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외(김유정 중·단편소설)
김유정 지음 / 1만2800원 / 재승출판 / 336쪽
김유정의 집안은 고향인 춘천은 물론이고 서울에도 백여 칸 되는 집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부유했지만 일곱 살 때 어머니를,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여읜 뒤로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김유정은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다섯 명의 누이와 한 명의 누이동생 틈에서 자라 여성에 대한 시각이 전통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휘문고보 졸업반 시절에 우연히 명창 박녹주의 공연을 보고 병적인 짝사랑에 빠졌지만 번번이 거절당하고 말았다. 2년여의 짝사랑에 절망하고 고향에 내려와 금병의숙을 세워 농촌계몽운동을 벌이던 김유정은 신춘문예로 먼저 등단한 안회남의 권고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33년에 ‘산골 나그네’를 ‘제1선’에, ‘총각과 맹꽁이’를 ‘신여성’에 발표하고 밤마다 온몸이 식은땀에 젖은 채 깨어나 소설을 썼는데 이즈음 폐결핵 진단을 받았다.
193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낙비’가 1등으로 당선했고, 조선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노다지’가 입선했다. 짧은 작품 활동 기간에 쓴 30여 편의 소설 중 12편은 고향인 춘천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한 농촌소설이다.
이 책에는 총 15편의 작품을 실었다. 김유정 소설의 특징은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이면에 짙은 우수가 깔려있다는 점이다. 당시 식민지 사회의 열악한 모습을 구조적 모순과 함께 제시하지만 경직된 주제에 빠지지 않고 전통적인 우리 정서를 바탕에 깔면서 서민들의 무지와 궁핍한 삶을 해학적으로 재구성했다.
-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