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뉴스]현대인의 근원적 감정 표현, 에드바르드 뭉크 ‘영혼의 시’
대표작 ‘절규’ 석판화에서 후기 ‘생의 춤’, ‘태양’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0월 12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에드바르드 뭉크-영혼의 시’ 전시 전경. 사진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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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바르드 뭉크(Edvard Munch, 1863~1944)는 세기말 인간의 삶과 죽음, 사랑과 불안, 고독 등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가로 유명하다. 대표작 ‘절규’는 왜곡된 형태와 강렬한 색감으로 강렬하고 독창적인 영혼의 풍경을 보여준다.
표현주의 미술의 선구자이자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 에드바르드 뭉크의 회고전 ‘에드바르드 뭉크-영혼의 시(Edvard Munch and the Modern Soul)’가 10월 12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표현주의 걸작 ‘절규’의 석판화 버전, ‘마돈나’, ‘뱀파이어’, ‘키스’ 등 대표작에서 뭉크가 직접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스케치 영상까지 모두 99점의 작품이 한국을 찾았다. 인상주의 화풍에 영향을 받는 초기 습작부터 말년의 대작까지 뭉크 작품세계 전반을 조망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오슬로 뭉크미술관 욘 우베 스테이하우그 수석큐레이터는 7월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뭉크는 세기말의 불안이나 우울, 절망 등 인간의 어두운 감정을 주로 그렸다고 알려졌지만, 정작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현대인을 감싼 어떤 근원적인 감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생의 기쁨’, ‘태양’ 등 삶을 긍정하는 그의 작품들은 밝고 어두운 분위기에 상관없이 그가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을 응축되고 긴장감 있게 담아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절규’ 이외에 뭉크의 다양한 측면들이 조명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7월 2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오슬로미술관 관계자와 함께 참석한 컬쳐앤아이리더스 강미란 대표가 이번 전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 안창현 기자
‘절규’는 물론 뭉크의 대표작이자 표현주의 걸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통해 뭉크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994년과 2004년 두 차례 작품 도난 사건으로 해외반출이 어렵게 된 회화 버전을 대신해 1895년 석판화로 제작된 흑백의 강렬한 ‘절규’를 만날 수 있다.
뭉크는 판화 작품을 많이 제작했다. 실제로 그가 남긴 2만여 점의 작품들 중 1만8천여 점이 판화 작품이다. 뭉크의 방대한 작품 세계에서 판화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절규’ 이외에 이미 회화로 표현했던 이미지와 모티프를 복제본 형식으로 제작한 판화 ‘생의 프리즈’, ‘질투’ 등이 선보인다.
일반적으로 뭉크는 20세기로 향하는 세기말의 전환점에서 유럽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선구자로 인정받는다. 특히 그는 인간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밀도 있게 표현하면서 강렬함, 역동성, 극적인 긴장감 등을 작품에 담았다.
뭉크의 작품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이런 그의 작품 특성을 반영해서 크게 ‘뭉크 그 자신에 대하여’, ‘새로운 세상으로’, ‘삶’, ‘생명력’, ‘밤’ 등 5개 주제로 나누어 그의 전반적인 작품 세계를 조명하려 했다.
뭉크는 자신의 감정과 내면의 자아를 탐구한 최초의 화가 중 한 명이다. 전시의 첫 번째 섹션 ‘뭉크 그 자신에 대하여’는 뭉크의 자화상을 통해 이런 측면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많은 자화상에서 뭉크는 자신을 병들고, 우울하거나 불안하게 극화시키고 있다.
▲‘절규(The Scream)’, 석판화, 35.2x25.1cm, 1895. ⓒThe Munch Museum / The Munch-Ellingsen Group / BONO, Oslo 2014.
두 번째 섹션 ‘새로운 세상으로’에서는 뭉크가 살았던 시대를 함께 느낄 수 있어 흥미롭다. 뭉크는 세기말 노르웨이의 정치적, 문화적 격변기에 화가로 데뷔해 활동했다. 당시 니체의 철학과 퇴폐적이고 상징적인 예술 풍토의 영향을 짐작할 수 있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특히 파리와 니스에서 인상주의를 공부했던 뭉크가 작품 초기에 인상주의적 화풍으로 그린 작품들은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죽음에 관한 작품 ‘병실에서의 죽음’, ‘병든 아이’나 불안을 그린 ‘절규’, ‘불안’, ‘키스’ 등 우리에게 익숙한 뭉크의 작품들은 세 번째 섹션 ‘삶’에서 소개된다. 이 섹션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뭉크 평생의 주제였던 사랑, 불안, 죽음 등 인간의 근본적이고 실존적인 감정들을 특유의 강렬하고 극적인 방식으로 다룬다.
네 번째 섹션 ‘생명력’에서는 뭉크의 잘 알려지지 않은 측면들을 확인할 수 있다. ‘태양’, ‘건초 만드는 사람’ 등의 작품이 이 섹션에서 소개되는데, 뭉크 후기에 삶에 대한 기쁨과 긍정을 드러낸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 캔버스에 유채, 120.5x100cm, 1922~24. ⓒThe Munch Museum / The Munch-Ellingsen Group / BONO, Oslo 2014.
고독과 절망에서 생의 긍정까지 강렬한 인간 심리 담아
이 작품들은 뭉크의 불안과 질병, 우울과 죽음을 묘사한 다른 작품들과 대조를 명확히 대조를 이룬다. 뭉크의 작품답게 여전히 강렬하고 극적이지만, 눈부신 색채와 역동적인 구성은 뭉크의 색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쓸쓸함이 묻어나면서도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은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숙명을 표현한 작품들의 마지막 섹션 ‘밤’에서 볼 수 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현대인이 가진 다양한 심리와 감정을 강렬하게 화폭에 담은 에드바르드 뭉크는 노르웨이에서 1000크로네 화폐에 그의 초상이 그려 넣어질 절도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화가이자, 독창적인 표현기법으로 세계 미술사에 큰 영향을 끼친 거장이다.
이번 전시는 뭉크의 전반적인 작품세계를 조망하고, 유럽에서 격동의 시대를 산 그가 어떻게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고 이를 예술로 승화시켰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다.
- 안창현 기자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