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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았던 지난 6월 하순 주말에 경기북부에 있는 T 골프장에서 친한 후배들과 들뜬 마음으로 통산 1621번째 라운드를 했다. 그런데 결과는 90타를 치고 허탈한 웃음을 토했다. 필자가 25년 전 골프에 입문한 이래 그간 1620번의 평균타가 84타였지만, 지난 1년여 동안에는 국내 라운드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자제했고, 또한 연습도 거의 하지 않았던 탓에 이런 총체적인 난국을 맞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연중 몇 번은 70대 스코어를 기록하기는 한다. 그 이유는 일년에 한 번 정도는 동남아에 골프 휴가를 가서 약 10라운드를 몰아서 치기도 하고, 이따금 해외 출장 갈 때는 주말에 현지에서 라운드 하면서 최소한의 감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주변의 골퍼들이 간혹 “왜 연습조차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필자는 “이제 더 이상 골프를 잘 칠 이유와 목적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필자는 25년 전 초등학생인 아들과 딸까지 골프에 입문시키고, 방학 때면 대중 골프장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패밀리 스포츠를 즐겼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 가족이 한 라운드를 즐기기 위해서는 백만 원 이상의 경비가 드니 패밀리 골프는 접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많은 골퍼 친구들이 현역에서 은퇴하면서 주중에도 20만 원씩 들어가는 비싼 골프를 끊겠다고 선언하니, 경쟁자도 없어지고 아주 잘 치는 모범이 될 만한 동기마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과거엔 주1회의 주말 골퍼로서 생애 목표를 66타로 정해 이메일 주소에도 66이란 숫자를 넣을 정도로 열심히 노력하며, 연간 10만개의 연습볼을 쳤으니 그 분량이 5톤 트럭에 한차 가득 채울 정도였다. 또 마지막 에이지 슈팅은 83세에 이루겠다는 야무진 꿈도 세웠지만, 이제는 그 꿈도 잊어야 할 것 같다.
▲50파운드 이내로 라운드 할 수 있는 스코틀랜드 100대 골프장 가운데 67위에 뽑힌 ‘Whitekirk 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