함과 생명력이 가득하길 바란다. 부족한 사람을 아끼고 사랑해주셔서 늘 감사드린다. 변함없이 깨끗하고 따뜻한 정치, 이 땅에 정의를 바로 세우는 정치로 보답할 것을 약속드린다.”
- 심원섭 기자
심원섭 기자 dailype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