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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문화 칼럼]아해 사진작품 가격으로 본 미술품 가치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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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1-382호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 2014.06.05 08:43:10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세월호 사건 발발 직후 한 미디어 기자에게 뜬금없는 전화를 받았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사진가로 활동한다는 제보가 들어왔는데, 혹시 아는가? 안다면 작품의 가치는 얼마나 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지금에야 만천하에 그가 ‘아해’란 이름을 갖고 사진작가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공론화 됐지만, 초반기엔 이 일로 미술계에 때 아닌 큰 혼란이 일었었다. 이번엔 또 어떤 연유로 미술품에 대한 악성 루머가 번질까 싶어서였다.

이에 관한 관심의 초점과 본질은 전혀 다른 데에 있었다. 유병언 회장이 사진가였든, 화가였던 것은 중요치 않았다. 미스터리처럼 가려져 있던 사진가로서의 행적 못지않게, 그의 사진작품 가격의 실체가 요지였다. 

유 전 회장 측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사진을 고가에 구입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처럼 유명장소에서 사진전을 열었거나 유명인사가 작품을 구매했다는 이력 등을 내세웠다. 물론 국내에서 생소하더라도 해외 유명 기관ㆍ유명 인사가 작품을 구입함으로써 단시간 내에 세계적인 작가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유명 장소에서의 전시경력으로 작가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전시절차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장소라도 작가 스스로 공간을 대관해서 치른 전시와 기획자나 엄정한 심의를 거쳐 초대된 경우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아해 작가 역시 루브르박물관 본관이 아닌 튈리르 정원 안에 있는 특별 공간을 큰 기부금을 주고 사용했다는 지적이 관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과연 고무줄 같은 미술작품의 가치는 어떻게 정해지는 것인가도 이슈가 됐다. 아무리 미술품의 가치 판단이 감상자의 주관적인 판단을 중요시 여긴다지만, 아무런 객관적 기준이 없다면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하기 마련이다.

미술품을 단순한 감상이나 장식이 아닌 투자목적으로 산다면, 절대 ‘작품’을 사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비전’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의 가치는 절대적 가치와 잠재적 가치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작품이 지닌 컨디션을 기준으로 한 ‘현물로써의 가치’에 해당한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작가의 대외적 평가와 활동역량이 빚어낼 ‘중장기적 미래가치’인 셈이다. 웬만한 프로작가 활동을 하는 수준에선 작품 자체가 지닌 가치평가는 큰 차이가 없다. 

▲‘아해프레스코리아’ 사무실 옆 전시관에 유병언 전 회장의 사진 액자들이 벽에 걸려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렇지만 미술품의 가치를 결정짓는 가중 중요한 요인은 따로 있다. 바로 수요자의 선호도이다. 요즘은 소비자 혹은 수요자 중심시대라고 한다. 그만큼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작가의 동일한 크기 작품이라도 살 때 가격은 같지만, 재판매할 때 가격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이 역시 철저하게 잠재고객의 선호도에 따른 시장논리에 지배를 받는다. 그리고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처럼 어떤 특별한 에피소드를 지녔는가에 따라 희소성 역시 달라지는 예도 있다.

미술 분야에서도 한 때는 신비주의 마케팅처럼 특별한 이벤트나 주변 배경으로 작품의 가치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오로지 ‘정상적인 작가활동’이 가장 중요한 작품 가치척도의 기준이 되는 분위기이다. 여기에 독창적인 주제의식이나 표현기법, 작품 출처나 희귀성, 수요자의 기호나 트렌드 등 다양한 주변 요소가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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