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욕이 생활화 돼, 중대형차 선호도 매년 증가
▲2012부산모터쇼 전경.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CNB포토뱅크
『한국인은 과시욕이 강하다고 한다. 왜 강해졌을까? 특히, 중대형 승용차와 명품의 소비에서 과시욕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왜 승용차와 명품은 과시욕을 드러내는 수단이 됐을까? 우리나라의 승용차와 명품 소비성향을 일본, 미국 등의 주요선진국, 중국과 비교해보면서, 과시욕의 정도를 파악해보자.
또한, 한국인은 경소형 승용차보다 중대형 승용차를 선호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선호도는 선진국들에 비해 어느 정도일까? 한국과 주요 선진국들의 자동차통계도 비교해보자.』
2003년에서 2008년까지 한국의 연도별 차종 점유율을 보면(그림-1), 2003년 중대형차(배기량 1500cc 이상) 점유율이 55.4%에서, 2006년에는 85.4%로 절정에 달했다가, 2008년에 77.5%로 약간 감소했다. 5년 동안에 이 차의 점유율이 크게 증가한 반면에, 경소형차는 44.6%에서 22.5%로 크게 감소했다.
한편, 우리나라 1인당 GDP(국민소득)는 2003년 1만3460달러에서 2007년 2만1694달러까지 매년 증가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 1만9295달러로 약간 감소했다. 이들을 종합해 보면, 대체로 중대형차의 점유율이 소득에 따라 증가하고 있다.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자동차 등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이런 추세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 중에서 2008년에 경소형차의 점유율이 22.5%로 대폭 늘은 것은 2007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보인다. 차종별 점유율이 위기에 민감한 것 같다.
일본의 경우는 차종별 점유율의 변화가 적은 편이다(그림4-2). 중대형차의 점유율이 2003년 42.4%에서 2008년 34.4%로 매년 약간씩 감소해 가는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와는 상반되는 추세이고, 점유율에서도 우리나라보다는 크게 낮다.
2008년 기준으로 한국과 일본의 1인당 GDP와 중대형차 점유율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소득이 2배정도 낮음에도 불구하고, 중대형차의 점유율은 2배 이상 높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 한국의 연도별 국민소득과 차종별 점유율(단위 : %) - 우리나라 1인당 GDP가 증가함에 따라 중대형차의 점유율이 증가하는 추세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소득과 중대형차의 점유율이 약간 감소했다. 출처 : 2010년 한국의 자동차산업, 국내ㆍ세계자동차 통계,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일본의 중대형차 선호도가 낮은 이유로는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 째는 자동차를 일상생활에서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 일본은 일상생활에서 전철, 자전거를 주로 이용하고, 승용차는 이들을 이용하기 곤란한 경우에 한정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둘 째는 승용차 구입시 차고증명제도이다. 주차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차를 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도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좁은 것을 들 수 있다. 일본의 차선폭은 2.75~3.5m로, 한국 3~3.5m보다 좁다.
▲(그림 2) 일본의 연도별 국민소득과 차종 점유율 비교 -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소득이 대체로 2배정도 높은데도 불구하고, 중대형차 점유율은 월등히 낮다.
한국의 중대형차 선호도는 다른 선진국과도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일까? 주요 선진국의 2008년 차종별 점유율과 1인당 GDP를 바탕으로(그림-3), 각국의 중대형차 선호도도 산출했다(그림-4). 이 선호도는 중대형차의 점유율 / 1인당 GDP×1000으로 산출한다. 이 선호도가 클수록 소득에 비해 중대형차를 더 선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의 중대형차 선호도는 각각 0.87, 1.70, 1.06, 1.74, 1.91로, 우리나라 4.02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인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중대형차 선호도가 세계최고인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가 이들 선진국에 비해서 소득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중대형차를 더 선호하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림 3) 한국과 주요선진국의 국민소득과 중대형차 점유율 비교(2008년 기준) -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가장 낮음에도 불구하고, 중대형차 점유율은 가장 높다. (출처 : 2010년 한국의 자동차산업, 국내ㆍ세계자동차 통계,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상과 같이, 한국의 중대형차 선호도가 세계최고인 것을 자동차 업계에선 소득증가와 과시욕이 강한 국민적 특성의 영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경소형차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로는 체면치레를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 소형차에 세제 혜택이 많지 않은 점, 호감이 가는 소형차의 다양한 모델의 부재 등을 꼽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중대형차를 통해 과시욕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을까? 그렇게 해야만 하는 무슨 필연적인 이유라도 있을까?
그런데 우리와 유사하게 중국인도 과시욕의 대상으로 외제차와 대형차를 선호하는 것 같다. 중국의 과시욕을 짐작할만한 언론보도를 소개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주요 자동차 브랜드의 2010년 중국수출이 63~132% 늘었다. 배기량이 크고 남에게 과시하기 좋은 차를 선호하는 중국부호들이 독일제 고급 차를 대거 사들이면서 독일 차의 중국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BMW는 2분기 영업이익(13억 유로)의 90%를 중국 시장에서 챙겼을 정도다. BMW는 “2분기 전체 수익이 2년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상반기 중국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우디·벤츠·BMW의 2010년 7월 중국 판매는 전년 대비 각각 53%, 300%, 82% 증가했다. 또,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큰 자동차로 사회적 지위, 신분과 부를 뽐내려는 중국인들의 과시욕이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중국내 석유소비확대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림 4) 한국과 주요선진국의 중대형자동차 선호도 비교(2008년 기준) - 이 선호도는 소득에 비해 중대형차를 선호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중대형차의 선호도 = 중대형차의 점유율 / 1인당 GDP×1000으로 산출했다. 한국이 세계최고이다.
한국과 중국은 중대형차를 통해 과시를 하고 있다. 그런데 과시욕이 강한 한중일에는 북방형이 많이 분포해 있다.
그렇다면 북방형은 왜 중대형자동차와 명품으로 과시를 할까? 아마도 이들이 외부로 잘 드러나서 상대가 인식하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이점을 감안해 본다면 일본의 1996년 명품선호도가 세계최고였음에도 불구하고 중대형자동차 점유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도 과시할 기회가 적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먹이가 충분한 현대사회에서는 과시가 불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나라 소득에 비해서 중대형차의 무리한 구매가 성행하고 있는 것은 과시가 우리사회에서 아직도 통용되고 있다는 반증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지불한 대가보다 과시효과가 크다고 여기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아니면, 이러한 과시가 지금도 우리들의 친구, 동료, 모임, 애정 등의 대인관계, 인사의 발탁이나 추천, 프로젝트팀의 구성, 업무협상, 행사, 입사면접 등에서 부지불식간에 통용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시의 방법은 자동차 구매뿐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 경력, 학벌, 가문, 재산 상태를 대화에서 은근히 내비치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어 보인다. 다른 말로 하면 자기 PR이라고도 한다. 때로는 과장해서 과시를 하기도 한다.
- 최창석 명지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 저자 (정리 = 이성호 기자)
최창석 명지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