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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기획실장]“세월호 참사는 모든 부실의 종합판”

“통법부로 전락한 국회…정치가 바뀌어야 세상도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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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6호 정찬대 기자⁄ 2014.04.28 14:02:31

▲사진 = 정찬대 기자


“세월호 참사는 모든 일어날 수 있는 부실의 종합판이다”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기획실장 겸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를 이렇게 규정했다. 그는 지난 24일 CNB와 인터뷰에서 “제대로 된 매뉴얼이 있어야 했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일이 터질 때마다 이런 난리가 나는데, 정말 이해가 안 된다”며 세월호 실종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현 정부에 대한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홍 실장은 세월호 참사 후 국회에서 부랴부랴 관련법이 제정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지금 있는 법과 제도만 제대로 실천했어도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뭐가 문제였는지, 무엇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점검하지 않은 채 무슨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현 정치권의 ‘뒷북치기’에 쓴소리를 내뱉었다.

15대 국회 이래 매년 국정감사를 모니터링해온 홍 실장은 국감 때마다 안전관리법 등이 지적돼왔지만 개선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국감 이후 시정조치 상황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점검하는 시스템이 없다보니 총체적 부실이 나타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국정감사가 헛됐다”고 평가했다.

홍 실장은 지난 13일 전국 17개 광역단체장과 227개 기초단체장들이 4년 전 제시한 선거 공약의 이행여부를 전수 조사해 이를 발표한 바 있다. 결과는 기초단체장들의 평균 공약 이행률이 66.56%로 ‘D학점’에 그쳤고, 아예 실행에 옮기지 않은 ‘0점 공약’도 594개(8.7%)나 됐다. 겉만 번지르르하거나 전시성 공약도 비일비재했다.

홍 실장은 이에 대해 “도덕불감증의 한계가 어디고, 국민들이 어디까지 인내해야 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상황에 따라 공약이행률이 떨어질 순 있지만, 자기 스스로 공약을 바꿔놓고도 뻔뻔한 모습을 보이며 창피한 줄 모르는 사람은 결코 뽑아선 안 될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회의 감시와 견제를 강조하며 “국회가 달라지면 세상의 많은 것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국회가 제 역할을 하는 데는 국민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 모두가 감시자가 돼야 국회의 변화가 가능하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홍금애 실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정부의 재난관리시스템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소방방재청은 소방 문제만 다루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 재난 관계를 모두 다루는 기관이란 점에서 이런 경우 제대로 된 매뉴얼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전혀 없었다. 일이 터질 때마다 이런 난리가 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책임지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는 것이 이런 참사로 이어진 것 같다. 선박의 결함, 관제시스템, 안전점검, 구명보트 부실 등 세월호 참사는 모든 일어날 수 있는 부실의 종합판이라고 보여 진다.


- 정부의 안이한 대응과 책임 떠넘기기가 국민적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영역 싸움하듯 선 그어놓고, 이 영역이면 우리가 하고 아니면 니들이 하라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을 보면서 이해가 안 갔다. 안전행정부에서 해야 하는지, 해양수산부에서 맡아야 하는지, 해양경찰청이 업무처리를 해야 하는지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나라에서 국민이 어떻게 정부를 믿고 살 수 있겠는가. 애만 낳으라고 하지 말고, 세월호 참사와 같은 위험에서 벗어나게끔 해줘야 애도 낳지 않겠나. 요즘 대부분의 가정이 한 두 명의 자녀를 갖는데, 저런 식으로 우리 아이들을 보내는 것을 보면서 정말 화가 났다.


-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권이 너도나도 관련법을 제출하고 있다.

지금 있는 법과 제도만 제대로 실천했어도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무엇이 안 됐고, 뭐가 문제였는지 점검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슨 법안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법이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것이 낫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런 식으로 법안을 제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제(23일)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학생이 참여하는 단체 활동에 앞서 안전대책 마련을 의무화하는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지금까지 기구나 법이 없어 못했던 게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법에 훈시규정이 너무 많아 이를 위반해도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런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일단 각 상임위에서 해수부나 해경 등의 잘잘못을 따지고, 여야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매뉴얼을 만든다든지,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순서라고 보여 진다.


- 고위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행동과 언사가 국민적 공분을 더욱 키웠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기본이 안 된 것이다. 기본이 안 된 사람들이 자리보존하고 있으면,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도 해만 된다.

▲4월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해경과 해군 수색 대원들이 조명탄과 서치라이트를 밝히고 야간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현재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안전관리법에 대한 대책이나 지적이 계속됐음에도 이 같은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국정감사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결과보고서를 채택하고 이후 시정조치 상황이 나오는데, 작년 국감 때 발표된 시정조치 상황이 올해도 똑같이 지적된다. 다시 또 이것은 내년에도 반복된다. 결과적으로 국정감사가 헛됐음을 말해주고 있다. 시정조치 상황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점검하는 시스템이 없다보니 총체적 부실이 나타나는 것이다.


- 상시국감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는데.

상시국감은 지금도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이다. 지난 1월 국정감사를 6월과 9월로 나눠 일 년에 두 차례 실시하기로 여야가 합의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국민을 우롱한 것이었다. 6월에 상임위가 바뀐다. 새 상임위를 배정받고 일단 업무 보고부터 받아야 하는데, 아무 것도 모른 상태에서 무슨 국감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2년에 한 번 상임위가 바뀔 때는 어떻게 하겠다고 명시한 것도 아니고, 가만히 있다가 4월 쯤 돼서야 이번에는 못할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의 태도가 아니다.


- 지난 13일, 민선 5기(2010년 출범) 17개 광역단체장과 227개 기초단체장들의 핵심 선거공약 이행여부를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는데.

후보가 선거를 치르기 전 선거관리위원회에 5대 공약을 제시하고, 이후 유권자에게 선거공약서를 만들어 배포하게 되는데, 선거공약서를 작성할 때 선관위에 제시한 5대 공약 가운데 상당부분이 누락된 채 작성된다. 또 당선된 뒤 홈페이지에 선거공약을 게재할 때도 당초 공약에서 적어도 30% 이상 후퇴하는 것을 봤다. 공약이행률을 조사할 때 각 지자체에 소명자료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200여 곳에서 자기들 공약이 아니라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말이 되나 싶어 공약 일치율을 일일이 조사했는데, 실제 내건 공약과 홈페이지에 나온 공약이 많은 차이를 보였다. 근거 자료를 제시하고 나니 그제야 공약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도덕불감증의 한계가 어디고, 국민들이 어디까지 인내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상황에 따라 공약이행률이 떨어질 순 있다. 하지만 자기가 공약을 바꿔놓고도 뻔뻔한 모습을 보이며 창피한줄 모르는 사람은 결코 뽑아선 안 될 것 같다.


-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자들의 선심성 공약이 남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공직선거법 66조 2항에 공약을 제시할 때 이를 추진할 수 있는 근거조항 다섯 가지를 포함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행 기간, 목표, 재원조달 방법 등이 그것인데,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공약을 볼 때 이러한 기준들을 눈여겨봤으면 한다. 이 사람의 공약에 재원이나 목표가 분명하게 제시돼 있는지를 보면 공약 추진에 대한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18대 총선 당시 많은 의원들이 4대강 사업을 막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어떻게 막겠다고 명시하지 않은 것은 결국 포퓰리즘 공약밖에 될 수 없다. 후보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정확히 알려야 하고, 유권자는 공직선거법의 기준에 따라 좋은 후보를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것이 선거문화로 정착될 때 기초선거 무공천에도 제대로 된 후보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정찬대 기자


- 정치권이 기초선거 무공천 제도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봤는가.

무공천제는 찬성한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후보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나 자료가 제공돼야 한다. 그런 것 없이 무작정 무공천한다면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고, 되레 혼란을 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제도적 보완장치가 선결돼야 한다.


- 지난 2월 국회의원 270명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무슨 이유인가.

저작권법 때문에 청소년이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용증명이 집에 오니깐 이를 본 부모가 혼을 냈고, 결국 자살에 이른 것이다. 소설 몇 개 다운로드 받은 것을 로펌에서 확인해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었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권자가 아닌 제3자의 고발권(비친고죄)이 인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저작권법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도 등장했다. 대기업은 피해를 안 본다. 소상공인, 예를 들어 간판업자의 경우 글자모양 때문에 저작권법에 걸리는 경우도 많이 봤다. 저작권법은 친고죄가 비친고죄로 바뀌면서 논란이 커졌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무단으로 올린 언론사 기사를 보고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하는 차원에서 이들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모두 고발한 것이다.


- 국회의원들 반응은 어땠나.

문제가 돼서 서둘러 법을 고칠 줄 알았는데, 반응이 없었다. 검찰도 이 문제를 갖고 세미나를 진행하는 등 언론플레이만 한 채 결론 없이 끝냈다. 저작권법은 친고죄가 원칙이다. 등록제인 특허도 친고가 우선이다. 그런데 특허는 등록이라는 까다로운 절차가 있지만, 저작권의 경우 그렇지 않다. 결국 비친고죄 때문에 누구나 고소할 수 있고, 이에 따른 폐단이 생기는 것이다.


- 지난 15대 국회 이후 16년간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을 운영하고 있다.

권력기관인 국회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회 사무처에서 사무실을 내주며 지원하겠다고 한 적도 있지만 우리가 거부했다. 국회를 견제해야 하는데, 지원을 받으면 정정당당하게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거부한 것이다. 모 언론사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상 주기 위해 정책 백서를 팔았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이는 저희가 분명히 문제 삼을 것이다. ‘국정감사 우수의원’ 상 등은 지난 16년간 해온 평가지표에 따른 것이다. 1000명 이상이 모니터하고, 객관적 평가에 따라 ‘우수의원’ 등이 선정된다.


- 계류법안이 국회에 쌓여있는 것을 보면 어떤가.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것은 소위원회(소위)의 문제가 가장 크다. 지금 보면 법안소위를 열어도 제대로 된 회의를 안 한다. 회의가 진행되지 않으니 법안통과도 안 되는 것이다.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하는 일부 전문위원들도 문제다. 결국, 국회가 정부에서 만든 법을 통과시키는 통법부 역할로 전락한 셈이 됐다. 저희가 국회를 평가할 때 국감뿐 아니라 각 상임위, 전체회의, 대정부질문, 예결위, 법안투표율 등 12개를 계량화해 평가하는데, 올해는 소위를 계량화해 모니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국회가 달리지면 세상의 많은 것도 달라진다. 피감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곳이 국회다. 국회가 제 역할을 했다면 세월호 참사도 안 생겼을 것이다. 국회가 제 역할을 하는 데는 국민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 모두가 감시자가 돼야 국회의 변화가 가능하다. 국회의원은 정말 잘 뽑아야 한다. 법률소비자연맹에 많은 의견주시고, 또한 추후 법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할 때 기관에서 퇴직한 분들이 재능기부를 해줌으로써 많은 분들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참여해주셨으면 한다.

- 정찬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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