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지난주였다. 필자는 필드에 나가서 동반자와 오랜만에 내기 골프를 쳤다. 처음엔 좋은 컨디션으로 15홀까지 연속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다가 16홀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퍼터가 평형감각을 잃고, 상체는 춤추듯 좌우로 흔들리는 샷이 원인이었다. 이후 한 번 무너진 감각은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골프에서 퍼터는 ‘돈’이라 비유되며, 필드에서는 최종적으로 한 홀이 마무리되는 소중하고도 귀한 시간이다. 그런데 필자는 동반자의 안티 한마디에 집중력이 흩어지면서 평형감각을 잃고 만 것이다. 한순간에 모든 샷이 무너졌고, 장갑을 벗는 순간까지도 참담함은 지속됐다. 결국 동반자에게 보기 좋게 주머니를 털린 채, 허탈한 마음을 부여잡고 클럽하우스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가던 도중에 우연히 발길에 채 이는 강아지풀이 눈에 들어왔다. 어릴 적 하굣길에 이 풀을 꺾어 콧수염을 만들어보며 친구와 장난치던 기억이 떠올랐다. 요리조리 살펴보니 문득 퍼터 라인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뽀송뽀송 일직선으로 뻗어 나간 털은 이름 그대로 강아지 털이었다. 이것을 흔들며 코끝으로 냄새를 맡아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릴 적 개구쟁이 소꿉친구들의 얼굴이 하나 둘 떠올라 잃은 돈에 대한 아쉬움 따위는 금방 잊은 듯했다.
그러나 잠시 스멀스멀 코끝으로 떨어지는 벌레들을 보고, 그만 소스라쳐 강아지풀을 땅바닥에 내던지고 말았다. 저만큼 바람결을 타고 흩어지는 풀을 보면서, 필자는 흔들리면 벌레가 나오는 강아지풀처럼 필자의 퍼터 역시 정신적 혼돈의 벌레가 나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것은 곧 심리가 흔들리면 집중력을 잃게 되는 경우로, 공은 아무 말 없이 제자리에 있는데 인간이 色을 일으키는 이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