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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세계여행’ 김현주 광운대 교수]강단의 틀 벗고 강호의 멋 찾다

중년의 로망 완성…방학 틈틈이 쪼개 5년 간 56개국 32만km 누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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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6호 이성호 기자⁄ 2014.04.28 14:03:22


잠시 모든 일을 제쳐두고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주변 여건들이 발목을 잡아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마련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원대한 세계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는 자신의 모습은 잠시 꿈속에서나 그려볼 뿐이다.

대부분 “훗날 언젠가는 꼭 이루고 말리라”라며 스스로를 다독거린다. 젊어서도 떠나기 힘든 세계여행일진데 나이가 든 중년에, 그것도 혼자서 실행하기는 더욱 힘들다. 하지만 갇혀 있는 고정 프레임을 깬 사람이 있다. MBC 옴부즈맨 프로그램 ‘TV속의 TV’를 진행한 바 있어 낯익은 김현주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59)는 자신이 그토록 갈망하던 세계여행의 꿈을 이뤘고 아직도 진행중이다.

54세 때인 지난 2009년 작심하고 가방 하나 둘러메고 나 홀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 현재까지 56개국 수백 개의 도시를 누볐다. 거리상으로는 32만km에 달한다. 김 교수는 다녀온 곳의 생생한 여행기를 블로그에 실었다. 이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남아메리카·중국 내륙·동아프리카·시베리아 지역의 이야기를 추려내 한데 묶어 ‘반도를 떠나 대륙을 품다’라는 책까지 최근 선보였다.

세계여행이라는 중년의 ‘로망’을 이뤘고 다른 분들도 이러한 로망을 이루는데 조금이나마 용기를 주고 싶다는 김현주 교수를 만나 그의 여행기를 들어봤다.


- 세계여행을 떠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세계여행을 다닌 지는 5년이 됐다. 여름·겨울 방학 때 다니고 있다. 무모해 보였던 31일간의 한 달 여행을 첫 시작한 게 2009년 크리스마스 때였다. 첫 여행의 테마는 지중해 일주였다. 이스탄불에서 시작해 요르단·이스라엘·이집트 그리고 남유럽을 종단해서 북아프리카에서 끝냈다.

사실 이러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행 준비는 6개월 전 부터 시작했지만 준비 기간에 여러 가지 일들이 걸린다. 회의에 오라고도 하고 많은 일들이 있지만 큰 결심을 한 만큼 다 제쳐두고 여행을 가기로 한 것이다. 집에서도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긴가민가하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한번 두 번 번번이 무사히 갔다 왔고 기록을 해서 블로그에 올리는 것을 보고 아내도 격려해주는 편이다.


- 젊은 나이도 아닌데 늦게, 홀로 여행을 시작한 이유는.

평생의 꿈이었다. 늘 세계여행을 꿈꿔 왔다. 나이 들어서 버려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을 판단하는 능력도 생겼고 경제적으로도 크진 않지만 약간의 여유가 생겨 여행비를 충당할 수 있게 됐다.

첫 여행을 시작한 2009년에 여행을 성공적으로 다녀오게 될 경우 전 세계를 도는데 5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60살 전에 끝내자고 마음을 먹었기에 실행하기 적절한 나이였다. 현재까지 11번 여행에 총 경비 4300만원이 들었다. 날짜로 따지면 거의 1년간을 꼬박 세계여행을 한 것이다. 

▲중국 내륙 여정 지도


- 경비는 어떻게 아끼나.

서울발 국제선 항공권에서 여행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다구간이나 인앤아웃이 다른 항공권을 산다. 비행기 표가 자유여행 경비의 60%를 차지해 최대한 비행기 표 값을 줄여야 한다.

이어 호텔비를 아낀다. 제3세계에 가면 물가는 싼데 호텔비는 비싸다. 이에 2성급·3성급을 간다. 미국 달러로 치면 50~60달러, 한국 돈 6만원을 최고 한도로 호텔비를 정하고 있다. 또 택시는 절대 안 탄다. 대중교통을 필히 이용하고 있다.


- 현재 계획중인 여행지는.

아직 가보지 못한 여행지 2곳을 선정해 준비하고 있다. 먼저 올 여름에는 발칸반도의 남쪽지역에 가 볼 예정이다. 소국들이 많은 곳으로 코카서스 지방도 가보고 싶었다. 여행 기간은 20일 정도로 잡고 있다. 이어 올 겨울에는 멀고 먼 여행지의 마지막 종착역으로 드디어 카리브해로 떠난다. 대표적으로 쿠바, 도미니카공화국,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거쳐 귀국하는 일정이다.


- 여행지를 선정하는 기준은.

여행의 테마 중 하나는 사람이다. 어떠한 사람들이 살며 어떠한 언어를 쓰며 어떻게 생긴 사람들이 있는지 사람이 사는 곳은 다 가보려고 했다. 가고 싶은 곳, 가야만 하는 곳, 그리고 갈 수 있는 곳을 가고 있다. 이 3가지의 요소에서 공집합이 생긴다. 여기서 여행지를 선정한다. 또한 우리나라와의 연관성 및 나와의 연관성도 중요한 요소다.

▲시베리아-몽골 여정 지도


- 사람이 테마라고 했는데 현지인들과 접촉을 자주하는가.

현지 사람과 접촉하려고 무척 노력하는 편이다. 현지에서 이동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러면 무조건 부대낄 수밖에 없다. 또한 혼자 다니기 때문에 현지인들과의 대화는 외로움을 달래 주기도 한다. 비록 단편적이고 짧고, 흩어져 있는 대화들이기도 하지만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현지 이동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만난 사람 모두 거의 예외 없이 친절했다. 백인들이 사는 나라의 경우 첫 느낌은 차갑다. 하지만 현지인들과 접촉하고 나면 인류는 모두 ‘같다’라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인종·종교·이데올로기에 관계없이 공통의 가치관을 추구하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간 본연이 추구하는 가치는 모두 같다는 것을 체험했다.

예컨대 자존감 즉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감은 어딜 가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존감 때문에 산다. 자존감이 없는 인생 혹은 자유가 없는 인생은 가치가 없는 인생처럼 보인다. 자기는 희생해도, 내가 사는 세상은 힘들어도 꾹 참고 자손을 위해 더 좋은 교육·환경, 더 좋은 집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마찬가지다. 여행을 통해 고결한 가치관을 배웠다.


- 현지에서 즐기는 나만의 여행스타일은.

여행을 가기 전에 반쯤은 이미 즐긴 것과 마찬가지다. 정보를 엄청나게 많이 가져간다. 현지 비행기 표와 숙소 예약은 기본이고 여행 떠나기 전에 매우 상세한 일정표를 준비해 간다. 이 일정에 맞춰 수행한다. 준비해간 일정이 어긋나는 경우는 지금껏 단 한번도 없었다. 물론 운도 좋았다. 일정표가 어긋나는 경우는 천재지변으로 비행기가 못 뜨거나 태풍이 불거나 화산이 터지거나 등인데 다행히 그런 경우는 없었다. 다 짜놓은 일정표대로 움직였다. 일주일 동안 놀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일정이라 하나가 끊어지면 전체가 망가진다. 다행히 그런 부문에 행운이 있었다.


- 여행정보는 어디에서 얻나.

여행을 가기 전 영문 콘텐츠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는다. 예를 들어 구글·위키트래블·위키피디아에서 쿠바를 검색하면 상당히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정보를 받아서 저장해 놓는 식이다. 폰트를 작게 해서 양면 복사해 늘 들고 다닌다. 여행지에서 읽고, 또 내일 갈 곳을 읽으면 이미 머릿속에서 여행이 그려진다. 여행지에 가서 그야말로 확인하는 차원에 불과한 적도 있다.


- 여행도중 위험한 일은 없었나.

이상하게(?) 많이 피해 다녔다. 이집트 여행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인 그리스로 넘어 갔는데 이집트를 떠난 지 나흘 만에 혁명이 터진 일도 있었다. 강도나 신체적 위협을 받은 적도 없다. 미리 현지에서의 조심해야 될 정보들을 수집해 인지하고 다니며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일몰 후에는 밖에 나가지 않는 원칙을 지킨다. 일몰이라 해봤자 북반구에서는 해가 저녁 9시~10시에 져서 다니는데 지장은 없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지 않았다. 아니 아플 수가 없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 심지어 집 생각도 잠시 접어두고 일정 완수에 정신을 몰두해야 하기에 아플 겨를이 없었다.


- 여행 시 가지고 다니는 소지품은.

가방 달랑 한 개가 전부다. 긴 여행에도 가방 안에는 속옷 3벌, 양말 2·3켤레, 여행정보, 작은 디지털카메라 등만 넣고 다닌다. 최대한 짐을 줄인다. 현지에서 기념품을 산다든지 쇼핑은 하지 않는다. 이는 짐을 줄이기 위함이다. 짐이 적으면 유리한 점이 많다. 비행기 탈 때 따로 짐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현지에서 저가항공을 자주 이용하는 데 오히려 사람보다 짐 값이 더 비싸다. 무엇보다 가방을 따로 실었는데 도착하지 않을 경우 여행을 이어 나갈 수 없다. 또 짐이 크면 택시를 타야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


- 여행기를 출간하게 된 배경은.

나를 위한 기록을 남기고 싶었고 또한 이러한 여행기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랬다. 그동안 여행 블로그를 운영해왔는데 내용을 원고 매수로 따져보니 책으로 만들 경우 족히 3권 분량이나 됐다. 하지만 여행서를 시리즈로 3권이나 내줄 수 있는 출판사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행이 한 출판사에서 책을 내기로 했다. 단권으로 내기로 해 여행기중 특색 있는 기록을 뽑아야 했다. 현재까지 총 11번의 세계여행을 갔는데 그중에서 4편을 골랐다. 우리나라에서 멀리 있고 많은 사람들이 가보지 못한 곳을 포함한 4편의 여행기(남아메리카·중국 내륙·동아프리카·시베리아)를 담았다.

▲사진 = 정의식 기자


- 여행기가 시중에 많다. 차별성은.

다른 사람이 쓴 여행기를 보면 주관적인 감상을 서술한 책이 대부분이다. 차별화된 책을 만들고 싶었다. 감상이 들어가야 하겠지만 근거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근거 없는 감상을 서술하거나 나열하지 않았다. 다니면서 최소한의 여행정보도 주도록 했다. 그렇다고 가이드북은 아니다. 몇 번 버스를 타고 어디 식당이 좋고, 잠자리를 소개하는 또 다른 종류의 여행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정보가 아예 없으면 밋밋한 것 같아서 정보를 조금씩 주면서 감상은 주관적이지 않도록 노력했고 한국과 한국인, 그리고 나,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다. 현지에서도 그런 것들을 찾으려 했다.


- 여행 도중 한국의 위상을 느꼈다면.

한국의 존재감은 낮선 나라에 입국할 때 바로 알 수 있다. 한국 여권이 갖는 위상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예컨대 라오스 경우, 국가 수입이기도 하기에 입국비·입국세로 약 30달러씩을 받는다. 서양 관광객과 함께 줄서서 돈을 내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 곳 관리가 미리 국적을 확인하고자 지나가면서 묻기에 코리안이라고 했더니 당신은 돈을 낼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서양인보다 한국 사람인 내가 대접을 받는 진기한 경험을 했다. 또 전 세계 어디든 한국제품이 있다. 거리에는 한국 차. 호텔방에는 한국 전자제품 등을 늘 볼 수 있는 등 여행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항상 느끼고 있다.


- 학생들에게도 여행을 권유하나.

나는 베이비부머 세대다. 글로벌 환경도 아니었고 이를 경험할 만한 제도와 여건이 준비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글로벌 환경이 갖춰져 있다. 글로벌 경험이라는 게 한 젊은이가 살아가는데 중요한 밑천이 되는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에 소외되는 것은 결정적으로 본인에게 이로울 게 없다. 즉 손해다.

좁은 땅덩어리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며 살아가야 되는데 글로벌 감각·경험·기회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안목만 조금 있으면 그 기회의 바다를 족히 10배로 늘릴 수 있다고 본다. 치열하게 삶을 위해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더 낳은, 더 좋은, 더 여유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글로벌 환경에 젊은이들이 나가야 한다.


- 국내 여행지의 문제점은.

우리나라는 일단 시스템이 여행자에게 친절하지 않다. 중소도시의 경우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이 다니기 어렵다. 서울의 경우도 지하철은 이용할 수 있겠지만 시내버스는 외국인이 타기 힘들다. 관광호텔에 자는 사람들은 비즈니스 차원에서 한국에 온 사람들로 회사 돈으로 낸다. 자유여행으로 온 개인은 비싸서 잘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중저가 호텔은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관광지를 알리는 콘텐츠가 부족하다. 특히 인터넷에서 영어로 된 관광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매우 부족하다. 한 예로 구글에서 경남 진주라고 검색하면 굉장히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다. 우리나라를 여행한 한 외국인이 쓴 글인데 진주의 구석구석을 소개하며 어디에서 버스를 타고 어떤 골목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상세히 설명해 놨다. 국내 면세점에서 돈을 쓰는 것 보다 이러한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관광을 위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더 많은 사람들을 오게 만드는 것이다. 정보는 무형의 재화다. 우리나라는 관광을 돈에 만 결부시킨다.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사람들이 오게 만들기 위해서 글로벌한 콘텐츠가 많아져야 한다.


-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지는.

대륙마다 다르지만 남미에서는 에콰도르였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는데 놀라운 모습을 봤다. 아주 멋있었다. 특히 수도 키토는 해발고도가 2800미터다. 적도인데도 고도가 높아 시원했다. 특히 스페인 사람들이 500~600년 전 신대륙에 건설해 놓은 건축물들이 고스란히 있었다.

또 몰타는 유럽·아랍·아프리카 문화가 섞여있어 기억에 남는다.

중국에서는 장강삼협을 꼽을 수 있다. 이곳은 그야말로 깊은 골자기로, 댐이 생겨서 수위가 90미터나 올라가 잠겼어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수위가 높아져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그전에 봤다면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없을 정도로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람들이 여유로운 에티오피아도 아주 인상적인 나라였고, 아직 때 묻지 않은 라오스는 과거 농촌 한국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느린 여행이 가능했고 물론 그들은 힘들 수도 있지만 여행자의 눈에서는 지금보다 50년 전의 삶에 더 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뒤 돌아 보게 만들었다.


- 여행이란 무엇인가. 정의를 내린다면.

여행은 또 다른 여행을 낳는다. 지금까지 그렇게 여행을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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