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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격동의 한국 100년, 예술가의 삶과 열기

제3의 길 모색하는 갤러리, 체험형 전시 연계로 흥행 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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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6호 왕진오 기자⁄ 2014.07.10 09:30:02

▲현대전 공간에 마련된 데미안 허스트의 ‘새로운 종교’작품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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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왕진오 기자) ‘이중섭의 1평 남짓한 방’, ‘박수근의 동네 어귀’, ‘나혜석의 파리, 자아를 찾아’ 그리고 구본웅이 운영했던 우고당, 이상이 운영했던 제비다방 등이 영상과 퍼포먼스로 각색되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격동의 한국 100년을 살아온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을 체험하고, 작품보다 드라마틱한 한국인의 삶을 볼 수 있는 전시 ‘근·현대미술 체험전 NO MORE ART’가 7월 3일 서울 성동구 갤러리아 포레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막을 올렸다.

작품의 표면에서는 만질 수 없고 느낄 수 없었던 한국 근대미술의 실체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오감으로 체험하기 위해 마련된 이 전시회는 ‘예술가의 방’을 통해 시대와 조우했던 ‘예술가의 삶, 그 열기’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하는 아트 프로젝트이다.

미술관이나 아트센터 등 대형전시공간이 아닌 상업갤러리가 기존의 단순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형식을 탈피해 화가들의 삶의 흔적을 조명하고, 이를 통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술사적 맥락을 짚어본다는 점에 있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근대미술 섹션에는 이중섭, 박수근, 구본웅, 나혜석, 이인성 다섯 명의 작가가 실제 살았던 공간을 재구성하고 1950년대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제비다방, 국제시장 등이 재현된다. 실제 그 시대의 복장을 한 퍼포머들이 공연을 통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분위기를 자아낸다.

▲체험전 공간에 마련된 국제시장의 거리에서 퍼포머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 왕진오 기자


‘나혜석의 파리, 자아를 찾아-모놀로그’ 공간에는 나혜석의 배역을 맡은 여인이 오래된 이미지 배경을 무대로 문학을 낭송하고 노래를 부른다. 시대적 억압에 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인간의 삶을 추구했던 신여성으로서의 나혜석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한다.

‘박수근 동네 어귀’ 에는 그가 그림 속에 담았던 행상을 하는 여인과 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모습을 화가로 분한 배우가 전시 공간 내에서 실제 작업을 펼쳐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중섭의 은지화도 체험할 수 있어

돈이 없어 종이를 살 수 없어서 담뱃값 안에 은지에 그림을 그렸던 이중섭의 은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관람객에게 제공한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붉은 황소를 IT로 재현해 음향과 함께 움직이는 영상을 제공한 후 관객들이 그림 속 황소를 직접 은지화로 만들어 보는 공간도 마련된다.

구두닦이, 아이스크림 장수 등 퍼포머들이 구두를 닦아 주고 아이스크림을 파는 등 50년대의 국제시장과 시인 이상이 운영했던 제비다방에 종업원과 당대 예술가들이 열정을 불태웠던 자리를 각색해 만든 공간도 눈길을 끈다. 이상이 시를 쓰면 시의 내용이 실시간 영상으로 벽에 비추어져 예술가와 한 공간에서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모습을 관람객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재현한다.

“예술은 사기야” “예술이라는 게 본래 생활에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잖아. 우리의 정신이 많이 진보되면 보통 오락으로는 성에 안 차잖아! 그때부터 고도의 물건을 찾는 거지. 그러니까 취미의 고급 예술시장인 셈이야”

▲박수근의 동네 어귀를 재현한 공간에서 청년 박수근 역할의 퍼포머가 초상화를 그리는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 = 왕진오 기자


근대미술 공간에서 현대미술 전시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벽면에 새겨진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말이다.

이곳에는 백남준의 ‘플럭서스로의 초대’를 타이틀로 9미터 60센티 크기의 대형 비디오아트 작품 ‘M200’과 ’Sonatine for goldfish’, ‘Joseph Beuys’, ‘In-Flux House’ 작품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샘 프란시스(SAM FRANCIS)의 ‘SFF 1636’과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새로운 종교‘ 에디션은 종교가 무너진 현대 사회에서 과학이 신흥 중교로 떠오르는 모습에 대해 그의 예술관을 선보인다.

이 외에 리처드 페티본(RICHARD PETTIBONE), 쉬빙(XU BING), 피터 줌터(PETER ZUMTHOR), 변종곤, 김중만이 그린 수묵화와 르 코르뷔지에의 아트퍼니처, 레이 가와쿠보의 꼼 데 가르송 브랜드 탄생을 알린 가구들이 함께한다.

오는 9월 2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세계 미술 시장을 대표하는 중국, 영국, 독일들의 현대예술 작가들을 소개하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에 있는 재능 있는 한국작가들을 발굴하고, 아시아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려는 더페이지 갤러리의 색다른 도전으로 그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전시로 평가할 수 있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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