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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 김정선 작가]그림으로 세상을 바꾸는 작품, 작품으로 사람의 영혼 흔든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추억과 회상을 시각적인 언어로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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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0호 왕진오 기자⁄ 2014.05.29 08:51:47

▲김정선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왕진오 기자) 화면 속 익숙한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의 형체가 투명인간처럼 보인다. 대상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리운다. 하지만 작가는 “투명함은 실체가 아니다. 기억 속의 남아 있는 이미지이며, 상상 속에 기대하는 공간의 이미지”라고 말한다.

오래된 사진 속 추억의 이미지를 재조합하거나 회화적으로 재해석해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는 작품을 보여주는 김정선(42) 작가가 밝힌 화면 속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의미이다.

5월 28일부터 6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율곡로 이화익 갤러리에서 갖는 개인전 ‘About Translucency’는 작가의 10번째 개인전이자 5년 여 만에 한국에서 갖는 작품전이다.

김 작가는 “생생하던 기억들이 희미해져 아련한 추억으로만 간직되어질 때도 있지만 반대로 그 순간이 현재일 때는 깨닫지 못했던 진정한 모습이 오래된 사진 안에서는 더욱 선명하게 읽혀져 작가의 상상력을 환기시키고 현재를 깊이 깨닫게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남장한 소녀, size variable, oil on books, 2011-2014


오래된 사진을 보면서 특별한 감동을 받는 작품을 모티브로 작업을 시작한다는 작가는 “초기 작업에 사용된 사진들은 지인들에게서 얻은 것들입니다. 오래된 사진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이 정말 어려웠죠. 현재는 잘 몰라도 과거의 상황은 사진이라는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의 작품은 오래된 사진 속 이미지들을 작가 특유의 감수성을 부여해 재조합함으로써 긴 시간의 차이를 뛰어넘어서 과거의 순간들이 현재의 시간과 공존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형태는 사실성을 유지하면서 대상의 윤곽을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만들거나 작품 속 인물과 배경이 얇게 중첩되어 스며들 듯 보이게 하는 표현방식은 시간과 공간의 초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간 속 유영

이미 지나 기억에서조차 남아있지 않은 잊힌 장면들을 오래된 사진 속에서 발견할 때 느낄 수 있는 낯설지만 애틋한 그리움과 같은 감정들이 되살아난다.

▲Shooting Maman 1, 130.5x130.5cm, Oil on linen, 2013


작가가 오랜 준비 끝에 마련한 이번 작품들에는 인물보다는 자코메티, 로스코, 부르주아 등 유명 작가의 작품들이 화면 중심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인물을 중심으로 작업을 하다가, 화가인 저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이 미술관인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내 세계에만 갇혀 있는 것 같아서, 세상과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았는데, 제일 많이 가본 곳이고, 작품도 있는 공간이 바로 미술관이었다.”

김 작가가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한남동의 삼성미술관 리움이다. 아이들을 데려 가기도 좋고, 함께한 아이들과 사진을 찍기도 좋은 곳이라 그렇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미술관 내부에서 사진을 찍어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다. 한 여학생이 바라보는 작품에 등장하는 그림은 원래 피카소의 작품이었는데, 화면으로 옮기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로스코를 그려 넣었다고 한다.

▲소년과 강아지 2, 65x53cm, oil on linen, 2014


작가는 시간의 기억을 기대하면서 찍은 사진들은 시간을 보존하고 싶은 일종의 제스처로 본다. 화면 안에 등장하는 인물의 투명함은 실체가 아니다. 기억 속의 이미지, 상상 속의 공간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나오는 것이 흐릿하게 그려지는 것이라는 말이다.

미술관 시리즈를 선보인 이유에 대해 작가는 “리히터의 글 중에 ‘그림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작품을 해야 하고, 작품으로 사람의 영혼을 뒤흔들어야 한다’라는 의미의 말이 떠올랐다. 예술이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명작을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제 그림을 통해 기억을 떠올리며 감동을 받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정선 작가에 대해 이화익갤러리 이화익 대표는 “2005년 경 갤러리 현대에 근무하던 나에게 김창열 화백이 인사동에서 전시하는 젊은 작가의 그림이 있는데, 그림이 좋으니 한번 가서 보라는 말에 달려가 작품을 보게 된 것이 현재까지의 인연인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여성 작가들은 가정과 아이들을 돌보면서 작업을 해야 하기에 작품에 대해 검증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끝까지 하라고 주문했다. “고 말했다.

김정선 작가는 자신의 사진 촬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인들이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사진을 찍는다며, 칭찬의 의미가 강한 트렌드가 됐다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가오는 추억과 회상을 시각적인 언어로 보여주는 김정선의 작품, 시공간을 초월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간 속 유영을 경험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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