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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큐레이터 다이어리]공공미술의 이해

작가의 사유와 예술관, 인생 스토리가 작품에 녹아야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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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0호 김연희 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 큐레이터⁄ 2014.05.29 08:51:26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날씨가 좋다. 이러한 날에는 비록 도심 속에 있지만, 구석구석 숨어 있는 산책길을 따라 내가 좋아하는 베토벤 소나타 ‘비창’을 들으며 간혹 여유를 만끽해본다.

필자 나름 바쁜 업무 속 스트레스에 긴장되어 있던 뇌를 이완시키는 방법 중 하나이다. 미술 전공자인 내게 음악이란 또 다른 새로운 예술 분야이다. 베토벤을 굉장히 사랑하는 음악비전공자로서 베토벤의 삶과 사유, 그 고리 안에서 흘러나오는 천재성, 비운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음악에 대한 열정, 이 모든 것을 마음에 담고 그의 음악을 듣다 보면 전율이 흐르지 않을 수 없다.

미술품에 대한 비전공자들의 이해도도 마찬가지 않을까 싶다. 매번 작품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받을 때 마다, 서양미술사를 줄줄 외우듯 설명서를 들고 다니며 작품을 보는지 설명서를 읽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마다 난 무작정 마음으로 느끼라고 했던 내 모습을 조금은 반성하게 되었다.

작가의 사유와 예술관, 그만의 인생의 스토리, 이 모두가 작품에 녹아 있을 때 그 감동은 배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베토벤의 가장 화려했던 작곡가로서의 초창기 젊은 날 청년의 애상감이 녹아 있는 ‘비창’에 녹아 흠뻑 젖어 있을 무렵, 도심 속 곳곳의 공공미술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양동 귀뚜라미 사옥앞에 설치된 조나단 브롭스키의 워킹 투더 스카이


과연 지나가는 행인들은 도심 속 뜬금없이 서있는 미술품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관심은 갖고 있을까? 이 작품을 제작한 예술가의 의도가 전달되고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적어도 미적 아름다움이라도 전달될 수 있다면야 반은 성공이겠지만, 때론 흉물스럽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는 대중들의 생각들도 종종 엿볼 수 있다.


서울 도심에서 눈에 띄는 공공미술 작품들

수억 수십억을 들여서 제작한 공공미술 작품의 의도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적어도, 대중들에게 ‘이게 왜 여기 있지? 불편하게.’라는 생각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어릴 적 클래식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왜 재미없는 저런 음악을 들으시지?’ 라는 생각은 작곡가에 대한 관심과 그에 따른 정보 지식 등을 통해 음악을 마음 깊이 이해하고 그것을 넘어 감동을 받았다. 그렇듯이 공공미술품에 대한 관심과 정보를 전파하면 대중들의 마음도 열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청계천 광장에 놓인 올덴버그의 스프링. 사진 = 왕진오 기자


도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공미술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면 첫 번째로 청계천에 위치한 올덴버그의 스프링이 떠오른다. 말이 많았던 작품이다. 주변 환경과 조화롭지 못한 외형이라고 판단되어 대중들에게 가장 흉물스러운 미술품 1위로 선정되었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팝아티스트 올덴버그는 한국의 대표 상징적 예술품으로 자리매김 되길 염원하며 한국에 대한 깊은 고찰과 연구를 통하여 옷고름, 청계천의 솟는 샘(spring) 등을 연상하여 작품화 하였다.

높은 빌딩들이 줄지어 있는 테헤란로에 위치한 프랭크 스텔라의 아마벨 작품은 제철업의 대표주자인 포스코에서 대략 20억 원의 가격에 매입한 작품이다. 충격적인 작품 가격만큼 외형 또한 미술품이라고 하기에 충격적인 외형이다. 이에 따라 철거 찬반 주장들이 뜨거웠고, 결국은 주변의 나무를 우거지도록 하여 가리는 방법을 택하였다.

다음은 흥국생명 빌딩 앞 조나단 브롭스키의 ‘해머링 맨’ 이다. 길가다 흥국생명 빌딩은 몰라도 ‘망치 두들기는 사람 앞으로 와’ 라는 말 한마디면 다 알아듣는다는 대중들과 가장 친화도가 높은 미술품이 아닌가 싶다.

▲신문로 흥국생명 빌딩 앞에 놓인 조나단 브롭스키의 해머링 맨. 사진 = 왕진오 기자


이와 같이 곳곳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설치되면서 공공미술품은 유명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되고, 미술관 투어로 서울을 방문 하는 외국인들에게 유명 공공미술품들은 꼭 들러야 할 관광 코스로 들어가 있을 정도로 수십억 원의 홍보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또한 상업적인 목적 외로 지역민 뿐 아니라 전 세계인 모두에게 작품이 전하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인들에게 잠시 뇌를 이완 시켜주는 힘이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와주는지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도심 속에서 짧은 브레이크 타임, 가장 쉽고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최고가의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바로 공공미술품이다. 

작품의 이해와 관심을 통하여 고가의 미술품 옆이 단순히 흡연의 공간으로만 사용되는 일은 점차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김연희 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 큐레이터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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